주니어 개발자 이직 회고

첫회사에 입사해 2년 6개월만에 새로운 회사로 이사를 왔다. 나중에 내게 비슷한 고민의 시기가 오거나, 단순히 그때를 돌아보고 싶거나, 혹은 나와 비슷한 고민의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록을 남긴다.

이직 사유

한마디로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보고 싶은 내 욕심 때문이다. 좋은 개발문화 그게 뭔데.. 나도 알고 싶어! 나도 코드리뷰 당하고 싶다!
물론 어른들에게 설명할 때는 성장 욕구라는 좋은 단어를 썼다. 같은 말인가 싶지만 왠지 성장이라는 단어를 다들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강조해봤다. 실제로는 나에게 성장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과정

회사를 옮기는 일련의 과정은 처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홀로서기를 했던 그 때의 기분이었다.

면접

모니터링이라는 도메인과 이전 회사에서 강하게 컸던 것을 장점으로 어필했던 것 같다. 강하게 컸다는 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처음 인턴으로 일했을 때를 생각하면 한 개발자 인간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성장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봉 협상

시장에서 나는 과연 얼마의 가치인가. 요즘 개발자 시세(?)와 주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만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를 보여야 한다. 단순하지만 처음 겪어서 낯설었다, 정도의 후기이다.

퇴사 통보

면접이나 연봉 협상보다 감정적으로 어려운 과정이었다. 첫 회사라서 당연히 더 그렇다. 막상 부대표님과 이야기하는 자리에 앉으니 내가 말하는 이 문장이 퇴사에 적합한 이유인가 많은 고민이 들었다. 그래도 업계 1위 매출인 제품을 항상 감탄하는 훌륭한 개발자 분들과 개발했는데, 새로운 회사에서는 이런 사람들과 일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지금 회사에서 충분히 나보다 훌륭한 개발자들과 일하고 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다시 퇴사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 와도 어려웠을 것이다. 좋은 회사였기 때문에 나는 더 좋은 회사로 떠날 수 있었다.

막상 와보니까..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개발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다.

PR Review

이런 게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는 주변의 의견들이 있었다. 나도 이전까지 현업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심이 있었다. 하지만 협업의 환경에서, 그리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exit될 때까지 한 사람이 유지보수할 수 없는 현실에서 PR Review의 존재 유무는 의미가 크다고 느끼고 있다. 단순히 연대책임의 의미인가 짧게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1. 동료의 코드는 언젠가 내가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에
2. 그리고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3. 레포지토리는 하나의 예술 작품 ?!

등등 여러 측면의 장점을 찾아가고 있다.

사내 컨퍼런스

https://tech-verse.me/ko
11/17 ~18일 이틀동안 올해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진짜 큰 회사에 왔구나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온전히 흡수해서 성장에 시너지를 내고 싶은 기대감이 크다.

글로벌 협업

tech-verse 연사 리스트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외국인 동료와의 협업이 일상인 회사이다. 대부분의 official한 공유(문서, 미팅)들은 세 가지 언어로 통번역된다. 사실 이부분은 시행착오가 많고 라인에 왔을 때 가장 당황했던 부분 중 하나이다.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통역이나 번역 툴을 최대한으로 서포트하고 있으니 나만 노력하면 되는 부분이다 😙

그 외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거대한 HR 조직과 사내 시스템은 나에게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기분이 들게 하면서, 조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앞으로?

제니퍼소프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 몰래 끼어있는 기분이 꽤 좋다. 목표는 이사람들과 비슷하게 일하게 되는 것이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니까 화면 개발만 할 수 있으면 된다는 한계도 좀 깨야 한다. 사실 이 모든 것보다 무사히 수습을 마치는 것이 물론 가장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