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은 짧을수록 좋다

샌님·2022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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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은 짧을수록 좋다

이 이야기는 사실 개발자뿐 아니라 다른 직군에도 해당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여러 회사를 다니며 다양한 근무 형태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출퇴근 거리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였다

  • 여러 가지 근무 형태(사무실 출근, 재택 베이스 및 유연 출근)
  • 기업의 크기: 100명 이상 ~ 1,000명 이상
  • 기업별 성향: 보수적 ↔️ 개방적
  • 통근 거리
    • 🚃 환승 1회: 편도 60분, 20개 정류장 (혼잡도: 매우 혼잡, 10%의 확률로 도착 절반 지점부터 앉아갈 수도 있음)
    • 🚌 환승 0~1회: 편도 40~50분 (혼잡도: 여유, 90% 이상의 확률로 앉아 감)
    • 도보 15분 이내 (1km)
    • 도보 20분 이내 (1.6~8km)
    • 🚌,🚃 출근 시 환승 0~1회 편도 60분 이내 (혼잡도: 혼잡) but 재택 베이스

단, 지하철/버스 정류장은 집에서 10분 내외의 거리에 있어야 한다.

생각해 볼 부분

부모님의 말씀도 그렇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조언은 불편하겠지만 회사와 멀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돈을 모으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일리 있는 말씀이고 충분히 동의한다. 대부분 회사가 강남권에 있다고 고려할 때 회사 주변 시세는 감당하기 버거운 가격이긴 하니까.
그런데 개발자라면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발자로서 생각해 볼 부분

개발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위의 명제를 부정하는 개발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꾸준히 공부하기 위해서는 시간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출퇴근길이 고되다면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
나의 경우 체력이 비교적 약해 운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운동하고자 하는 시간과 에너지까지 확보하고자 한다면?

정보화 사회 이후 생각해 볼 부분

부모님의 출퇴근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내가 고민하는 부분은 축에도 못 낄 것 같다.
부모님 세대 분들은 지금처럼 지하철이 9호선까지 뚫려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교통망이 그다지 좋지 않은데도 지친 몸을 이끌고 월요일에서 토요일 매일같이 출근하셨으니까.
그때는 수도권 지하철도 얼마 뚫리지 않았고 버스 편도 좋지 않았을 테니까.
과거에는 주52시간제 따위는 없는 혹독한 고된 일에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 기성세대의 노고 덕분에 우리나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고)

IMF 외환 위기 이전에는 고된 근무와 출퇴근을 감당하는 대신 IMF 외환 위기 이전에는 해고와 취업 걱정은 지금보단 덜했을 것 같다. (출처: 부모님 경험)
하지만, IMF 외환 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정보화 사회로 변화함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또한 예전과는 달라졌다.
특히 개발자는 이에 발맞춰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기술 중에서 어떤 게 자신에게 필요한지 발라내면서 필요한 부분을 건져 학습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과 기술에 따라서는 이직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부모님 세대에서는 더욱 혹독한 상황에서도 출퇴근을 하셨다는 말을 위안삼아 출근할 수도 있겠다만, 그보다는 좀 더 효율적으로 생각해 볼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서 적어 보게 되었다.

출퇴근길 짧게 만드는 방법

1. 회사 근처에 집 구하기

이게 정말 킹정하는 최고의 대안이 아닌가 싶다.
물론, 회사 근처에 살면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꺼림칙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2022년 시점을 기준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 선택지대로 살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회사가 강남권에 있다고 고려할 때 회사 주변 거주 비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월세로 길바닥에 돈을 버린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웬만해선 돈으로 시간을 샀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집돌이인 나로서는 다달이 나가는 월세만 하더라도 본전은 뽑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 (권민창 지음)

가난한 사람들은 시간으로 돈을 사지만, 부자들은 돈으로 시간을 산다.

2. 지하철 이동 기준 회사와 30분 거리에 집 구하기

환승을 최소화하는 것은 1번 선택지가 어려울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아래의 경우의 수는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해 본 것이다.

  • 환승 0회, 14개 정류장 내외 (나로서는 환승하지 않는다면 6개 정류장이 max인 듯)
  • 환승 1회, 12개 정류장 내외
    • 다녀본 경험 기반
    • 12개 정류장을 가야 한다면 6번째 정류장에서 환승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얼마 가지 않아 내릴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 단, 환승 구간은 짧아야 한다.
  • 혹은 출퇴근 소요 시간이 1시간 내외더라도, 혼잡 구역이 아니어야 한다

인생에서 매일 3시간이 증발한다고?

이전에는 재택 베이스로 일하는 회사에 근무했는데 지금 회사는 주2~4회 정도 출근하고 있다. 이전 회사와 달리 업무 특성상 무한 재택으로 일할 수는 없는 환경이다. 그리고 코로나 탓도 있지만 6개월 이상을 출근하지 않고 재택을 오래 하다 보니 동료 옆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옮긴 회사에서는 적응할 때 허락하는 한 사무실에 출근하려고 했다.

하루 21시간이 모자라

전쟁과 같은 출퇴근으로 인생에서 증발하는 3hours/day
출퇴근길은 생각보다 힘들다. '출퇴근 중 당한 사고는 모두 산업 재해로 인정'되었다는 판례가 있는데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이다. 별 감흥이 없어 보이지만, 지옥철과 만원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 사람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 출퇴근할 때마다 줄이 너무 길어서 떠나보내야만 했던 열차
  • 좌석에 앉아 있는데 내릴 역에 도달할 즈음 수많은 인파를 뚫고 나가야 하는 부담감
  • 환승을 위해 열차에서 내려야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내리지 않는 승객들
  • 갈아타는 호선의 열차는 도착하지만, 인파 때문에 쉽사리 환승 플랫폼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스트레스
  • 단 한 정거장만이라도 앉아 가려는 몸부림으로 자리가 나면 재빨리 앉기 위한 눈치 게임
  • 서서 갈 때 달리는 지하철의 중심을 잡기 위한 달팽이관 운동
  • 추가로 4호선 지하철을 탄다면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로 인해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 (+ 1.5배 시간 지연 이벤트)
    • 지도 앱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앱을 켜면 자꾸 4호선을 타라고 한다 😡. 아니 지금 4호선 마비 됐다니깐!!!

이 정도면 전쟁과 같다는 표현이 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 머릿속에서는 전쟁이라고 인식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가 아니라면 이 정도 출퇴근은 부담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견딜 만은 할 텐데 지옥철을 감당하기에는 이런저런 변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갑옷같이 몸을 가두는 정장 같은 옷보다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활동복에 가까운 반소매와 반바지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퇴근을 반복했다.
출근 전에 샤워를 말끔하게 하고 머리를 차분하게 정돈하면 뭐 해, 사무실에 도착하면 땀으로 샤워하고 머리는 폭탄이 되어 있을 텐데😂

하지만 좋은 점이 있기는 하다(?).
대부분의 IT 회사는 서울 강남권역에 사무실을 두기 때문에 강북권에 거주한다면 열차에서 서서 간다면 2호선에서 한강 전망을 볼 수 있다.
힘든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보상(?)이었을까? 일출/일몰 시간대에 맞춰 간다면 더더욱 아름답다.

(일몰 이런 거 안 봐도 좋으니 앉아 가고 싶어🥲)

저자 주

아니, 근데 웬만하면 출퇴근 힘들게 오래 하지 마세요...
언제 한 번은 퇴근길이 너무 지쳐서 힘들어서 주저앉을 뻔한 적도 있었어요...

전쟁과 같은 출퇴근길 에너지 소모로 인해 깨져 버린 루틴

이전 직장은 도보 거리가 15분 내외였거나 재택 베이스여서 출근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출근 전에 주 5회를 목표로 운동하는 것이 나만의 룰이었는데 회사를 옮기면서 이 루틴이 깨졌다.
거처도 강북권으로 옮겼고 회사도 강남권이어서 굉장히 멀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쟁 같은 퇴근길 이후에는 보상 심리 때문인지 항상 집까지 절반 거리에 도달하면 배달 앱을 켜서 치킨을 주문하곤 했다.
주 5회를 목표로 운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삼씨 세끼는 닭가슴살에 최적화된 식단이었는데 이마저도 루틴이 깨졌다.
생각해 보니 재택을 베이스로 하는 회사에도 가끔 사무실 출퇴근을 할 때 퇴근길에 항상 치킨을 시켰던 것 같다... (이래서 바프를 준비해야 해...)

2022년 기준 현 회사는 9시 30분까지 출근인데 이전의 내 루틴을 유지하면서 출근을 준비하려면 적어도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시간표를 첨부한다. (아니, 이렇게 했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살아야 했다고요...)

  • 이사 전: 출퇴근 왕복 3시간 소요
  • 이사 후: 출퇴근 왕복 30분 정도 소요 (약 3시간 절약)
    • (출근 준비가 퇴근보다 긴 이유는 운동 시간 지연에 대한 버퍼 또는 업무 시작 전 30분 도착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시간표상으로는 굉장히 간단해 보이지만, 출퇴근 길에 상당히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게 퇴근을 마치면 피곤해서 공부가 좀처럼 되지 않는다.
다음날 운동 가기 위해 5시에 일어나는 것조차 피곤하다.

시간표를 시각화해서 보는 게 단지 시간적인 의미이고 공부를 얼마나 집중력있게 할 수 있는 것까지만 보인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하는지를 시간표에 담을 방법까진 찾지 못했다.
다만, 150분의 시간이 절약되어 이 시간에는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잠을 자거나 여가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는 공부를 좀 더 하거나
돈으로 시간을 사 버린 셈인가!

재택근무의 장점

  1.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 지옥철, 만원 버스를 탈 필요가 없어서 사무실로 출퇴근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2.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신발이 젖고 옷이 더러워질 수 있는데 그냥 보일러 틀어 놓은 집에서 보송보송하게 근무 가능
  3. 컨디션이 나쁘다면 1번에서 아낀 시간을 이용하여 회복에 얼마든지 활용 +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최대한 푹 쉬고 다시 근무할 수 있다
  4. 외부의 자극에 민감한 사람은 통제된 환경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집중하여 일할 수 있다.

어쩌면, 앞에서 제시한 대안으로는 출퇴근 거리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이다.
사무실 출근을 최소화하는 대신 재택근무로 시간을 아낀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재택근무로 다닌 회사에서는 10시까지 출근이었다. 그래서 너무 피곤한 날은 9시 40분까지 자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급하게 샤워하고 자리에 앉아서 사내 메신저의 출퇴근 채널에 '출근' 명령어만 치면서 일과를 시작했던 적도 적잖이 있었다.

그 밖에도 나는 여러 경험을 통해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재택근무를 경험해 보니 나는 외부의 자극에 민감한 편이었다. 회사의 사무실은 어느 정도 적응할 수는 있겠으나 만원 버스와 지옥철은 도저히 적응할 자신이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보통의 사람들이 공무원 수험 준비를 한다면 독서실이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거나 아니면 학원까지 가서 현장 강의를 들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잠자리에서 도보 1초 거리인 곳에 독서실 책상을 둬서 공부했다.
통상적으로 강의는 대개 온라인으로만 수강했다.
물론 이러한 이유는 비용과 시간을 아낀다는 이유에서 집에서 공부한 측면도 있었지만, 외부의 자극을 덜 받았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도도 포함되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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