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에서 개발자로의 여정

devvy·2022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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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어그로성이 있지만... 저는 조종사를 양성하는 학과의 졸업생입니다. 정확히 말해 학생 조종사였고 현재는 나름 인기 있는 IT 기업의 백엔드 개발자입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저는 4학년 2학기를 남기고 1년 휴학을 했었고, 해당 기간 동안 현재 제 회사의 인턴쉽을 거쳐 정규직으로 합격했습니다.

휴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

휴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좋게 포장하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싶다는 열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항공 시장에 큰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은 제 졸업 예정 연도였습니다. 하지만 2020년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항공 시장은 고용을 중지했습니다. 합격했었던 항공사에서도 졸업 후 채용이 불가능할 거란 연락을 받고 저는 당분간 항공 시장에서 취업이 어려울 거 같아 휴학을 결심했습니다. 휴학을 결심하고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가졌는데, 여태까지 삶의 기로에 섰을 때 제가 주체적으로 선택해본 기억이 없었다는 것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흘러가는 데로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는 수능성적에 맞춰서 살아온 저는 주체적인 선택을 해본 기억도 그리고 열망하는 미래를 그려본 기억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휴학을 선택했습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 기회를 통해 제가 조종사의 길이 맞는지, 혹시 맞지 않다면 다른 길은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조종사 말고도 다양한 길을 보았고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IT를 선택하게 된 계기

여러 직업을 알아보던 중 Network Engineer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 중 한 명이 프로그래밍을 해보는 게 어떤지 물어봤습니다. 뭐든 경험해보겠다고 결심한 저로서는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아 무작정 프로그래밍을 시작했습니다. Freecodecamp를 시작으로 알고리즘 문제, C/C++ , python 등 무작정 공부했습니다. 시작하기 전 프로그래밍을 제가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프로그래밍 경험이 전무한 제게는 프로그래밍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진행할수록 이전에는 어려웠던 개념을 이해하게 되고, 상관없다 생각했던 개념들이 연결될 때 느껴지는 감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또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변해가는 세상에 관심을 갖는 제 자신을 보며 혹시 이 길이 내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IT를 공부해보고자 결심했습니다.

학습

비전공자가 프로그래밍을 학습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국가적으로 지원을 많이 해주고 사설 학원도 많습니다. 국비지원, 부트캠프, 삼성의 싸피,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등 다양한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짧은 휴학기간 동안 만약 프로그래밍이 맞지 않으면 다른 경험을 해봐야 했기 때문에 일단은 다른 선택지 찾아봤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공부해볼 수 있는 학원을 다녔습니다. 약 1 ~ 2 개월 정도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었습니다. 여기서 "아! 프로그래밍이 정말 즐겁구나. 계속해보고 싶다"라고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학원의 교육기간이 끝나고 알고리즘과 자료구조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 무작정 leetCode에 가입해 다양한 문제를 풀었습니다.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을 공부하니 이게 컴퓨터 어디에 적용되는지 알아보고 싶어 운영체제 및 각종 언어에 포함된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등을 공부했습니다. 공부를 하며 "내가 공부한 걸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고민의 결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보자라고 결심을 내렸습니다. Java의 Spring이 국내에서는 참조할 문서나 블로그가 많았기 때문에 Spring을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개발과 관련 공부도 함께 진행했는데, 공부를 혼자 하는 게 어려운 걸 알았기 때문에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스터디를 만들어서 진행했습니다. 스터디 과정에서 경력자분들이나 컴퓨터 관련 학과 재학생분들을 많이 만났고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기회

무작정 공부만 하다 보니 마음 한편에서는 걱정이 커져갔습니다. "공부만 한다고 누가 알아줄까?", "내가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다른 전공자 분들과 경쟁하게 될 텐데 내 실력이 그분들께 닿을 수나 있을까?" 등 걱정거리가 계속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취업사례, 취업 방법 등 온갖 방법에 대해서 찾고 또 찾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많은 회사에서 인턴쉽을 거쳐 개발자를 뽑는다는 걸 듣고 보이는 것들은 모두 무작정 지원했습니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준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코딩 테스트 시간이 엄청 길었는데 어찌 시간이 그리 빨리 가는지..., 인터뷰를 보는데 왜 이리 긴장되는지....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와중 지원했던 한 회사에서 인턴쉽을 합격했고 "아! 기회가 생겼구나"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인턴쉽

인턴쉽이 시작하는 날, 회사의 높으신 분들, 팀장님들 그리고 함께 인턴쉽을 하게 될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이 컴퓨터 관련 전공자이거나 복수전공을 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아, 내가 저분들보다 부족한 건 당연하다. 부족하면 그만큼 메우고 열심히 배우자"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인턴쉽을 시작했습니다. 인턴쉽 팀 배정이 이뤄지고 팀원분들과 인사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분들께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지 느꼈고, 실제 인턴쉽을 진행하면서 큰 성장을 이뤘습니다. 인턴쉽을 진행하는 2 ~ 3개월 동안 동기들과 동고동락하며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같이 데이터베이스를 설계하고, 모르는 걸 함께 공부하고, 삽질한 경험을 공유하는 등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습니다. 인턴쉽의 마지막 주에는 프로젝트의 결과를 발표하고 진행하며 느낀 점에 대해 팀원분들께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비록 완벽한 결과물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탈락하더라도 좋은 경험이었기에 겸허히 인턴쉽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합격

"합격! 엄마, 저 합격했어요"라고 말할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부족했다고 생각했기에 합격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합격 메일을 받으니 그 기쁨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공부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기도 했고, 용감히 선택한 길에 대한 보상인 것 같기도 했고 그 무엇이 됐든 정말 행복했습니다. 더 의미 있는 건 이것이 제가 처음으로 주체적으로 선택한 길이었고, 결과적으로 좋은 회사에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보람찼습니다.

그 후

제게는 4학년 2학기가 남았기에 학교에 돌아가야 했습니다. 남은 한 학기 동안 기본기를 더 단단히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마지막 학기를 마무리했습니다(마지막 학기 동안 남은 비행도 마무리했습니다). 현업에 투입하기에는 제가 부족한 걸 알았기에 현업에 필요한 걸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글을 쓰는 현재, 약 5개월 정도 백엔드 개발자로 근무 중입니다. 정말 좋은 팀을 만나 쭉쭉 성장 중이고 제 선택에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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