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래프톤 정글 SW/AI랩 12기에 입성했다.
크래프톤 정글에 들어오기 전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서 3학년 2학기를 지내고 있었다. 늘 그랬듯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처음으로 나중에 하려고 생각만 했던 것들을 조금이지만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그래봤자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한다거나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별다른 거창한 노력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약간의 성과가 있기는 했다. 우아한테크코스의 '모바일 안드로이드 과정'에 지원하여 프리코스의 최종 코딩테스트까지 간 것이 약간의 성과였다.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불합격이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적은 노력을 들였고 과제도 정말 처참한 수준으로 제출했다.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부끄러웠고 다른 사람의 소중한 최종 테스트 기회를 이런 식으로 날린 것에 대해 미안하기도 했다.
앞에 장황한 얘기를 늘어 놓았지만, 그 우아한테크코스에서 한 가지 얻은 것이 있었다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조금이나마 얻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최종 테스트 쉬는 시간에 코치님께서 가볍게 질문하셨던 "여기 왜 왔어요?"라는 질문이 잠깐이마나 나를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나 자신의 오래된 무기력과 나태함을 바꾸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공학과를 지망했지만 구체적인 진로나 공부, 실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는 소홀한 내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는 커뮤니티로 나 자신을 던져 놓자는 것이었다. 우아한테크코스 프리코스에서 열정적인 사람들을 보고 자극을 얻고자 하였고, 크래프톤 정글에 지원한 것도 조금은 결이 다르지만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현실 도피를 위한 것이 아주 없진 않은 것 같다. 이제 4학년인데 프로젝트를 할 실력과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학교에 계속 다니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았다. 그리고 현재의 정신 상태로는 그 무엇을 해도 잘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크래프톤 정글은 사실 취업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공부하는 습관이나 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고 싶어 지원한 것이 크다. 지금 나의 마지막 자기 합리화는 "환경이 좋다면 할 수 있을 것이다"이다. 그런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크래프톤 정글을 하고 나서도 나에게 변화나 남는 것이 없다면 그건 결국 환경이 아니라 내가 문제라는 것이 된다.
정말 환경이 문제인지 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서, 나는 원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서, 나에게 개발자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서, 취업을 하고자 한다면 CS 기초를 다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서 난 크래프톤 정글에 입소했다.
정글을 처음 들어 오고 미니 프로젝트를 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자기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색한 일인지도 느꼈다. 알고 있기는 했지만 정글이라는 과정은 강제성이 없고 모든 지시는 Slack과 LMS의 안내 페이지에서 정적으로 이루어진다. 대학교보다 강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평가와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은 나 자신이거나 팀원이다. 그것들을 챙기는 것은 모두 내 책임이 되고 하지 않았을 경우 나에게 직접 챙겨주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그래서 미니 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잘못 선택한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들어온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생각하기 나름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개발자를 하고자 함에도 프로젝트 경험을 많이 쌓지 않은 나의 잘못일 뿐이었다.
결국 과제를 내기에 급급하여 이해 없이 제출만 할 것인지,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하고 결과물은 형편 없게 제출하거나 완성하지 못할 것인지도 내 선택이다. 이 부분은 아직까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처음엔 CS 지식을 공고히 쌓아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현재 상태의 나에게는 그건 어려울 것 같다. 매주 시간은 한정적이고 주어지는 과제는 어쨌든 제출해야 한다. 주어진 과제 중 대부분을 공백으로 제출하는 것도 나에게 남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직은 정확히 정글에서 뭘 얻어 가야할지 잘 모르겠다. 정글 과정을 끝까지 마치기만 하고 생존하기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인생에서 잠시 조금 힘든 기간을 보내는 것일 뿐 얻는 것은 딱히 없을 거다.
그렇다고 개발 능력에 엄청난 향상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제한적인 시간 내에서 과제를 하려면 AI를 아예 안 쓰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이 매우 부족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로서는 내 속도대로 정글 과정을 마무리 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그러면 압축적으로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정글에서 주어지는 과제를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끝내는 것에 집중해볼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과제 제출에만 매몰되는 것은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남는 것이 거의 없게 될 것이다. 내 것으로 만들어질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쓰는 에세이도 마찬가지다. 결국 제출해야 하는 마감 기한이 있다. 당장 이번 주차에 있는 다른 과제들을 진행해야 한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고 작성할 시간 따위는 없다. 결론을 내려야 한다. 모든 선택과 책임은 나에게 있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선택은 내려져야 한다.
지금의 나로서는 정글에서 얻을 것은 태도와 관련된 부분이 가장 클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크래프톤 정글을 끝내고 나면 학교에 휴학생 신분으로 IT동아리 활동도 하고 작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보려고 할 것 같다. 그때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으며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크래프톤 정글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