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건 싫어

나는 비전공자다. 영어와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교 3학년이 되고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가고 싶은 회사는 어디인지 모든게 막연했다. 기업별 채용 공고를 보며 지원할 수 있는 직무를 살펴보았다. 해외영업, 마케팅, 경영지원.. 직무 소개를 읽어보아도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가고 싶은 회사는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은 없었다. 심지어 그것도 내가 가고 싶은 회사라기 보단 남들이 보기에 좋은 회사였다. 나는 이런걸 전공했으니까 이런 직무가 어울려. 이 회사에 들어가면 부모님이 좋아하시겠지? 라는 생각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답이 없는 문제

그러다 좋은 기회를 얻어 국내 대기업 중 하나인 H회사의 글로벌 리더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게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5개월간 인턴십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진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일했던 곳은 워싱턴 D.C에 있는 한 싱크탱크였다. 일종의 정책연구원으로 정책이나 국제 이슈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이다. 나의 주업무는 아시아 지역 주요 이슈에 대해 리서치를 하거나 부서 내 컨퍼런스 내용을 요약하는 일이었다. 컨퍼런스에서는 주제별로 토론을 하고 패널들끼리 의견을 나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북 제재에 관한 주제라면 강하게 제재 해야한다는 입장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 등을 주고 받다 토론은 끝난다.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느꼈다. 내 적성에는 안 맞는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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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십 당시 슈퍼바이저와 함께 :)

우연히 개발에 관심이 생기다

나에겐 이렇게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일하는 것이 맞지 않았다. 재미가 없었고 무엇보다 내가 성장하는게 느껴지지 않았다. 점점 느는 건 (슬프게도) 구글링과 영타 - 영문 타이핑 -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개발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인턴십을 할 당시 업무에 흥미가 없어서 시간 날 때마다 외부 컨퍼런스를 들으러 다녔는데 그 중 사이버 보안과 IT 기술에 관한 컨퍼런스가 재미있었다. 특히 '미래의 군대와 전쟁(?)'이라는 주제의 컨퍼런스에서는 예상과 달리 IT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IT 기술을 이용한 첨단 장비로 무장한 군인들과 컴퓨터를 이용한 사이버 전쟁이 나오는 영상을 보면서 '미래에는 IT 기술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IT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점점 더 커질 것 같았다.

또한 당시 차량 공유 서비스 어플인 우버와 리프트를 잘 이용하고 있었는데, 나도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켜서 현실에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이 당시 추상적이고 막연한 문제를 다루며 괴로워하던 나에게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떻게 개발 공부를 할 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턴십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결심했다.
"그래 일단 한 번 해보자. "
"적성에 맞으면 좋고, 안 맞는다 싶으면 그만두지 뭐.."

--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