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픈 우연

Temmie Chang (포인세티아)·2022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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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기엔 너무 길을 이미 다 아는듯이
우연이라기엔 모두 다 정해진듯이'

가끔씩 세상은 어느정도 결정되어 있고
시간은 그에 맞춰서 지나가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세상의 다양함에 비해
의식의 공간이 너무나 좁을 까닭일까

아니면 나라는 에이전트가 변화에 너무 소극적이라
어떤 환경이 주어져도 대응하는 방식이 정해져있어서
계속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학습자'의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 뇌의 신경신호라는 파라미터들로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파악하고 '예측'하고자 하겠지

가끔은 그것들에 스스로가 지쳐버리는 것 같다.
인간은 컴퓨터와는 달리 '무기력' 또한 학습하기 때문에,
정교한 예측이 가능해질수록 세상은 재미없어진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새로운 관측들이 점점사라지고
마치 비슷한 후크송, 본 것같은 드라마들이 반복되는 느낌

이렇게 생각하면 망각의 축복, 지식의 저주라는 말도 실감되고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슬픔도 찾아온다.

배움은 해상도와 같아서
배우는게 많을수록 세상이 더 다양하게 보인다고 했던가...

새롭게 보이는 세상은 때때로 감동이지만
집먼지 진드기 같은 보고 싶지 않은 것들 또한 보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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