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 101> 1. 이 병이 정말 감염병일까?

thisshalltoopass·2020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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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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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이 정말 감염병일까?

이번 글을 시작하며,
우리 모두 역학자가 이미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저는 극강의 컨셉충이니까요)

점치고 사주 보는 사람 아님 주의

어느 지역에서 갑자기 비슷한 증상으로 아픈 사람이 늘어났을 때, 역학자는 의학, 약학, 미생물학, 통계학, 역학 지식을 무기로 이 병의 정체를 파악하는 탐정과도 같아요.

때는 2019년 12월,
우한에서 정체 모를 폐렴이 유행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는 역학자로서, 이 병이 무엇인지, 원인 물질이 무엇인지, 전염력은 얼마나 있는지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파악해야 하는 미션을 받았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시죠?
새로운 유행병이 나타났을 때, 역학자들은 무엇을 가지고 병의 정체를 밝혀내는지 소개해드릴테니, 글 마지막까지 정독해주세요!

왜 감염병인지 알아야 하는가?

병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병원체로 인한 감염 뿐만 아니라, 영양부족 (비타민 B가 부족 → 각기병), **화학물질 중독 **(수은 중독 → 미나마타병), 대사 이상 (당뇨병)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에요.

병의 원인에 대해 규명해야, 원인 물질의 생성량을 줄이거나, 노출량을 줄이거나 혹은 우리 몸에서 방어할 수 있는 수단(백신 같은)을 개발할 수 있어요.

감염과 전염의 차이

감염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먼저 감염(infection)과 전염(contagion, transmission)은 다르다는 것을 짚고 넘어갈게요.
감염병원체가 숙주 안에 침투하여 증식하는 과정을 말하고,
전염은 병원체에 감염된 숙주가 다른 미감염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병원체를 전달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참고) 감염되면 다 전염성이 있는 것 아니냐? 고 하실 수도 있지만,
꽤 많은 비전염병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답니다.
예를 들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에 감염되면 위궤양 혹은 심한 경우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이 질병이 전염병인 것은 아니죠.

감염병 판단 기준

그렇다면 새로운 병이 감염병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 1. 임상 근거 **
다른 알려진 감염병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경우.

임상 현장 (병원, 약국)에서 모은 환자들의 증상들로 먼저 추측할 수 있습니다.
COVID 19의 초기에, SARS의 주요 증상이었던 고열, 두통, 기침, 호흡곤란, 피로감과 ** 주요 증상이 겹침**을 초기 임상 데이터로 확인하고, 당시에 마련된 치료법과 대응지침을 응급 적용했었죠.

2. 병리학적 근거
환자의 체액 등에서 병원체가 검출되었을 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궤양 환자들의 위 점막에서 발견된 사례나,
2016년 지카 바이러스는 소두증으로 태어난 아기들의 뇌에서 발견된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COVID 19의 원인인 SARS-Cov-2 바이러스는 뇌나 위 점막까지 갈 것 없이, 가래나 콧물에서 쉽게 발견이 되었습니다.
실험실에서 이 바이러스를 분리해내고 구조를 보고 나서 '코로나' 계열의 새로운 RNA 바이러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3. 역학적 근거
어느 지역에 몰려 있는지? 걸린 사람들의 정보, 발병 시기 등을 파악하여 병원체와 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밝혀낼 수 있습니다.


최초의 역학 지도로 불리는, 영국의 의사 존 스노우의 콜레라 사망자 수와 물 펌프 위치 지도 입니다.
~~(이 아저씨는 역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답니다. 적어도 이쪽 세계에서는 왕좌의 게임 주인공보다 더 핫한것 같아요!)~~

당시엔 아무도 콜레라가 오염된 물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몰랐어요.
그런데 존 스노우가 그린 이 지도를 보니 화살표 부분의 물 펌프 주위로 콜레라 사망자가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죠!
이렇게 지도에 발병현황과 가능한 원인들을 표시해두면, 발병원인과 최초 발생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COVID 19 초기에 최초 발생지였던 화난시장을 밝혀낸 방법에 지도를 기반으로 한 방법이 쓰였습니다.
데이터를 잘 다루는 역학자라면 **지리정보시스템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으로 초기 발병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겠죠?
~~(저랑 GIS 같이 공부하실 분 모집합니다 1/200000)~~

최초 발병으로부터 시간이 좀 지났다면,
시간별로 케이스의 수를 세어볼 수도 있겠죠.

위의 그래프는 수두의 발생자 수를 날짜에 따라 그린 것입니다.
기준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이 병의 공통적인 임상 증상인
발진이 일어난 날로 잡았습니다.
2월 초에 최초의 케이스가 나온 이후로,
2월말 - 3월중순까지 2차 유행이 된 것을 알 수 있죠!
그 후 3월말 3차 유행, 4월까지 n차 유행이 되었다가,
그 후로는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를 통해서 얼마나 빨리 확진자가 늘어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첫번째 확진자의 증상 발현 시기와 두번째 확진자의 증상 발현 시기 사이 기간을 **세대 기간 (Serial interval)**이라고 합니다.
전염병의 컨트롤에 아주 중요한 요소로, 이것을 계산하는 것도 역학자의 역할입니다.

**세대 기간 Serial interval **
= 두번째 확진자가 증상 나타난 날 - 첫번째 확진자가 증상 나타난 날

COVID 19 실습

우리 그럼 COVID 19 초기 (2020년 2월)에 나온 1)데이터로
지난 시간에 알아본 잠복기와, 세대 기간을 구해보고,
이 병의 특징과 방역대책을 세워봅시다
~~(!! 아니 두번째 시간만에 이렇게까지)~~

실제 논문에 나온 데이터를 가지고, 맨 오른쪽에 세대 기간(Serial interval - days라고 적힌 컬럼)을 계산하였습니다.

이 세대 기간은 모두 다르게 나와 있네요.
첫 확진자의 임상 증상이 나타나고 며칠 뒤에 두번째 확진자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을까요?
이걸 알아야 이 병이 보통 며칠만에 전염된다고 말할 수 있을거에요.
그래서 세대 기간에 따라 해당되는 케이스의 수를 히스토그램으로 그려봤어요.

평균 세대 기간은 4.6일, 중간값은 4일이네요.
사실 이 28개의 샘플을 가지고 그린 그래프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피크가 두 개로 보이기도 하고 확실히 정규분포인지도 모르겠구요.
이럴 때는 더 많은 샘플 수를 가지는 데이터를 가능하다면 더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101명의 케이스를 다룬 다른 2)데이터를 찾아봤더니,
97.5%의 감염자들은 감염시점으로 부터 10.5일 안에
증상이 나타났으며 (95% 신뢰도. 신뢰구간 7.3 - 15.3일)

잠복기의 중간값이 5.2일이라는 데이터를 찾을 수 있었어요.
잠복기가 뭐였는지 잠깐 복습해볼까요?

잠복기 Incubation period
: 감염된 후 몸에서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까지의 기간

이 두 데이터를 보니, 잠복기(5일)가 세대 기간(4일)보다 기네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제가 만약 1번 확진자라고 하면,
전 우한 해산물시장에 다녀오고 (감염되고) 나서 5일만에 열이 났어요.
잠복기 5일 사이에는 아픈지 몰랐으니
친구랑 제가 좋아하는 감자탕을 먹으러 갔어요.

감자탕을 같이 먹은 제 친구 A가 제가 아팠던 날로부터 4일뒤에 열이 났고,
두번째 확진자로 판정받았어요.
저는 제가 열난 날 바로 제 주변에 다 알렸거든요?
저 아프니까 저랑 접촉하기 마시라고.
근데 제 친구는 제가 아프기 전 멀쩡하던 날 만났다가,
저를 만난지 5일이 지나고 나서 아프게 된거죠.

이말인즉슨, 증상이 없을 때도 남에게 전염을 시킬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발병 초기 데이터만 가지고도,
COVID 19이 무증상기에서도 전염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현장에서 일하는 역학자들이 쓰고 있는 방법이에요.

무증상기의 전염력을 알고 나서, 이를 대처하기 위해서
자가 격리를 하라는 조치가 내려졌어요.
이때 자가 격리 기간은 얼마나 잡아야 할지도 역학자가 결정한답니다.

(데이터가 정확하다고 가정하면)
아까 97.5%의 감염자들은 95% 신뢰도 기준에서 최대 15.3일 안에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었죠.
이 기간을 가지고 현재의 14일 자가격리라는 기간이 정해진 것입니다.
무작정 격리기간을 3주나 한달로 늘린다고 좋은 것이 아니에요.
생계문제, 개인 사생활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또 정책을 받아들이고 따르는 정도가 격리기간이 늘어날수록 떨어지니까요.

이렇게 여러분은 COVID 19의 원인물질도 밝혀냈고,
세대 기간과 잠복기를 통해 무증상 전염 가능성도 알아내어
자가 격리라는 대책을 세워냈습니다!! (쨕쨕쨕)

~~노벨상 대신 박수, 갈채, 그리고 저의 사랑을 드립니다.~~

이걸 7개월 전 전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역학자들이 같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설레지 않나요? (않나요....? 저는 그래요)

여러분들이 모두 가지고 계신 데이터 역량을 활용하면,
더 많은 데이터셋을 모아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거에요.

다음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 코로나의 변종이 유행하게 되거나, 다른 질병이 유행하게 되면
오늘 보신 이 글이 생각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피드백이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제발 : )

데이터 출처

  1. Hiroshi Nishiura, Natalie M Linton, Andrei R. Akhmetzhanov (2020). Serial interval of novel coronavirus (2019-nCoV) infections. medRxiv 2020.02.03.20019497; doi: https://doi.org/10.1101/2020.02.03.20019497
  2. Stephen A Lauer, Kyra H Grantz, Qifang Bi, Forrest K Jones, Qulu Zheng, Hannah Meredith, Andrew S Azman, Nicholas G Reich, Justin Lessler (2020). The incubation period of 2019-nCoV from publicly reported confirmed cases: estimation and application. medRxiv 2020.02.02.20020016; doi: https://doi.org/10.1101/2020.02.02.2002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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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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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30일

글쓰는 재주가 남다르세요! 쉽게 잘 설명해주셔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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