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 (1) 학습법을 학습했다

오수희·2020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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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법을 학습했다

ㅡ 파이썬 for문의 정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흡수한 시점에 관해


우리는 보통 이런 학습과정을 거친다.
(가장 비교가 용이한 수학 과목 시간을 상상한다.)

  1. 갑자기 학습목표가 정해진다(교실 칠판에 써있음).
  2. 어떤 개념을 갑자기 배운다. 정말 갑자기 내 인생에 인수분해가 들어오는데, 그 이유나 필요성은 알 수 없다.
    2-1. 개념이 너무 심플하고 함축적이어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3. 그 상황에서 문제를 푼다. 얼추 대충 맞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다.
  4. 더 어려운 문제를 푼다. ... 아무튼 진도를 쭉쭉 뺀다.
    4-1. 개념을 익힐 때부터 의욕과 타이밍을 잃어, 여기서 질문할 의지가 없다.
  5. 시험을 본다.
  6. 마음으로 운다.

보통 이런 결과에 대해 내 탓을 한다. 주어진 학습내용을 '내가' 잘 따라가지 못했고, '내가' 제때 질문도 하지 않았으며, 그에 따른 시험결과도 '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같은 교육을 받고도 명백하게 잘하는 친구들도 이러한 내 탓에 힘을 실어준다.

요즘 개발언어를 공부하는 나는 이러한 과거 경험을 떠올릴 때가 많아지는데, '그 때도 이렇게 공부했다면 뭔가 달랐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예시로 최근 파이썬을 공부한 경험을 남기고 싶다.


진행과정도 위와 비슷한 방식으로 남겨보자면 이렇다.

  1. 뭔가를 배운다. 왜 필요한지도 대충 들었다. 파이썬은 뭐고 이걸 누가 만들었고 변수가 뭐고.. '오호 네덜란드 사람이 만들었군?' 스토리는 흥미롭지만 컴퓨터적인 개념은 모르겠다.
    1-1. '이렇게 천천히 나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천천히 진도나가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이 된다.
  2. 힘들게 설치한 프로그램에 a = 1 이나 b = 2, a + b 이런 걸 쳐보라고 해서 쳐본다. '오호 답은 3이 나올 거 같은데, 역시 3이 나오는군, 근데 이걸 굳이 왜 하지..' 하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프로그램은 낯설지만 예시는 쉽다.
  3. 문자열 인덱싱, 리스트, for 문.. 다양한 개념들을 배우지만 여전히 낯설어 개념은 대충 넘기고 하라는대로 따라 쳐본다.
    3-1. 이때 따라 쳐보는 것만으로도 삽질하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이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가르치는 존재의 이런 코멘트다.
    "아,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요."
    "아, 그건 몰라도 돼요. 나중에 차근차근 할 거고 지금은 이것만 할 수 있으면 돼요."
    "아, 그것도 몰라도 돼요. 다른 사람들도 잘 몰라요."
    "지금 아주 잘 하고 있어요. 지금 HelloWorld라는 걸 님이 출력한 거예요. 프로그래머처럼!"
  4. 혼자서 복습하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이때부터 혼자 또 따라치고 간단한 응용을 해보면서 굉장히 주도적인 '이게 왜 안 되지?'의 케이스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4-1. 그리고 바로 이때가 '기본 개념'을 흡수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강의노트의 개념 설명은 이때서야 빛을 발한다. 설명이 충분치 않으면 스스로 더 찾아볼 수 있는 시기도 이때다.

파이썬의 for문은 '어떤 반복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많이 들었고, 대충 알고 있었다. 그 개념이 낯설어서, 단순히 '반복'하는 무언가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데, 오늘 복습을 하면서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는 무엇을 어떻게 반복하는 것인지, 왜 하는 것인지 등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건 나라는 사람에게 커스터마이징 된 경험일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의 전환이 무척 빠르고, 처음 낯선 것을 들으면 한번에 끝까지 파고들어 이해하기보다는 가능한 만큼 이해하고 어디 좀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좀 더 이해하는 식의 학습이나 일 경험이 많이 쌓인 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아래와 같은 내용은 내게 오래 기억될 것 같다.

for문 정의: 리스트나 튜플, 문자열의 첫 번째 요소부터 마지막 요소까지 차례로 변수에 대입되어 '수행할 문장(코드)1', '수행할 문장2' 등이 수행된다.

문자열 포맷팅의 의의: 문자열 안의 특정한 값을 바꾸어야 할 때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당장 좋은 성과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평생의 학습을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다. 오늘 내가 (또) 경험한 작은 성취감이나 성장의 감각 또한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학습에 힘을 더해줄 거라 믿는다.




VIL(on Vacation I Learned) 시리즈
: 2020 추석 연휴동안 경험한 것들을 감상과 함께 정리해본다.

(1) 학습법을 학습했다 (현재 글)
(2) 소셜딜레마를 보았다: 데이터사이언스, 사용자 최적화와 그로스해킹의 어두운 이면
(3) 성장 프레임을 다시 생각했다: 그릿Grit / 성취하는 사람: 나는 열심히 하면 내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 학습 프레임과 실행 프레임 / 김보람 감독의 안무 창작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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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마케터인데 이제 데이터를 좀 곁들인.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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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5일

와 수희님 공감해요. 응 그렇구나 응응... 하면서 넘겼던 것들이 스스로 공부하며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다시 공부하면서 정말 제 것이 되는 경험 저도 했어요. 수희님께서 그 경험을 언어화해주시니 저도 갑자기 막 뿌듯하고.. 용기를 얻게 되고 그렇네요. 파이썬 마스터를 향해 함께 달려요...!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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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4일

미쵸따리 이거 다 정리한고야?? 짝짝짝 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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