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되겠다

userwithnoname·2021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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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JIRA에 빼곡히 메달려 있는 티켓들. 지난 스프린트에 분명 TODO에 있던 십 여개의 티켓을 DONE으로 깔끔히 옮겨놨는데 어김없이 TODO에 티켓들이 만들어져 있다.

요구사항을 듣고, 회의를 하고, 회의를 또 하고, 회의를 여러 번 하다보니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본격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지금부터다. 근무시간에는 회의를 하느라 IntelliJ를 열어볼 시간도 없었다. 퇴근을 하고 공식적으로 슬랙을 무시할 수 있는 시간에 드디어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master에서 브랜치를 하나 새로 생성하고 코드를 작성해 나간다. 열심히 좋은 코드를 짜보려고 하지만 클린코드의 적은 과로와 피로이기 때문에 내일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만 클린하게 코드를 작성한다. 그래도 변수명은 꽤나 고심했다구.

저녁을 먹고, 코드를 짜고, 커밋을 하고, 푸쉬를 하고, 티켓을 DONE으로 옮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불행한 건 전혀 아니다. 내 실력에 지금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하다. 모든 게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힘듦을 가지고 불행하다고 하기엔 민망하다. 퇴사의 이유로 삼기에도 면목이 없다.

그래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이렇게 평생 JIRA 티켓을 TODO에서 DONE으로 옮기며 살 수는 없다.

앱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듣기에 건너 건너 누구는 앱 개발해서 잠실에 집을 샀느니, 벤츠를 끌고 다닌다느니 하던데. 나도 앱 개발로 돈 많이 벌어서 두둑한 인격을 겸비한 착한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든 퇴사를 할 수 있어 누구에게나 나이스한 사람이 되어야겠고 생각했다.

역시, 공부를 하려면 돈을 써야지.
역시, 영어 강의를 들어야 간지가 나지.
역시, 간지가 나야 공부할 맛이 나지.
취업도 아니고 창업인데 인프런 강의로는 부족해. 역시 Udemy 강의를 들어야겠어.

Udemy 강의를 구입했다.
https://www.udemy.com/course/flutter-bootcamp-with-dart/

플러터를 하면 안드로이드와 IOS 앱을 한 번에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크로스 플랫폼이라던가. 용어에는 관심 없다. 그러니까 이걸 사용하면 한 번에 안드로이드와 IOS 앱을 만들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거지.

API만 찍어내다보니 프론트 코드를 작성하는 게 어색하지만 코딩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2달 만에 만든 앱으로 수익화도 한다던데!

1주일을 공부하고 아래의 레이아웃을 만들었다. 2달 뒤에 돈을 벌고 있는 내가 오늘의 나를 얼마나 귀여워하고 대견해 할지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서, 앱 개발을 시작했다. 이건 TIL도 아니고 개발하며 깨달은 통찰에 대해 적는 것도 아니다.

퇴사를 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API 생산자의 몸부림이며 조금 꾸며 말하자면 자유를 위해 떠나는 항해일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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