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의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 회고록 (1학년) 📗

Eric·2022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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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전의 에피소드 그리고 2021년 3월부터 12월까지,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의 1학년 생활을 정리해보려 회고록을 작성합니다.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신입생 뿐만 아니라, 다른 SW 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를 선택한 이유

초등학교 6학년 때 부터 개발에 관심있던 나는, 중학교 재학 도중 마이스터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내신 과목보다는 개발에 관심있었던지라 마이스터고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고, 나는 SW 마이스터고 쪽을 알아보게 되었다.

원래는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를 알아보고 있었지만, 같은 중학교 선배의 권유로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를 알게 되었고, 이곳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취업연수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안 나는 이를 흥미롭게 여겨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로 목표를 정하게 되었다.

사실 당시 대덕소프트웨어고등학교는 커트라인이 대구에 비해서 높았기에, 비교적 내신 성적이 낮았던 나에게 있어 큰 부담이었던 것이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기도 했다.

🖊 입학 전

서류전형과 면접, 그리고 코딩테스트

당시 대구SW고에서는 내신만 반영하는 일반전형과, 내신과 코딩 실력을 전부 반영하는 특별전형 2가지 전형이 존재했는데, 당시 C언어 등 코딩을 할 수 있었던 나는 특별전형을 선택하게 되었다.

11월 경, 서류전형에 합격한 나는 대구소프트웨어고등학교에서 2차 전형(면접)을 보게 되었다.
당시 일정은 적성검사, 코딩테스트(특별전형 한정), 팀워크 활동 면접, 인성면접 순으로 진행된 걸로 기억한다.

적성검사는 검사지를 준 뒤, 스피커에서 나오는 지시에 따라서 답안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상한 도형 문제, 그리고 수리 문제, 국어 문제 등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 적성검사는 딱히 준비할 필요도 없고,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후 코딩테스트는 시험지에다 답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C언어와 스크래치 문제가 나왔던 걸로 기억하며, 난이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시 내 기준으로는 중하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시험을 친다면, 난이도 하가 되겠지만..)

팀워크 활동 면접은 4~5명 가량의 학생들 당 하나의 랩실에서 진행되었다. 다같이 종이비행기 접어서 멀리 날리기, 제한된 준비물로 코로나 방역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 발명하기 등의 과제가 있었다. 랩실마다 한 분의 선생님이 배정되는데, 이 선생님들께서는 우리의 이러한 활동 과정에서의 팀워크 등을 평가하게 된다. 이것 또한 적성검사와 마찬가지로 딱히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된다. 적성검사와 팀워크 활동 면접으로 떨어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성면접의 경우 면접 질문의 내용이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다음과 비슷한 내용이었던 거 같다.

  • 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SW가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이 SW의 헛점을 찾았고, 이를 이용해 게임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이라면 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 당신이 동아리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팀 구성원 중에서 자신이랑 마찰을 겪은 사람이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른 아침에 시작된 2차전형(면접 등)은 오후 7~8시 쯤에서야 끝나게 되었고, "과연 합격이 될까?"라는 막연한 걱정 속에서 이날 하루는 마무리 되었다.

다행히 결과적으로는 이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신입생 멘토멘티 활동

합격 통보를 받은지 1~2달 뒤, 현재 재학중인 대소고 선배들이 멘토가 되어 우리 신입생들을 가르치는 신입생 멘토멘티 활동이 진행되었다. 학교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은 물론, 필요한 덕목까지 기르는 활동이었다. 대략적으로는 :

  • C언어 강좌 & 매주마다 나오는 C언어 문제
  • 멘토 선배들과의 영상통화
  • <완벽한 공부법> 책 읽기 및 독후감 작성

등이 있었다.

📅 1학년 1학기

학교생활

모두가 어색했다. 처음 보는 학교, 처음 보는 기숙사, 처음 보는 친구들.. 그래도 학교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들과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의 특성 덕분에 비교적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거 같다.

당시에 우리는 새내기인지라, 기숙사의 생활은 조금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 규율도 엄격했고, 다같이 생활하는 공간 특성 상 일부 친구들의 코골이 소리도 힘들었었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1~2달 뒤에는 어느정도 적응할 수 있었다.

성적

참고: 대구SW고는 한 학기에 1번만 시험을 칩니다(기말고사만)

중학교 때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지만, 이곳에서는 열심히 공부해 상위권 안에 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마이스터고에서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사실 미국 취업연수나 각종 취업에 있어 성적이 높으면 유리하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Google의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해 교과서의 내용들 중 핵심 키워드를 정리하고 차시별로 난이도를 매기는 등,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국어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2~3등급 대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과학, 사회 과목은 전교 3등을 얻어낼 수 있었다. 내 예상보다도 훨씬 높은 성과였다.

다만 중학교 때는 높았던 영어 점수가 내린 것을 보고 다음 시험에는 영어와 국어를 중점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활동

1학기의 활동들 중에서는 피지컬 컴퓨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외부 강사분들께서 전기 회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부터 아두이노까지 다양한 지식들을 한 학기동안 가르쳐 주셨는데, 사실 매우 어려운 내용들이 많은데다, 4교시를 연속으로 진행하는지라 힘들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의 피지컬 컴퓨팅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는 7월달에 국립대구과학관에서 해커톤을 개최하였다. 이 해커톤에서 우리는 하루 안에 아두이노를 이용한 작품을 만들어야 했는데, 중학교 때 아두이노와 관련된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경험을 토대로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동아리

학교에 입학한지 1달 정도가 되었을 때, 각 동아리에서는 멤버 모집을 시작했었다. 나는 어떤 동아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1주일 뒤에 새로운 동아리의 모집공고가 뜨게 되었다. CNS라는 입학전형시스템 개발팀이었다.

나는 한 학교의 입학전형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만큼 가치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해, 면접에 지원하게 되었다. 당시 면접에서는 우리가 학교에 들어올 때 사용했었던 입학원서 사이트에 대해 느낀 점이나, 관심있는 기술, 인성과 관련된 질문들을 받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나는 백엔드 담당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아직 1학년 1학기인지라 선배들은 실질적인 업무 등은 아직 맡기지 않았고, 사실상 소속만 CNS인 상황이었다. 1학년들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두카미(교육 동아리)바인드(학생 관리 플랫폼 개발팀)와 달리 우리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해 소속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 1학년 2학기

학교생활

2학기에는 슬럼프가 찾아오게 되어 비교적 힘든 학교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후술할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큰 영향을 끼쳤던 거 같다. 그래도 친구들과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를 어느정도 극복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성적

단순히 높은 성적을 받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저번 학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평균 2등급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시험공부에 임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스프레드시트 대신 Notion을 이용해 더욱 더 체계적인 공부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번 시험공부에서는 저번 성적 때문에 상당히 부담감이 컸었다. 수학과 영어, 국어 등도 10등 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후 시험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데, 저번과는 달리 상당히 많은 변동이 있었다.
먼저 수학 과목과 영어 과목의 점수 향상이었다. 기존에 전교 9등이었던 영어는 3등으로, 전교 14등이었던 수학은 2등으로 매우 큰 변동이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나머지 과목의 경우에는 사회는 그대로 전교 3등, 과학은 전교 2등으로 더 올라가게 되었다.

다만 국어는 저번처럼 4등급을 받는 것은 면했지만, 여전히 10등 내에 들지 못해 아쉬웠다. 3등급 과목 1개, 2등급 과목 2개, 1등급 과목 2개라는 성과를 거둔 나였지만, 사실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일반교과에 집중하는 탓에, 자료 구조(알고리즘)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 같은 전공교과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사실 전공교과는 절대평가인지라 이 점을 감안해서 일반교과에 몰두하는 전략을 세우고, 실제로도 성취도는 다행히 A를 받은 나였지만 되돌아보니 너무 후회되던 일이었다.

겨울방학식 날에는 2학기 성적표가 지급되며 교과우수상 시상도 같이 진행하였는데, 이 때 나는 단 하나도 교과우수상을 받지 못했다. 평균 등급으로만 비교하면 여러 과목에 대한 교과우수상을 받은 두 친구들보다 내가 더 높거나 같았지만, 아까 말했던 전공교과의 실책, 그리고 전교 1등을 받지 못하고 애매하게 2등이 된 것 때문에 나는 결국 교과우수상을 단 하나도 받지 못했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결과가 나왔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일로 힘들어서 울었다. 교과우수상을 받은 그 두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는 법.

그렇게 나는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활동

ICT 융합엑스포

2학기에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ICT 융합엑스포에 참가하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사실 1학년들에게는 필수 참가가 아니였지만, CNS 동아리의 팀원들과 함께 실력을 쌓기 위해서 참가를 결정한 것이었다.

우리는 아이디어로 급식 메뉴신청 플랫폼을 결정했다. 우리 학교 급식소에서는 학생들에게 메뉴를 포스트잇으로 추천받아 이를 일부 반영하고 있었는데, 포스트잇을 이용하면 영양사 선생님께서 불편하다는 점을 눈여겨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계획한 것이었다.

당시 팀 내에서 유일한 백엔드 개발자였던 나는, 약 한달 간 서버를 작성하며 프론트 친구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서버를 완성해내고, 프론트와 연동할 수 있었다. 당시 Spring Framework를 처음 사용해 보았는데, 이로 인해서 많은 오류와 구현 문제로 힘들었었던 거 같다. 그래도 융합엑스포 개막 1주일 전에 프로젝트를 완성해 내니, 크나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ICT 융합엑스포가 열리고 나서는, 매우 바쁜 3일을 보냈다. 마침 우리 부스는 위치가 좋아 사람들의 눈에 띄었는데, 덕분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가 개발한 프로젝트를 설명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직접 설명해드렸던 분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들로는, 대구은행 부부장님, 이엠엘 대표이사님, 대구광역시 교육감님 등이 계셨다. 특히 대구은행 부부장님께서는 급식소 뿐만 아니라, 사내식당에도 적용하면 좋을 거 같은 아이디어라고 극찬해 주셨다. 이외에도 다른 소프트웨어고의 학생/교사 분들과, 현직 개발자 분들의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교내 연말해커톤

🔗대구SW고에서의 연말 해커톤을 되돌아보며 내용을 참고해주세요 :D

동아리

2학기가 시작되면서 선배들께서는 우리 1학년들에게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쳐 주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아리 팀원들과 함께 앞에서 언급한 ICT 융합엑스포 준비도 진행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1학기와는 달리,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어 보람찼다.

📗 글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회고록을 쓰고 나니, 1년 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정말 한 일이 없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번 2022년에는 SK에서 주관하는 스마트 앱 챌린지나 삼성에서 주관하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 등 더 높은 곳에도 도전해 보고, 내신 성적도 전교 1등을 노려보고자 한다.

지역 상관없이, 올해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도 건투를 빌며 글을 마무리한다.
당신의 멋진 꿈을 코드와 함께 실현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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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end Engineer | 코드로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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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9일

멋있으시네요 혹시 학교 입학 할때 1차에서 학교 성적으로 퍼센테이지가 좀 있던데 어느정도셨는가요? 중학교 때 대략 몇%정도셨나요? 제가 그쪽 학교에 관심이 많고 가고 싶기 때문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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