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회사생활에 대한 회고

Waldo·2020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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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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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기업에서 온갖 일을 하다가
하필 이 코로나 시국에 갑자기(?)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사실 세상에 갑자기가 어디 있겠습니다!)

5년하고 정확히 1개월 동안 했던 일들을 돌아보면

  1. 사내 프로젝트 위키 화면 개발
  2. java 서버 모듈 개발 (센서의 json 파싱하고 저장)
  3. 인프라 모니터링 솔루션 화면/서버 개발
  4. 해외개발팀과 신규 모니터링 솔루션 개발 및 프로젝트 관리
  5. 개발과 전혀 무관한 팀으로 부서이동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상세한 이력이라 왠지 글을 적기가 다소 쫄리는 느낌이 있긴하지만,
뭐 이제 저는 자유의 몸이니 맘껏 회고를 해보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라고 할건
역시 '안정'과 '복지'랄까

사실 복지의 경우,
저는 열심히 찾아쓰는 편이 아니어서
많은 혜택을 누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와 보니 당연하게 누렸던 수많은 복지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율출퇴근, 각종 임직원 할인, 복지포인트, 대출, 사내식당,
의료비 지원, 성과급, 육아관련 지원, 어린이집 등)

안정이라는 부분은 굉장히 복합적이긴 한데...
일단 누구나 알만한 '망하지 않을 대감집 노비'라는 점은
심적으로 엄청난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매번 투덜거리면서도
안정감에 나올 생각이 들기는 쉽지 않았고, 겁도 많이 났던거 같습니다.
다시 돌아봐도 여전히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며 다녔던 것 같네요.

위 두 개의 장점은 다닐때 부터 알고 있었지만
나와서야 알게된 점은 '관리시스템'이 엄청나게 잘 되어있던거구나 였습니다.

제가 해당 회사에 있으면서 종종 했던 불평중에 하나는
'여기는 왜 개발만 하게 두질 않지?'였는데...

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이미 시스템화되어 관리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한사람이 일을 하는데 필요한 엄청나게 많은 부분들이
이미 되어 있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는 점이
아 나... 따뜻한 지붕 밑에 있었구나를 느끼게 해줬네요...

  • 품질은 품질팀에
  • UI/UX 디자인은 해당 부서에
  • 퍼블리싱은 외주 디자이너 분에게
  • 프로젝트 관리의 책임은 부서장이...
  • 그 외 온갖 개발에 필요한 Tool들은 사내 공식툴로 지정되어 관리

아니 이렇게 보면, 그동안 나는 뭐했나 싶기도 하고
왜 나왔나 싶긴 하지만 나름대로 쌓여온 불만도 많았습니다.

1. 개인의 성장과 회사에서의 업무를 Align하기 어려운 점

개발을 한다고 해도 Core 업무보다는
레가시 시스템의 버그픽스나 기능추가 역할로 머무르게 되는 단점이 있었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사장되는 기술에만 매달려야 하는 점과
5년 내내 신입이 안들어 와서 성장할 기회 없이 계속해서 온갖 부수 업무가
뒤따라왔던 것에도 불만이 있었습니다.

단적으로, 모 부서장님의 명언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개발자들을 대거 기타 직무로 전환하게 될 때 한 말이었습니다.

개발이 하고 싶으면 집에 가서 해라
(????!!!!! 아니 저는 개발직군으로 들어왔습니다만...)

무튼... 그런 분위기로 무기력해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부서에서 필요한 일에 있는 사람을 투입하는게 최우선이다 보니
개발자라기보다는 일꾼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주체적으로 일을 선택한다기 보다는 투입되어야하고,
조정이 쉽지 않은데 매번 또 일은 빡시구요.

무기력함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장님의 말을 따라
하고 싶은 개발은 밖에서 하는거지! 라면서
React, Javascript(ES6) 등 회사에서 필요없는 기술스택의
온라인 강의나 사외 강의를 주말을 쪼개가며 듣거나
별도 스터디를 하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일이 되지 않는 것에 저란 사람은 쉽게 지쳐버리고 말더군요...
(프로 열정러들은 사이드 프젝도 많이 하시지만 저의 저질 맨탈은 그렇더군요 ㅠㅠ)

2. 빠듯한 일정과 매해 바뀌는 방향성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매 해 부서에서 필요한 일의 방향성은 바뀌고,
바뀌는 방향에 따라 의견반영은 없이 일정에 쫓기며 일하다 보니
동일한 일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다시 반복하는 일도 잦았고,
완성된 일에도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일정은 항상 빠듯했다는 점이 빡셨습니다 ㅠㅠ
참고로 일정조정은 저같은 일개 대리가 감히 할수 없는 일이었고,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일단!대충이라도!'라는 구호를 외치며
타협을 해가며 일을 해도 일이 남아 야근을 했었습니다.

위와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방향성이나 성취감 없이 소진을 하며
일했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을 잘 풀어나가며 일했어야 했던 부분도 있어서
이건 저 스스로도 반성을 해야하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저는 퇴사를 했습니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부족함이 많은 채로 나와 많이 헤맬 듯합니다만, 스스로 반성하고 성장하기 위해 여기에 꾸준히 글을 올리며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profile
늘어가는 연차, 애매해진 경력을 딛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은 (아직은) 백엔드 개발자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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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5일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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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6일

잘 읽었습니다~ 시리즈 2번째 글도 기대할게요~~!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