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딴짓을 조금 하고 싶어서 영화를 봤다. <파울볼>이라는 독립영화이며, 2012년 창단해 2014년 해체한 최초의 국내 독립야구 구단 고양 원더스의 이야기를 리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했다. 야구를 좋아했기에 당연히 알고 있던 팀이었고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내가 느낀 부분만을 담아서 글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야구에서는 "파울"이라는 것이 있다. 공을 쳐서 아래의 초록색 지역이 아니라 짙은 갈색 지역으로 보낼 경우 안타도 아웃도 아닌 상태로 타자에게 다시 한 번 공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고양 원더스에 들어오는 선수들은 프로 구단의 2군에도 지명되지 못한 선수들이다. 야구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선수들이 프로 구단의 지명을 기대하며 프로 2군과 경기들을 치룬다. 물론,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는 선수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지명되더라도 내게 이름이 익숙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희망을 품고 연습하고 경기를 뛴다. 한때, "야신"이라고 불리며 SK의 찬란한 왕조를 세웠던 "김성근" 감독은 그들을 엄격하게 훈련시킨다. 그리고 "나도 너희들을 포기하지 않을테니 스스로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렇게 고양 원더스는 여러 문제로 해체되기는 하지만 3년간 20명이 넘는 프로 선수를 배출한다.
나도 살면서 정말 많은 파울들을 쳤었던 것 같다. 나의 원래 꿈은 기자였다. 아니 그 전으로 간다면 PD, 그보다 더 전으로 간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러 이유들 때문에 그때의 꿈들은 접게 되었고 나는 늘 "아웃"이 되고 나서 다음 타석에 서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금 인생을 돌아보면 그것들이 "아웃"이 아니라 "파울"이었던 것 같다.
안녕하세요 은기님 :)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서 인상깊은 영화를 보면 '와 재밌다..!' 정도로 리뷰가 가능한데 야구 관련 영화를 인생과 연결시킨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접었던 꿈들을 "아웃"이 아니라 "파울"이라고 비유하셨는데요, 이 부분에서 큰 힘을 얻고 갑니다. 은기님도 "홈런"과 같은 꿈을 찾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은기님, 김남현입니다. 생각해보니 은기님과 스페셜 피어세션 때 만난 적이 없는 거 같네요...맞나요? 은기님이 어떤 분인지, 과거에 어떤 꿈을 가졌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시간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야구를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저 또한 예전에는 야구를 좋아했고 거의 매일 응원하던 야구팀 경기를 봤지만 지금은 흥미를 잃어서 축구를 훨씬 좋아합니다(꼴데는 해체하자)! 심지어 야구 관련 다큐멘터리는 본 적이 없지만 축구 관련 다큐멘터리는 많이 봤습니다.
고양원더스라는 이름은 들어본 것 같지만 그들에게 이러한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보자마자 제이미 바디랑 맷 도허티가 떠올랐습니다. 희망을 품고 연습하며 경기에 출전하면서 언젠가 최고의 프로 무대를 밟는 자신을 그리다가 결국 꿈을 이루는 동화 같은 이야기네요. 지금의 상황과 다르게 미래엔 어떻게 되어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 인생을 되돌아보면 저도 대기만성형인 인간이었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와닿는 거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파울볼로 계속 쳐내면서 버티면, 언젠가는 확실한 공이 오지 않을까요? 은기님과 저의 인생에도 그런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늦게 핀 꽃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