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나는 왜 개발자를 선택했나?

yoop·2020년 1월 12일
40
post-thumbnail

나는 계속해서 흐르는 물이고 싶다

익숙함은 편안함권태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공기업 근무 7년차

스물 셋.
친구들보다 운좋게 이른 취업을 한 것도 모자라 공기업에 입사하였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고 기대없이 진행하여 덜커덕! 붙어버렸기에 당시엔 기쁨보다 얼떨떨함이 컸다.
그것도 잠시뿐,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할 시간도 잠깐이었고, 바로 현장 업무에 투입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익숙해 졌을 때, 처음엔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처음엔 이삼십년 넘게 근무한 선배들에게서, 그리고 그들로 이루어진 이 회사에서,
나중엔 나에게서도 조금씩..

그러자 덜컥 겁이 났다. 내게서도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이.
인정하고 깨닫는 건 정말 다행히도 금방이었다.
하지만 2052년으로 찍혀 있는 내 인트라넷 속 정년, 안정된 급여, 공기업을 향한 주변의 부러움.
이것들을 뒤로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데는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제주도 한달살이

정말 잘 맞았었지만 전공 공부를 놓은 지도 오래되었을 뿐더러,
학부생일 때 잠깐 있었던 실험실이 나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느꼈었던 터라,
그만두고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내게 잘 맞는 일이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제주도 였다.
국적, 나이, 성별, 직업 가리지않는 많은 이들이 여행오는 제주도.
그곳만큼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었다.
그들과 얘기를 나눠 본다면 내게 맞는 일을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고,
그렇게 나는 퇴사하자마자 제주도로 내려갔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정말 생각했던 것처럼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 독립영화감독, 가수, 사진사, 군인, 공무원, 미용사, 기타리스트, 큐레이터...
그리고 마지막에 만난 개발자.

그래서 왜 개발자인데?

사실 나의 동갑내기 남편은 개발자다.
또.. 함께사는 내 동생도 개발자다.

직업을 고민하는 내게 두 사람 모두 개발자를 권하였다.
가까운 사람들이 가진 직업이기에 남들보다 조금 익숙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하게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 지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좀 뒤로 밀어두었다. 제주도를 다녀오면, 그래서 내 고민의 폭이 넓어진다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그런데 마지막에 만난 사람도 개발자..
괜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일수도 있었지만,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대로 도전해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뭍에 돌아와서는 남편의 만류를 참고하며 6개월 짜리 국비지원교육을 신청하였고,
과정의 시작을 기다리는 한 달여의 시간동안 개발자란 직업에 대해 전보다 적극적으로 탐구했다.
놀랍게도 알게 될수록 회사를 그만둔 이유들과 상반되는 장점을 찾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며 그것으로 진행되는 여러 생산적인 일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
물론 극히 일부분의 모습을 본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전 회사에서 느꼈던 권태를 이 직업 속에서도 볼지모른다 생각하지만,

그래서 선택하였고! 시작하였다!

그러나 녹록지 못한..

6개월의 국비지원교육을 남편이 만류한 이유가 있었다.
시간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
그럼에도 선택했던 이유는
한동안 외벌이어야하는 남편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기도 했고
또 오프라인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나의 성격 때문이었다.

강의실엔 약 서른 명의 수강생이 있었다.
내가 이해를 했던 하지 못했던 정해진 시간 때문에 진도는 미친듯이 나갔다.
소화하기 버거웠지만, 잠을 줄여가며 복습했고
힘들어도 대학생때 이후 처음으로 또래들과 듣는 강의가 즐거웠다.

하지만 단순히 복습을 하는 것으론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개념들을 마주할 때마다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혼자서 앓기를 반복하다 결국 터진 '나와 맞지 않는게 아닐까' 란 말.
남편이 정말 먼저 겪은 자로 잘 달래주었다.
두 세번의 반복, 그리고 덕분에 개념을 글자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떻게 쓰여지는지 직접 써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단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나는 첫 발을 떼었다.
호기롭게 작성한 이 글이 어쩌면 후회스러워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시작한 이상 나는 이 곳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보려한다.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미래의 나.
잘부탁합니닷

profile
병아리 개발자의 취뽀 일기

44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12일

화이팅~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12일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16일

저도 국비지원 교육을 받으면서 똑같은 고민을 해서 공감이 됩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18일

👏👏👏 멋있어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20일

29살에 개발자를 선택하신 선택에 한 번 놀라고,
공기업에서 7년 계셨다는 내용보고 또 놀라고,
남편이 개발자라는 거에 놀라고,
동생 또한 개발자라는 것에 놀라네요.

주변에 개발자가 많은 환경은 정말 부럽습니다. 분명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21일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22일

화이팅입니다 !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23일

저도 30살부터 개발자로 전업해 2년차인데요. "쉽게 이해되지 않는 개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곤합니다.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분 같아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24일

전 직장에선 정년이 길었다면... 개발자의 공부 여정은 그 때의 정년만큼 깁니다
계속 공부해야 하죠 😭힘내세요 화이팅!

그나저나 글 끊는데 소질이 있으시네요 빨리 다음 내용 써주세요....궁금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28일

응원합니다 🥰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28일

화이팅입니다!
저도 처음에 공부하다가 중간중간에 턱턱 막힐때가 있었는데 그때마가 저도 이길이 내 길이 아닌가 했어요. 근데 계속 하다보니 조금씩 이해가 되고 어느정도 이상 실력이 되니 이해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시간도 줄더라구요~ 지금은 아주 즐겁게 개발하고 있어요~ 바로 옆에 가족이 개발자이니 최고의 조건인거 같아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28일

위의 글을 일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미 안정적인 직장에 근무를 하심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자신의 직업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정말 힘들텐데 그러한 도전의 용기가 대단하네요. 저도 본받고 싶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앞으로의 도전 응원하겠습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28일

와... 저랑 비슷한 경우시네요~ 저도 제주도한달살기를 통해서 생각정리하고 상경해서 개발공부시작했어요!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1월 30일

화이팅!!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2월 1일

필력을 보니 개발도 잘 하실것 같습니다.
개발도 결국엔 글쓰기랑 다르지 않으니까요..ㅋㅋ
저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은 공감이 많이 가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초심을 많이 잃는것 같아서 제 스스로 부끄럽네요
구독하면서 저도 다시 마음 다잡아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2월 3일

공무원 그만두고 저도 비슷하게 서른에 학원다니고 취준하고 있어요.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2월 4일

저도 28의 나이에 일찍부터 하던 사회생활(영업관련)을 접고
개발자의 길로 가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고충이 많이 느껴졌네요...
현재 결혼을 하게 되고 애기가 생기고 열심히 개발자 아빠 생활중입니다!!
저 역시 그당시 주변 환경을 보며 지금이 아니면 이대로 굳혀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라며 무모하게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저도 국비로 10개월 과정을 듣게 되었는데요
분명한건 본인이 하기나름이라는겁니다
사실 국비지원프로그램이 제가 듣는과정중에는 정말 반이상이 놀거나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ㅠㅠ)
수업도 제대로 안들어오는 사람들이 태반이었거든요....
하지만 같은 동기중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잘 취직하여 열심히 개발하며 살고 있더군요!
특히 주변에 개발자가 많은 환경은 정말정말 무지무지 도움이 됩니다
서로 다른 환경을 개발할지라도 토론, 담소만 나누어도 엄청 도움이 되요!
글쓴이 분도 이미 본인이 선택한 길이고 글에 담긴 의지만 보아도 잘될거라는 기운이 팍팍 오네요

힘내세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2월 5일

화이팅!!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2월 6일

'흐르는 물이고 싶다.' 라는 표현이 너무 좋습니다. 저도 생각해보니 흐르는 물이고 싶은 마음에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 같네요. 이제 좀 알 것 같은 분야도 다시 돌아보면 배울 게 가득하고... 가끔은 조급하고 버겁지만 항상 조금씩은 성장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퇴사부터 국비지원교육까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행동하는 모습이 너무너무너무 멋집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2월 6일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2월 7일

남편 분의 배려가 너무나 사려깊네요!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0년 2월 7일

우연히 글을 읽게 되었는데, 저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어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 남김니다!
저는 남미 교포입니다,
2019년 1월에 입국하고
2019년 4월부터 7개월 국비과정 마치고 (아내가 전적으로 서포트 해주면서 ㅜㅜ)
2019년 12월 부터 개발자로 성장중입니다!

적성에 맞으시다면, 장점밖에 안보이는 취미이자 직업입니다! :)
화이팅 하세여!!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