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_회색 노트
역시나 회색은 안타까운 색이었다.
사진은 두 명이 갔어야 하는 툴룽.
이 책을 집어든 건 제주의 만춘서점에서였다.
여행길의 모험심을 닮으면서도,
어린아이같이 순수함이 느껴지면서,
너무 동화같지만은 않은,
그런 책을 읽고 싶었다.
두 소년이 사회, 집을 떠나 모험하는 이야기로 느껴지는
회색 노트의 내용이 적합해보였다.
처음엔 왜 이름이 회색 노트려나,, 회색 배낭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시를 온 몸을 다해 사랑하는 자크,
결국 다니엘까지 시, 글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을 보고,
자크의 시를 상징하는 '회색 노트' 라는 제목은 주인공이 두 명인 데에 비해,
자크에게만 무게가 쏠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제목 쯤이야 아예 '자코' 라고 지어주어도 자크를 위로하기엔 한참인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각 인물들의 생각, 행동을 세밀하게 글로 보여주지만,
막상 그 인물들이 어떤 사람인지, 과연 선인지 악인지는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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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에게는,
자크가 한 없이 가여웠고
다니엘의 어머니, 퐁타냉 부인은 더더욱 가여웠다.
이외 대다수의 남자 인물들,
특히 외도를 일삼는 다니엘 아버지 재롬이나 가족이라는 족쇄로 억누르는 자크의 아버지는
책 읽는 새벽에 열이 오르게도 증오스러웠다.
그리고 다니엘의 환경 탓일수도, 내 눈에도 열등감이 있는 걸 수도 있지만,
다니엘 또한 이기적이고 미웠다.
가진 자만 모든 일이 순탄하고 쉬운데,
그 쉬운 즐거움에 빠져들고, 이 것이 혜택인 것을 알지 못한다.
아...그래서 이 모든 게 더할나위 없이 적나라한 결말로 갈 때쯤은
T익스프레스 타다가 중간에 레일 끊겨 날라가는 꿈 꾼 기분이었다.
가엽도록 예쁜 자코의 노트내용과
슬프게도 무게있는 퐁타냉 부인의 말로 마무리하겠다.
나는 이 끓어넘치는 파도를 이 종이 위에다 쏟을 수 있는 한 쏟아 볼 생각이야.
나는 고민하고 사랑하고 희망하기 위해 태어났고,
또한 희망하고 사랑하고 고민하고 있어!
난 너무 지쳤어요.
내가 바라는 것은 당신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똑바로 봐 달라는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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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가셔야지 차 잡기 힘드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