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3년이 지나고 2024년이 되었다. 이미 2024년이 거의 일주일이 지나서 살짝 늦은 감은 있지만 2024년에는 더 나은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2023년을 되돌아보아야겠다.
올해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내가 더 이상 학생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7년에 학교에 입학하고 휴학 기간 포함 6년간의 대학 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졸업을 하고 사회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올해로 그게 현실이 되었다.
대학교 졸업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전에는 졸업을 해도 항상 다음 목적지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졸업을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는 나에게는 아직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했으므로 나는 더 이상 대학생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인이 된 것도 아니었다. 학생도 아니고 사회인도 아닌 무언가가 된 나는 앞으로 어떤 것을 해나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 나는 졸업 전의 계획대로 부스트캠프를 가기로 했다.
나는 이전 기수 선발 과정에서 1차 테스트를 미리 통과해 놓았었기 때문에 2차 알고리즘 테스트만 준비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 과정조차도 나한테는 힘들었던 것 같다. 만약 탈락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다행히도 부스트캠프에 합격할 수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한지 한달도 채 되지않아서 부스트캠프에 입소를 했다. 어떤 것을 배우게 될지 기대되었지만, 너무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그리고 붙임성이 부족한 성격때문에 처음보는 사람들과 5개월동안 함께해야 한다는 점도 나한테는 큰 걱정거리였다.
예상대로 부스트캠프 생활은 쉽지 않았다. 하루에 5~6시간씩 강의를 듣고나면 어느새 저녁이 되어있었고 과제라도 있는 날에는 저녁을 지나 밤이 되어서도 책상 앞을 벗어나지 못하고있었다. 밤까지 책상에 앉아있는 것보다 힘들었던 것은 나에 대한 의심이었다. 부캠 생활내내 해왔던 내가 앞으로 이 분야에서 버틸 수 있을지하는 의심들은 부캠 생활이 끝난 지금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 의심은 내가 이 분야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상 지우지 못 할 것 같다.
부스트캠프 생활은 어렵기는 했지만 얻어간 것도 많은 것 같다. 기본기가 심각하게 부실했던 내가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시 공부할 기회를 가졌고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해보며 글로 읽는 것과 실제로 그걸 해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이때의 기록들은 지금도 한번씩 찾아보고는 하는데 나의 의심을 잠깐이나마 잠재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부캠 생활이 끝난지 반년이 되어서 다시 돌아보니 후회가 남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스트캠프 말기부터 해서 올해 공모전에 4번 정도를 참가했다. 첫 공모전은 사실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는데 부캠에서 같은 팀에 소속된 인원이 참가를 제안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생성형 AI를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회의 주제였는데 처음에는 그냥 막막했었다. 부캠 내부 프로젝트만 해도 상당히 할 게 많은 상황에서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되었었는데 운 좋게도 수상에 성공해 버렸다. 예상도 못 한 수상이었던 데다가 졸업을 한 후 처음으로 이룬 성과라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좀 더 열심히 이것저것 해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조금 남았지만 기분 좋은 올해의 첫 성공으로 기억되었다.
두 번째 공모전은 부캠이 끝난 직후 부캠에서 함께 활동했던 인원과 참가를 하였다. 이번 주제는 AI를 활용해서 금융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었는데 첫 공모전보다도 훨씬 더 막막한 상황이었다. 금융권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어떤 것을 개발할까, 고민을 하다가 부캠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주제를 정하였는데 운 좋게도 예선을 통과하였다. 본선을 준비하면서 다른 팀들의 주제를 봤는데 내가 어떻게 본선에 올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주제들이 많았다. 기대와 불안감을 모두 가지고 본선에 참가를 했는데 이번에도 수상에 성공해 버렸다. 비록 가장 낮은 상이기는 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한 걸 감안하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공모전은 10월, 11월에 참가를 했었는데 둘 다 예선에서 탈락을 해버렸다. 개인 사정이 겹치기도 했고 앞선 두 번의 공모전에서 연달아 수상을 하다 보니 좀 자만을 했었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실패를 한 게 아쉽기는 했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할 경험을 이번에 해봤다고 생각을 하면서 쉬어가는 시간을 보내니 그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올해 해왔던 일들을 대충 정리해 보았다. 위의 글은 취준생 입장에서의 회고록이기 때문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일들을 얘기하면 2번의 해외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고 콘서트 관람, 스포츠 경기 직관, 글또 참가 등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2023년은 바쁜 한 해가 될 줄 알았었는데 책이나 영화도 생각보다 많이 보았다. 그중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영화에서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오펜하이머 두 작품이, 책에서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와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쓸모없는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2023년을 지나 보낸 나의 생각과 2024년의 목표를 쓰고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사실 올해 초 졸업을 하고 나니 적당히만 하려고 하며 열심히 살지 않았던 지난날의 내가 원망스러웠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늦게라도 다음 단계들을 따라갔었는데 나름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어낸 것 같다. 후회가 전혀 남지 않느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나중에 시간이 들어서 뒤돌아봤을 때 오점으로 남을 한 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올해 초에 내가 했던 생각처럼 어차피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2024년은 더 후회되지 않는 한 해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