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까지 자격증 취득과 내부 PoC 프로젝트를 하느라 기운을 뺐더니, 10월은 좀 쉬고 싶었다. 사두었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시작으로 총 3권의 책을 읽었다.
인간은 본연의 우울함이 있다. 혼자 있을 때면 난, 저 가슴 끝에서 올라오는 우울함을 느끼곤 한다. 때로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외로움과 우울감을 맛본다. 하지만 그런 우울감도 배고픔 앞에서는 모두 사라지는 법이다. 허기진 마음에는 그런 우울감이 들어올 틈이 없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채워야 하는 식욕, 수면욕이 있기에 우리는 우울감에서 벗어나 살아 간다. 기본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약간은 비열에 해지고, 약간은 두꺼워진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살기위해 갖는 자격이다.
너무나도 세심하고, 여린 사람은 우울감에 이 세상을 견딜 수 없다. 인간으로서 자격이 없다.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은 뭔가 다른 것이 있다. 작은 것들의 묘사로 그 장면에 부합되는 상상이 딱 맞게 펼쳐진다. 그래서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한다.
바람피운 남편의 밥을 챙기는 모습에서 어머니 시대의 억누른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나의 엄마를 본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밥상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 자녀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채워진 밥상에 앉는다. 난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처음부터 몰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밥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이제는 늙어버린 엄마를 바라본다. 나에게는 딱 엄마로 존재하는 엄마.
미안함이 가슴 가득 채워진다.
죄책감에 벗어나기 위해 다짐한다. 살가운 아들이 되기를.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 그 다짐은 곧 사라진다.
엄마에게 바쁘다는 말을 건네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또 한 번의 후회가 쌓인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들려주는 준다. 바로 생쥐 기사 이야기. 아주 작고 작은 볼품없는 생쥐가 귀하디 귀한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 식상한 공주 구하는 이야기 같지만, 그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사랑에 빠져 용감해진 작은 생쥐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그것을 파괴하려고 하는 시궁창 쥐와,
사랑받지 못한 여자아이의 빗나간 욕망과,
사랑받고 자란 공주의 너그러움이
잘 버무려져 술술 읽게 만든다.
페이지를 스치며 인생을 관통하는 문장들을 만난다. 내가 살면서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픈 빛나는 문장들을.
27p
얘들아, 재미있는 운명은 남과 다른 길을 가는 모든 이에게 다가온 단다.
76p
‘안녕’은 어떤 나라 말로도 슬픈 말이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 말이니까.
149p
희망이란 사랑처럼 우스꽝스럽고도 멋진 거야.
231p
강한 자들이 약해져서 결국 인간이라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이 드러나면 조금도 두려워할 것이 없는 약한 존재가 되고 만단다.
232p
자기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또 기꺼이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었어.
241p
넌 그저 그 불가능하고 중요한 일을 직접 해내겠다고 다짐만 하면 돼.
246p
사랑이란 우리가 앞서 애기했던 것처럼 강력하면서도 멋지고 우스운 것이라서 산도 옮길 수 있어.
285p
애들아, 이 슬픈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이 너희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처럼 달콤한 것은 없단다.
294p
한번 상처 입은 마음은 아문다 해도 흉터가 남는 슬픈 운명을 타고났어.
10월 책과 함께 잘 놀았다. 11월은 또 열심히 달려야지!
ps. 회고록 좀 빨리 올리자.. 10월 회고가 12월에 올라가는 건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