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회고록 🌱

Choog Yul Lee·2020년 12월 30일

Prologue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 다른 내가 쌓인다. 오래된 것은 아래. 새로운 것은 위에.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1년 전 나를 보러 간다. 만나러 가는 곳곳이 막혀 있다. 과거의 나는 자신을 감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상반기 한번, 하반기 한번, 이직을 위한 입사지원서를 냈다. 둘다 서류 통과조차 못했다. 결과를 보며 좌절했다.

‘이제 난 늙었구나!’

좌절과 분노가 사라지자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더라. 그리고 내가 떨어진 이유가 이해가 가더라. 그들은 고만고만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대외 인지도 하나 없는 41살 직장인을 뽑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 이직은 어려울 것 같다. 회사가 지겨울 때면 이직에 대한 희망과 진급의 달콤함을 생각하며 견뎠는데 이제 둘 다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기로 결심했다.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

매년 하는 성과면담 시간. 팀장이 말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일했으면 좋겠 어요. 언젠가는 PM도 되고 팀장도 될텔데. 그때도 지금처럼 혼자서 일하면 안 되잖아요. 함께 해야 해요. 그때를 위해 지금부터 주변을 돌보며 일했으면 해요.”

내가 답했다.

“PM이나 팀장이 돼도 월급 30만원 더 받습니다. 꼭 해야 할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동안 직장생활 해오면서 내가 바라는 성장과 회사에서 바라는 나의 성장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연차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난 직장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안 배워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냥 하면 될 것 같은 것 중에 글쓰기가 있었다. 8월 한달 동안 매일 한편씩 글 쓰는 온라인 모임에 참석하면서 그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내가 글 좀 쓰는구나!’

9월에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의 플랫폼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다. 결과를 기다리며 나의 마음은 ‘설마 한 번에 되겠어?’라는 의심과 ‘왠지 될 것 같아!’ 라는 희망으로 갈라졌다.

결과는 보기 좋게 낙방.

브런치 작가 신청 노하우를 알기 위해 이곳 저곳 기웃거리면 알게 된 두가지는

‘다시 작가 신청에 도전할까?’ 고민하다. 블로그를 삶을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하려는 나의 의도와 다른 브런치 플랫폼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도전을 접었다. 그리고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시스템 운영 업무에서 기획 업무로 넘어오면서 품질팀 도움을 많이 받았다. 멀리서 보는 품질팀의 업무도 매력적이었다. 다시 한번 직무를 바꾸면 Gray Tester가 되고 싶었다.

자격증은 취득했지만, 난 품질 직군으로 이직하거나 Gray Tester가 될 수는 없었다. 내 십여 년의 경력 어디에도 품질 직군 전문가를 대변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난 코딩테스트가 무서워했다. 이직을 고려할 때도 코딩테스트 절차가 있는 회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코딩테스트에서 떨어 질게 뻔하니 볼 필요가 없었다.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수는 없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 무서워하는 건 아닌가?’

2020년에는 코딩테스트 준비를 제대로 해보자 다짐했다. 나이로 봤을 때 이번이 이직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다. 때마침, 회사 게시판에 코딩테스트에 합격하면 50만원을 지급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나의 의지는 더욱 불탔다.

7월에 회사에서 본 시험에서 커트라인 80점에 81점을 받아 턱걸이로 시험에 합격했다. 50만원을 받아 좋았고, 현업 개발자들도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내 어깨를 ‘으쓱’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직을 이루진 못했다.

2020년을 회고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짜증이 났다.
‘또, 이렇게 나이만 먹는구나! 올 한해도 한게 없구나!’
하지만 글을 적고 나니 꽤 열심히 산 것 같다.
이 글로 인해 ‘2021년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