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달 사이에 장단기 금리에 대한 글을 하나 작성했는데, 3월에 곧바로 관련된 위기가 터졌다. 첫번째로는 실리콘 벨리 벤쳐들의 업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 자금조달은 어렵고, 운영유지에 필요한 현금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은행에 예금을 인출하게 된다.
FDIC에 따르면 19년도 말부터 21년 말까지 미국 은행들의 예금은 38% 늘어났지만 대출은 7%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이 뜻은 그 당시에 회사들이 금리가 너무 낮았기에 벤처캐피탈이나 직접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받았고, 은행에서의 대출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으로 돈은 들어오지만(이자를 돈을 맡긴 사람한테 줘야함.) 은행에서 돈을 빌려가는 것은 크지 않았기에, 은행은 창고에 쌓이는 현금을 채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즉 단기로 조달한 자금(예금)을 장기로 운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현재에 와서 터지는데, 인플레가 닥치면서 가파른 금리인상을 통해 이 1% 금리에 구매한 장기채들이 평가손실이 커진 것이다. 즉 은행은 단기로 조달한 자금들에 대한 강제존버 모드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벤처 투자판에 자금줄들이 막히면서 회사들은 은행에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은행은 더 높은 금리로 하여금 매력도를 높여 예금을 왕창 땡겨서 인출을 원하는 이들에게 돈을 주면 되지 않냐 하지만,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역마진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예상대로 시스템에 큰 악재로서 작용하진 않았지만, 이전에 걱정했던 시나리오의 초입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들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당시 완화되었던, 중형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WSJ은 14일 ''규제 당국의 동향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연준이 중형은행에 대한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는 조치 뿐만 아니라 더 엄격한 자본 및 유동성 요건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인해 오히려 대형은행들은 수혜를 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진 것으로, 훨씬 더 높은 금리의 중소형 은행의 대출을 꺼리게 될 것이다. 또한 양적긴축에 의해 은행권은 지준금이 줄어들 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은행에는 예금이 들어오고 중형은행에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즉 겹악재를 겪게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변화는 지역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3월 FOMC에서 파월은 은행권에 대한 뻔한 언급과 연내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는다 라고 선언함에 따라 시장은 하락했다. 또한 실물경제의 둔화와 은행위기들을 통해 실물경제의 자체적인 긴축을 만들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즉 이제까지 만들어져온 금리인하 - 시장상승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도 있다는 뜻이고,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도이체뱅크까지 크레딧 스위스의 다음 타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높아진 금리와 이 상황이 오래 유지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불안함이 증폭되고 있다.
얼마나 버틸 것인지, 시작된 것이라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는 예측이 매우 힘든 지점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잘 버텨왔던 은행권의 약한 뿌리부터 썩어가고 있는 것이 이제는 플레이어들의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