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십 회고

zwundzwzig·2023년 9월 12일
19

드디어 길고 길었던 반 년 간의 인턴십이 종료됐다. 꿈꾸던 개발자로서 업무를 시작해 실무에 뛰어들어 직접 수많은 회원의 요청을 처리도 해보고, 큰 현실에도 부딪히며 깨지고 성장한 시기였다.

내가 배운 점은 무엇이고 느끼고 경험한 부분은 어떤 것인지 기록하고자 한다.

실무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정말 많더라

6개월 간 몸담은 회사는 신입 개발자가 경험하기에 작지 않은 규모의 회사였다. 서버 개발자인 나는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경험을 했다. 그동안 경험했던 토이 프로젝트가 다루던 데이터 수는 비교가 될 수 없었다.

explain 명령문으로 찍히는 rows 수가 몇 십만건이 넘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며 왠지 모르게 등에서 땀이 나거나 손이 떨리기도 하고 그랬다. 그중에서 내가 짠 쿼리가 운영 중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실행돼 DB 부하의 원흉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사내 zepplin 툴을 활용해 대량 데이터를 조회하는 등의 경험을 했다. 이외에도 배치, ELK 등 입사 후 생경한 여러 기술들을 크고 작게 경험했다.

실수를 반복하면 끔찍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내가 맡은 인턴십 프로젝트 중 회사가 타겟으로 하는 몇 십만명의 회원 데이터를 조회하고 발송해야 했다. 그러다 단 한 단어의 오타로 인해 몇 십만명의 회원의 데이터를 잘못 추출하고 발송했고, 그후..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며칠을 보냈다.

돈 주고도 못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 그렇게 회고하고 싶다.

개발자를 넘어 회사원에게 꼼꼼함은 필수 능력이라고 또 다시 느꼈다. 실수는 결국 꼼꼼하지 않음에서 나오고 그 실수로 인해 팀원들이나 동료들에게 어떻게 신뢰를 잃게 되는지 피부로 느꼈다.

물론 작금의 환경에서 개발자들의 실수를 막아주는 많은 기술들이 생겼지만, 그러한 환경은 어느 회사에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코드를 치는 입장에서 실수가 없는 지 다시 한 번 검토하는 습관이 생겼다... 뭐 이렇게 좋은 경험만 가져갈렌다.

코드에 정답은 없다. 설령 그게 몇 년차가 짠 코드이건 간에

주니어 개발자의 입장에서 현장에서 활약하는 코드에 환상이 있었다. 좋은 코드란? 뭐 클린코드 말씀.. 등등 이런 거 말이다.

하지만 좋은 코드건 간에 현장에서 활약하는 코드는 꼭 책 속에 있지 않음을 배웠다. 시니어여도 코드를 꼭 정석대로 짜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코드를 짠 시니어가 꼭 나쁜 개발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직접 코드를 짜고 현장에 내 코드를 내보내 보니, 다 그럴 수 밖에 없던 자기만의 눈물나는 이유들이 있었다. 뭐 이렇게 포장하고 싶다.

언제까지 불평만 하고 있을래?

딱 개발 공부를 한 지 1년이 지났다. 나를 돌아보며 그래도 이만큼 왔다는 것에 자부하던 지난 몇 달이었다.

그러다 입사 후, 현장이 꼭 이상적이진 않구나 느꼈다. 그로 인해 몇 달은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사이 같은 팀 동기는 엄청난 성장을 이룩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가 탐구하려는 개발에 대한 깊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고 또 자책했다. 자바스크립트에서 자바에 오기까지 여전히 겉핥기 식의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회사가 날 키워주지 않냐고 떼를 쓸 수는 없지 않나? 업무와 성장은 동행하기 상당히 어려운 사이이다. 그건 기적 같은 일이구나. 느꼈다.

그렇다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이건 필수이다. 사람마다 각성하고 집중할 수 있는 모먼트가 있다. 나는 주변에서 받는 자극이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인데, 이런 거 보면 참 좋은 동기를 만났다 싶다. 감사하다.

소통이 제일 어렵다

맞다. 세상에는 정말 많고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각자가 갖고 있는 소통방식이나 선호하는 동료상 역시 천차만별이다.

난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인정을 받아야 이 험난한 세상에서 개발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개발자가 해야할 일은 비단 코드를 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뭐 인프라? DB?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나랑 공통의 목표를 바라보고 회사에 이익을 주려는 내 동료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코드를 치든 뭘할 수 있다고 느꼈다.

profile
개발이란?

5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9월 16일

울림이 있는 글 입니다.
깨지고 부러진 후 다시 회복하며 점점 인간으로서 단단해진다고 생각하는데
준형님이 그러한 과정을 겪고 더욱 단단해지신거 같네요.
멋지고 축하드립니다.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9월 17일

취업 한달 차에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라는 말에 좌절했다가 요즘은 서서히 이해하는 중인데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멋져요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9월 18일

준형님은 어딜 가셔도 잘 할거라는 게 보이는 회고였어요. 화이팅입니다.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9월 20일

사람은 사고를 쳐봐야 성장하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9월 21일

잘 읽었습니다.. 멋지시네요 !

답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