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 10기 삶의 지도

Jeeho Park (aquashdw)·2024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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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10기에 지원하면서 작성해야되는 삶의 지도를 작성해 봅니다.

  • 삶의 지도라는 것은 제가 붙인 이름이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건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에 대해 작성한 내용입니다.
    •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여태까지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메타인지가 향상될 수 있으며, 이 내용을 토대로 이직하실 때 이력서에도 활용할 수 있을겁니다
    • 생각하시는 과정이 어렵다면 현재 내가 가진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시고 그 역량을 어떻게 얻었는지 시간 역순으로 고민해보셔도 좋습니다

사실 거의 1주일 전부터 쓰던 장문의 글이 있습니다. 스크롤 사이즈만 공유하면 다음과 같은데,

부정적인 경험이 오히려 더 길고 깊게 남아서 그런지, 안좋은 일들에 대한 한탄만 너무 많이 쓴 느낌이 들어 임시저장 항목에 두었습니다. 그래서 좀더 중립적인 시선을 가지고자, 경어체로 다시 요약본을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까지

지금 만나는 사람들은 저를 매우 활발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직업적 특징일까요? 하지만 저는 태어나기를 조용한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저는 제가 손해를 보더라도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1학년때는 교과서를 받아쓰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애들은 다들 8칸 원고지를 썻지만, 저만 10칸 원고지였습니다. 선생님이 처음에는 그걸 못봐서, 받아쓴 페이지만 보고 다 안썻다고 생각하셨고, 저는 그걸 정정하지 못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2학년때는 일기를 며칠 안써서, 나머지 다 작성한 일기들도 선생님한테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저는 하루도 일기를 쓰지 않은 학생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이런 성격은 2학년 2학기에 가족이 미국으로 가면서 더 심해졌습니다. 덕분에 영어는 매우 잘하게 되었지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부분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5학년에 한국에 돌아왔을때, 저는 애들이 말 걸어주지 않으면 말을 못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말로 나눈 이야기를 정확히 기억하는게 조금 어렵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정리된 글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으며 정보를 슥듭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마 이런 부분은 본래도 말이 많지 않았던 성격과, 유년시절 경험이 합쳐져서 만들어졌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작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게 어려우니, 같이 하는 게임을 공유해서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자연스레 컴퓨터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여기에 영어 외에 가장 잘하는 과목은 수학이었고, 당연히 이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컴퓨터공학을 대학의 목표로 삼은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대학시절

중고등학교는 억지로 공부를 했던것 때문인지, 대학에서는 공부를 하고싶지 않았던건 분명합니다. 갓 성인이 되는 학생이나 다름없던 저는, 전에없던 자유를 경험하며 빠르게 달라지고 싶었습니다. 누가 부르면 지체없이 찾아가고,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배웠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형성된 저의 모습이 본모습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했었단걸 지금은 느낍니다. 학교를 다닐 때도 분명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놀고 있었지만, 미묘하게 같이 지내지 못하는 느낌을 떨쳐내기 어려웠습니다. 설상가상, 컴퓨터공학은 당연하지만 게임 그 자체와는 거리가 좀 있는 학문이었습니다. 공부에는 집중하기 어려웠고, 쌓여가는 실책과 F에 저는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군대도, 휴학도, 여행도 저를 극적으로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언제는 영화 빅쇼트를 보았고, 거기서 전공을 바꾸자는 생각을 할정도로, 계기를 찾았다고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세상을 얼마나 모르는지만 더 잘 깨달았을 뿐입니다. 그저 학교를 그만둘 용기만 없는 채 낙제하지만 않을 정도의 학점을 관리하며 살아갔습니다.

대신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한 아르바이트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1학년 부터 용돈을 안받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이전에 과외를 받았던 수학 선생님의 새로운 학원에서 조교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학원에서의 모습은 부끄럼이 남아있습니다. 당시에는 조교이긴 하지만 선생님이라는 자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애들 앞에서도 대학생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고, 집중하지 않고 딴짓하기 일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선생님의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한다는 말에 정신차리고, 여지껏 해본적 없던 노력을 학원일에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보면 이 학원 아르바이트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가장 중요한 계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취직을 하기 직전까지, 학원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학생활은 미묘하게, 아르바이트는 열심히 하면서 저의 20대 초반이 지나갔습니다.

사회초년생

대학을 졸업할 무렵, 저는 대기업 생활은 저에게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주변의 평가, 개인적인 생각과 함께 당연하다는 듯이 취업준비도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오래 하면서 열심히 한만큼 돌려받은 경험 때문인지, 작은 회사여도 책임감 있게 일하면 그 보상을 받을거라 생각한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한 얼마 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바탕으로한 별볼일없는 포트폴리오로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보단 취업 시장이 헐씬 여유로웠습니다.

흥미롭게도, 일을 할때는 먼저 말을 꺼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학시절 처럼 실없고 주제에서 벗어난 말을 하는것도 아니었습니다. 회사는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었고, 일이라는 주제는 제가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학원에서 언제나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연습이 된것도 있을것입니다.

개인적인 부분이 빠지면, 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적극성은 저를 빠르게 성장시켜 주었습니다. 학교에서의 8학기가 무용은 아니었던 것인지, 새롭게 배우는 것들도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학교의 체계적인 교육은 없었지만, 노력이 성과로 빠르게 나오는 환경에서 저는 학창시절에도 해본적 없던 집중력으로 공부했습니다.

회사의 사업 개편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저는 작은 조직의 장점인 빠른 승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안가 제가 주도적으로 사람을 뽑아 팀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정말 저에게 좋은 경험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제 머리만 키운, 조금은 더 늦었어도 되는 경험일지 모릅니다.

팀장이 된 저는 직접 팀원을 뽑을 권한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면접에 참여했고, 많은 주니어 개발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만하게도, 참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이정도 규모의 회사가 그렇듯 대부분 부트캠프 출신 개발자들이 왔습니다. 그중에도 잘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연봉과 근무환경에 대한 겉모습만 보고 6개월 공부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같이 일하고자 한다면, 연봉이 마음에 안들어 오지 않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좀더 얘기하면, "일하면서 주먹구구식으로 배운 나보다는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회사일은 날이갈수록 힘들어져 갔습니다. 개인적인 일들도 겹치면서 집중해서 일하기 힘들었습니다. 정답이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지나면서, 번아웃이 온건지, 저는 더이상 노력하고 싶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장을 위한 조직개편을 앞두고, 저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고 실행했습니다. 이전에 수학을 가르쳤던 기억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코딩 교육을 하기 위해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경력 3년을 채우기 직전의 일이었습니다.

이제 지금

그렇게 저는 혈혈단신으로 회사의 우산을 벗어났고, 어떤 강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간에 잠시 회사를 다니긴 했지만)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저의 옛 생각이 오만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강의할 때는 코딩이 쉽다고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어렵고, 피곤하고, 이해안되고, 눈물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적성에 맞으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도 지금도 저는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고생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힘들이며 살아온 결실을 조금은 보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게 운이 좋다는 뜻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저는 게임 하나만 보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옆길로 셀수 있었지만 세지 않고 지금도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큰 결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변화하기 힘들어서 였습니다. 그 결과, 저는 이 컴퓨터라는 주제가 저의 적성에 매우 맞다고 느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많은 사람이 알 수 없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옛날의 저처럼 컴퓨터로 일하면서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현재의 저처럼 지식을 전달하면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코딩을 교육합니다. 어쩌면 보잘것 없는 제 강의를 들으면서, 코딩과 컴퓨터라는 분야가 어떤 재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보람을 느낄 수 있는지 알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와 함께 미래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막연한 AI가 일자리를 뺏을거라는 고민 보다는, 결국 강사로 일하는 것은 실무와 어느정도 거리가 있다는 부분입니다. 공부를 놓지 않으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적용할 기회가 없는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결국 좀더 열심히 강의를 하거나, 다시 개발자로 일하기 위해 준비할지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곧 다가온다고 느껴집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깨달은 것이, 여태까지 제가 한 결정 중 가장 능동적인 것은 퇴사였습니다. 이제 다음 결정을 위한 준비를 가장 열심히 해야하는 시점인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이번 마지막 글또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함께 고민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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