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선생님에서 백엔드 개발자를 선택하기까지

Gyuri Kim·2023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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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선생님을 꿈꿨던 내가 백엔드 개발자?

👩‍🏫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역사 선생님이란 꿈을 갖고 대학교에 입성. 역사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 교육학과로 가는 것이 맞으나 대학 입시의 현실에 굴복하여 역사 교육학과가 아닌 역사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그래도 역사학과에서 교직이수를 하면 되겠지! 라는 결심을 갖고 새내기가 되는데, 역사라는 과목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나름 고등학교 때 역사 덕후에 속할 정도로 역사를 좋아했고, 수시 사회탐구 선택과 수능 사회탐구에서 모두 동아시아사를 선택했을 정도로 역사를 좋아했으나 그런 사람들만 모아둔 곳이 역사학과라서 그럴까 나는 덕후의 ‘덕’자도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40명이 채 안 되는 소수과에서 찐 역사 덕후 친구들 사이에서 학점을 따기란 하늘에 별따기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내가 생각보다 ‘역사’에 대한 학문의 의지가 높지 않았다. 나는 역사선생님에서 역사보단 ‘선생님’이라는 것에 대한 열망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3학기 내에 4.3기준 3.8을 넘어야 교직을 할 수 있었던 우리 학교는 나를 2학기때 성적표를 받은 나를 좌절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당시 교직이수의 가능성이 사라진 현실을 직면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했어야 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한 가지는 교육 대학원에 가서 교직을 따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아예 다른 길을 찾는 것이었다. 두 가지 중 후자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그래서 같은 문과대학 내에서 다른 과를 복수전공하거나 전과하는 것을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경영학과로 마음이 가고 있었다. 실제로 경영학개론 수업도 꽤나 흥미있게 들었고, 마케팅 쪽에 관심도 많아 대외활동도 그 분야로 찾아보고 있었다. 그렇게 다른 학과를 기웃거려보지만 아직 제대로 행동하거나 도전하는 것 없이 2학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개발이 생각보다 재밌네 ?

앞서 말한 것처럼 정확히 어떠한 선택을 하지 못한 상태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저번학기 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분야들을 탐색하기 위해서 좀 더 다양하게 도전해보기로 했다. 역사 전공 수업은 일단 베이스로 들으면서 **창업을 위한 내 폰에 안드로이드 앱 올리기** 라는 코딩 교양 수업에 도전도 해보고 처음으로 삼성전자 나눔 봉사단 대외활동도 시작하면서, 나는 3학기 때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 별 찍기 너 뭐 … 돼? ***

창업을 위한 내 폰에 안드로이드 앱 올리기 교양 수업에서는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이전에는 기본적인 자바 문법 수업이, 이후에는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수업이 진행되었다. 자바 문법을 배울때 반복문 for문에 대한 공부로 별 찍기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4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그 충격을 잊을 수 없다.

1개 - 2개 - 3개 - 4개 - 5개가 차례로 순서대로 찍히는게 너무나 신기하고 충격적이었다. for문이라는 문법이 나를 흥분시켰고 간단하게 삼각형 모양을 만드는 수업 예제 외에 문제들에도 도전해보면서 나 혼자 계속 for문을 사용해서 정말 별의별 모양을 별찍기로 다 만들어본 것 같다. (정말 충격적인 형태의 별찍기는 결국 print 문으로 모두 출력해서 냈던 것 같기도 한데 암튼)

자바를 통해 프로그래밍을 배울때마다 나한테는 정말 충격의 연속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적 사고에서 컴퓨터적 사고로 넘어가는 그 시점이 나에게 큰 충격이었던 것 같다. 이걸 이렇게 생각해서 풀 수가 있다니! (이건 지금 코딩테스트를 풀 때도 계속 드는 생각이긴하다) 수업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되지 않은 문법을 만났을 때는 남아서 다른 변수도 넣어보고 다른 출력문 쳐보면서 이해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해봤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어, 3중 for문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때는, System.out.println(”여기는 맨 안쪽 for문이에요!”), System.out.println(”여기는 두번째 for문이에요!”), System.out.println(”여기는 맨 바깥쪽 for문이에요!”) 이런식으로 직접 출력문을 넣어보면서 이해하곤 했다.

이렇게 나의 개발의 첫 기억은 ‘별 찍기’가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그 충격이 생각날 정도로 강렬했다. 이런게 바로 한 눈에 보고 반한다는 그런 것일까? 지금 생각하면 별 찍기로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나도 웃기긴 하지만 … 이거대로 운명이라면 운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던 사람들, 우물 속 개구리였던 나

어떠한 방향성도 잡지 못하고, 아무것도 도전해보지 않은 1학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래서 2학년이 되기 전 삼성전자 나눔 봉사단이라는 대외활동에 처음으로 지원해봤고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첫 지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합격하여 활동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나눔 봉사단은 약 200명의 전국구 대학생이 함께 1년동안 봉사활동을 주 활동으로하는 삼성전자 대외활동이다.

그 집단에 속해 다양한 학교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교에서 항상 동기들과 만나며 역사 외 학과 학생들과 마주해본 경험이 많지 않던 나로서는 매 대화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시에 부끄러웠다. 현재 상황에 안주하며 불평 불만만 털어 놓았던 나의 모습에 너무나 부끄움을 느꼈다. 나는 1년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던 것인가? 당장 내가 할 수 없다고 스스로 자기위로를 하며 안주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또 노력해보려고 했는가? 그 당시에 느꼈던 충격과 부끄러움은 나의 삶의 전환점이 된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첫 번째 계기를 통해서, 전반적인 삶의 태도를 바꾸게 되었다. 이전 나의 삶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한다면 1)목표가 없다. 나의 삶의 목표는 너무나 이상적이었고 추상적이었고 그 목표 마저도 제대로 된 목표가 없었다. 2)현재에 충실하지 못한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감을 바라보며 그 감이 떨어져 내 입속에 들어오길 바랄뿐 현재 상황에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3)게으른 완벽주의자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도해보고 되지 않는 것 같으면 스스로 변명거리를 만들며 ‘포기’한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하지 못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했다.

(실제로 20년도에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 속에 작성했던 글)

하지만 계기 이후 현재 나는 1)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운다. 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또 이뤄야하는 세부적인 목표를 적어 바텀-탑 방식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세우고 있다. 2)현재에 충실한다. ‘케빈 시스트롬’이 현재 행동하고 배우는 모든 경험이 미래의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비결이라고 말한 것 처럼, 오늘의 내가 만들어져 미래의 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오늘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위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과 어우러져, 오늘 하루의 목표를 세운다. 현재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하루 코딩테스트 2개, CS기술면접 준비 1개 이상은 기본으로 가져가면서 오늘 하루에 최선치를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3)용감한 행동주의자이다. 아직도 도전하는게 무섭다. 하지만 동시에 설렌다. 아직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무너진다. 하지만 동시에 금방 일어선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도전을 통해 이 과정을 이해하고 즐기려고 노력한다.

이번 년도에 SSAFY에 지원하기 위해서 두 달 전부터 코딩테스트를 열심히 준비하고 3주동안 선배님께 서류와 면접 멘토링을 받으며 준비했지만 코딩테스트에서 문제를 잘못 읽어 시간 분배에 실패에 결과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도전하고 노력했다면 그 과정에 분명히 ‘흔적’이 남는다는 것을 머리가 알고 몸이 알고 있기에 금방 털어내고 다시 나의 일상을 챙길 수 있었다. 과거의 나와는 분명 다른 현재의 내가 있고, 현재의 나는 분명 미래가 다를 것을 안다. 오늘도 그렇게 용기를 내서 발 한자국을 더 나아간다.


🧑‍💻 문과출신 개발자가 진짜 존재하는거였구나 !

삼성전자나눔봉사단에서는 서울 12팀, 경기5팀, 지방 8팀 총 25팀과, 200명의 대학생들 50명의 임직원이 함께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나는 삼성전자나눔봉사단을 통해서 삼성전자 선배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전공과 다른 다른 직무를 맡은 선배님들을 보며 또 한 번 놀랐다. 전공 = 직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깨드려주는 선배님들이 많았다. 문과 출신의 소프트웨어 파트 선배님, 공학계열과 출신 디자인 파트 선배님, 전자학과 출신 사회공헌단 선배님 등을 알게 되고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삶의 두 번째 계기가 되었다.

별 찍기로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처음으로 개발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있었지만 내가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라고는 생각이 들지 못했다. 하지만 선배님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개발자’에 도전의식이 생겼다. 내가 이 직무를 선택해도 되는 것일까? 라는 고민이 들었고 혼자 고민보단 실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문과 출신 개발자” 라는 제목으로 대략 10곳 이상의 웹사이트에 업로드하였다. 그리고 삼성전자나눔봉사단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직군 선배님들을 건너 건너 건너 찾아 3분의 선배님께 연락드려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양한 조언들을 들으며 내가 선택한 결과는 1)개발자를 해야겠다2)전과를 해야겠다 였다. 우선, 개발자 직군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 수록 너무나 매력적인 직군이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장해야한다는 점, (내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직군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점, 직무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보인다는 점 등 .. 도전을 통해 성장하고 싶어하는 욕구, 협업을 통해 공통의 목표를 이루는 성취감에 대한 욕구, 다양한 것에 흥미가 있고 배워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진 나에게 개발자는 너무나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그리고 개발자를 알아가면서 느꼈다. 발만 담궈보고 끝낼 수 있는 곳은 아니구나. 내가 정말 이것을 하겠다는 큰 결심을 갖고 도전해야하는 직무구나 느꼈다. 그래서 아예 전과를 해서 개발 공부에 전념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뿌리 깊은 개발자가 되기까지 ing

그래서 현재 너는 어디까지 왔니? 라고 물으신다면, 아직 시작 문턱도 못 밟았다고 대답해드리는게 인지상정. 2차 전직은 무슨, 1차 전직도 성공하지 못 한 모함가 상황이랄까. 개발자를 선택하고 나서도 너무나 다양한 직무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빅데이터 개발자가 핫하다네 ! 이걸로 해볼까? 했다가 통계학 입문에서 푸아송 분포에서 뚜드려 맞아보기도하고 내 디자인 감각을 살려서 프론트를 해볼까 했다가 단락 간의 비율 퍼센테이지로 하루종일 고민하는 나를 만나보기도 하고, 현재는 백엔드 개발에 관심을 갖고 API 개발, 아키텍처 설계,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쿼리 생성, AWS 배포 등등을 공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백엔드는 휙휙 열심히 간다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백엔드에서도 이것저것에 뚜드려 맞으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급하게 가지를 뻗어 열매를 맺은 나무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음에 끊임없이 새기려고 노력하지만 어렵다. 흔들리지 않는 개발자가 되기 위한 발판의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부족한 나의 모습과 달리 먼저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조급하다. 조급함에 뿌리를 제대로 내리려고 하기도 전에 가지를 올릴려고 하지 않도록 인내할 수 있도록. 나중에 개발자가 되어서 이 글을 보면서 개발자를 준비할 때 이런 생각을 했었지. 또 신입 개발자가 되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 되새길 수 있도록. 뿌리깊은 개발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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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Engineering (이사 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kgr2626 )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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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8일

와.... 저랑 완전 비슷한 루트를 타고 계시군요! (심지어 저도 문과에 전과는 못했지만 컴공 부전공에 싸피도 2트했었음) 얼마나 힘든 길을 걷고 계신지 이해가 됩니다 ㅠㅠ 게다가 점점 취업시장도 빡세지고 있는데,, 진짜진짜진짜 응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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