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개발자가 만든 제품이 반드시 사업이 되어야 할까?”
이 글은 그 물음에 대해, 실험과 책임, 그리고 개발자의 태도를 고민하며 적은 기록입니다.
“이거 사업하실 거죠?”
기능을 추가하고, 구조를 설계하고, 배포까지 마친 사이드 프로젝트를 보면 늘 듣는 말이다. README에 분명히 적었음에도 말이다.
“이건 사이드 프로젝트다.”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사업가 마인드’는 사실 사업가의 본질이 아니라 성실한 개발자가 가진 기본기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특징들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사업가는 아니다.
제품을 만드는 것과, 그것을 사업으로 전환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많은 사람이 말하는 “사업 하셔야죠”는 결국 “이게 돈이 안 되면 무의미하지 않느냐”는 함의로 들린다. 기술적 즐거움과 사업적 책임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나에게 사이드 프로젝트는 개발 숙련도 향상과 기술 스택의 실험이 주 목적이다. 나는 이것을 진지한 사업보다는 부업이나 학습 목적으로 접근한다.
이 실험은 실패해도 가치가 있다. 기술과 경험은 평생의 자산으로 남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 플랫폼 프로젝트를 사이드로 시작했다. README에도 적었듯이 이는 “단지 실험이자 관찰이며 탐색이다.” 음악이라는 분야는 내가 경험했던 어떤 산업보다도 복잡하고 깊다. 그 무게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아직 전문가로 자처하지 않는다. 준비된 책임감과 도메인 이해도가 없으면, 무리하게 사업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사업은 절박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감당할 능력으로 하는 것이다. 사업가로서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진짜 사업가는 이런 현실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대표와 예비 창업자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실제로 대표가 된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답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있지 않지만, 가까이서 그 무게를 목격하며 준비하고 있다.
몇 년 전 한 면접에서 단지 README에 적힌 ERP라는 단어 하나로 “사업할 계획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제품 하나, README 몇 줄만으로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시각이다.
기술 실험은 기술 실험일 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모두가 사업가가 되는 건 아니다. 제품 제작과 사업 운영 사이에는 인맥, 네트워크, 도메인 이해 등 무수한 요소들이 있다.
“사업 안 한다”가 아니라 “지금은 아니다”라는 표현을 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업 전환은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사업의 본질은 돈이 아닌 책임이고,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나는 지금 그 책임과 방향을 배우고, 관찰하고 있다.
나는 현재의 본업에 충실하며, 회사 내에서 협력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디까지나 부업이자 개인적 학습의 영역이며, 본업과 팀 협업에는 지장이 없도록 명확히 구분하여 진행하고 있다. 실험을 통해 현실의 구조를 탐색할 것이고, 앞으로도 실험을 통해 현실의 구조를 탐색하되, 그 결과를 조직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낼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일 것이다.
오늘도 README에 적는다.
“이건 사이드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