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間 회고] 신입 개발자 생존기: 희노애락 365일

Chaejung·2024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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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DR
기술적인 이야기보다는 경험 기반 1년차 회고입니다.


혹시 연차가 어떻게 되세요?

지금까지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N개월... N개월 차입니다?
이렇게 어물쩍 답하다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1년차 프론트엔드 개발자 김채정입니다!

22년 초, 개발에 발을 조금씩 담그기 시작하여 경력으로는 인제야 1년을 채웠습니다. 뻔한 말이지만 1년은 참 길고도 짧은 시간입니다. 한 계절을 보내고 똑같은 계절을 맞이하기까지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길지만, 한 가지 일을 1년 동안 했다고 하면, 동안 뒤에 '만' 내지는 '밖에'라는 조사가 자연스러운 만큼 짧은 시간입니다. 개발자로서의 첫 발자국을 떼고 나서의 1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길게 느껴졌습니다. (이직 기간을 합치면 2년이니 당연할 수 밖에!)

이번 포스팅은 1년의 기점을 통해 제가 개발자로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다음에는 어떤 길을 걸어 나갈 것인지 스스로 회고하며 앞으로를 꿈꾸는 이야기입니다.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현실 반, 희망 반을, 그리고 미래의 저에게 과거의 스냅샷을 전하기 위한 글입니다.

두 개의 회사, 다른 느낌

첫 회사와의 5개월, 지금의 회사에서 7개월. 두 곳 도합 1년을 겨우 채웠습니다. '겨우'라는 부사로 느껴지겠지만, 하루하루 '나는 말하는 감자'라고 생각하며 관자놀이를 누른 채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아직 능숙한 개발자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나날을 보내왔고, 지금도(오늘도) 보내고 왔습니다.

첫 회사를 퇴사한 지도 벌써 1.5년이 지났는데도, 잊히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11시에 스프린트 플래닝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플래닝 미팅은 지난주에 한 일과, 논의해야 할 점, 그리고 기분 점수를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당시 저는 일을 하게 된 지 한 달쯤이었고, 새 프로덕트 릴리즈가 얼마 남지 않았던 시점이었습니다. 백엔드, 네이티브, 다른 프론트엔드 팀원이 차례로 한 일을 조리 있게 이야기했습니다. 저의 차례가 왔습니다.

A를 하기로 했는데, A'가 선행되어야 해서, A'를 하는 중입니다.

라고 말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습니다. 주말에도 공유오피스에 가서 해가 질 때까지 무언가 했지만, 다른 팀원과는 달리 결국 공유할 만큼의 무언가를 말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날따라 주말 동안의 노력이 헛된 것처럼 느껴졌고, 스스로가 팀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몰려왔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팀원께서 제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는 울어요?라고 묻는 순간, 참았던 울음이 터져 죄송합니다!라고 외치고는 화장실로 부랴부랴 달려갔던 날을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돌아왔지만 직장에서 울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니 다시금 얼굴이 달아올라 팀원들을 마주하기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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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첫 번째 회사는 여러모로 인상 깊은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무엇이든지 처음이라서 더욱 의미가 부여되는 점도 있겠지요. 온보딩이란 것도 없이 둘째 날부터 회사 레포지토리에 브랜치부터 생성했었고, 무엇보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프론트엔드는 사수도 계시지 않아 신입 팀원끼리 아슬아슬한 코드 젠가 쌓기를 하기도 했으며, 회의 때마다 나오는 여러 기술 용어 중 반은 이해를 못 한 채 끄덕였던 적도 많았습니다.

저는 첫 직장에서 일을 다니면서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라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됐습니다. 제가 오직 잘하는 건 8시 40분까지 출근하고 22시에 퇴근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 있는 데도 혼자서 1인분을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막차 버스의 창가에서, 잠들기 전, 출근하기 전 울컥하는 마음을 추스르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회사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팀원분들과 주변 맛집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간 퇴사하고 드라마 <무빙>을 정주행한 적이 있습니다. 극중 이미현(한효주 扮)은 안기부 엘리트 요원이며, 어떤 일이든 서툴어 눈치보며 일하는 안기부 차장의 비서에게 차분하게 이런 대사를 건냅니다.

'우는 거 버릇돼요, 버릇은 약점이 되고요.
정말 정말 정말로 속상할 때만 울어요.' (참고)

이렇게 말을 해주는 멘토가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하며 밤에 눈물을 훔치며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 출처: 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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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회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전 회사에서 매일 느끼는 점과 지금의 회사에서 매일 느끼는 점이 확연히 다릅니다. 물론 회사가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적응이 끝났을 무렵, 저의 모습을 보고 문득 이제는 준비가 됐네?라고 깨달았을 시점이 있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팀에서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다수가 지향하는 곳을 그저 '다수가 지향하기 때문에' 그 선택을 따라간 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관련 경험 및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만의 가치 판단 기준이 제대로 서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제안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일단 해보자'라는 책임없는 결정보다는 선택에 대한 장점 및 예상되는 문제점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얼마 전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 회사에서의 웹 프로젝트들은 Next.js 14 + supabase + prisma + auth.js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팀원 중 한 분이 prisma와 auth.js를 supabase client 기반 내부 메서드 및 패키지로 대체하는 것은 어떠한지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supabase에서 대표적으로 쓰이는 소셜 로그인인 google, kakao를 supabase auth에서 쓸 수 있고, 다른 라이브러리의 의존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의존성을 덜 수 있다는 것은 솔깃했지만, 저는 prisma라는 typeORM을 포기하고 raw SQL에 대한 이해없이 쓰는 것은 리스크가 있고, 팀원 전부가 supabase auth를 직접 써본 적 없어서 제안해 주신 부분이 리소스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안 주신 방법에 대해 찾아보니 supabase auth를 쓰게 되면 RLS(Row Level Security)를 설정해 주어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을 확실하게 지키려면 API 스펙을 프로젝트 시작 전 나열이 되어야 자동화가 가능할 텐데, 워크플로우가 추가되는 것도 고려한 부분인지 여쭤봤습니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던 1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무언가라도 말을 할 수 있는 저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언제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는가'

누군가 이 질문을 한다면, 저는 어떤 태스크/문제를 마주했을 때 그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지로 답하곤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개발 잘하는 분들을 보았을 때 이런 모습을 공통적으로 봐 왔고, 선망하는 마음에 스스로 기준을 세워보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저는 아직 성장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저는 아직 OAuth를 연결하는 작업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고, DnD 구현이 두렵고, 프로젝트가 킥오프되면 마치 마천루를 클라이밍해서 올라가야 하는 사람이 건물 앞에 선 것처럼 부담감이 찾아오곤 합니다. 1년 차면 얼마큼 성장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포스팅을 읽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은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드리기엔 어렵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신 1년차인 저는 이런 상태임을 나열해 보았습니다.

  • 1인분은 하는 것 같지만 오만을 경계하는 상태
  • 하드 스킬에서 확실하게 잘하는 것 하나를 뽑기는 어려운 상태
  • 제너럴리스트인지 트위너인지 헷갈리는 상태
하드 스킬소프트 스킬
👍- 협업 문서 작성의 숙련도 증가
- 개발 소식, 뉴스 파악 및 공유
- 인터렉티브 마크업
- 컴포넌트 설계
- 의견에 대한 비판적 사고
- 협업 능력
- 유연성
- 공감 능력
👎- 개발 속도
- 데이터베이스 설계
- 반응형 및 크로스브라우징 대응
- 책임감: 프로젝트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함
- 태스크 매니징 중 예상 시간 산출 능력
- 시간 관리
- 신체/정신 상태에 따라 감정적(스트레스에 취약)

1년 전 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정확히 말하자면 1년 전이 아니라, 첫 출근 날, 22년 11월이라고 해야겠네요.

여담이지만 저는 출근하기 전, 면접을 앞두기 전 회사를 미리 찾아가는 습관이 있습니다. 어디서 환승하는지, 어느 출구에서 내려야 하는지 확인하여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일종의 예행연습입니다. 그래서 22년 11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회사 앞까지 갔다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왔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도 이렇게 오면 아무 문제 없겠다 싶어서 알람을 맞추고 마음 편하게 잠들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7시 반에 집을 나섰으나 저는 10시를 훌쩍 넘겨 도착했었습니다. 지하철 장애인 시위 때문이었죠. 지하철이 삼각지역에서 10분간 요지부동이었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나갈 때마다 지하철에 있어야 할지 내려야 할지 고민하며 카카오맵을 켰다 끄기를 반복했습니다.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변수라 급하게 지하철에서 내려 허둥지둥 버스를 타고, 도착해서는 공유오피스 앞을 서성이며 조렸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무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첫 출근 전날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습니다.

(출근할 때 지하철 타지 말고 버스 타라)

  • 경험이 없는 신입이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
  • 받은 태스크에 대해 완벽하게 다 수행하려 하는 것보다 워크플로우를 파악하고 어떤 것이 스스로 부족한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 React, JavaScript, Next.js 공부 더 열심히 해라.
  •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짧은 주기로 확인을 받자.
  • 모르는 것을 드러냈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 야근 많이 한다고 일 열심히 하는 게 아니다.
  •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찾아라.
  • 같은 직무를 바라보는 멘토를 찾아라.

이 말들은 과거의 저뿐만 아니라 현재 신입 개발자를 앞둔 취준생분들에게도 도움을 드리고자 솔직하게 적어보았습니다. 더불어 제가 1년간 어떤 경험을 했는지 전부 나열할 수는 없기에, 꼭 회고에 새겨넣고 싶은 문장들만 추려보았습니다. 몇 가지는 아직도 제가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서 부끄럽기도 하네요.

그 중에서 같은 직무를 바라보는 멘토를 찾아라는 저의 현재 목표이기도 합니다. 프론트엔드 분들끼리 커피챗을 하면 나오는 공통된 말이 있습니다. '프론트엔드는 시니어를 찾기 힘들다'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니어에게 멘토가 있으면 참 좋겠다싶은 적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프론트엔드 시니어를 마주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도 언젠간 인연이 닿아 멘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저도 언젠간 누군가의 멘토가 될 수도 있겠죠?

  • 출처: 무한도전

혹시나 이 회고를 읽고 있는 모든 프론트엔드 분들께, 저의 멘토가 되고자 싶은 분들은 물론, 저를 멘토로 두고 싶은 분까지 누구나, 관심이 있으시다면, 댓글 또는 이메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N년차 회고 때마다 이 글을 보러 올 테니, 2년 뒤의 저에게 남길 편지로 이번 1년 차 회고 포스팅을 마무리 지어보겠습니다. 왜 하필 2년 차냐면, 보통 3년 차 이후부터 미들이라고 지칭하니, 새로운 챕터를 여는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과거로부터 온 편지가 위로 및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

쉴 틈 없이 달려왔다면 아마 2026년 11월에 이 글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거야.
그 시점이 아니더라도, 더 늦은 시점에 3년차를 달성했더라도 괜찮아. 고생 많았어. 지난 2년 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네. 너가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조던 필 감독의 신작도 개봉했다던데 잘 챙겨봤길 바라. 아마 투룸으로 이사 준비를 하느라 바쁘기도 하겠다, 그지?

지금 1년 차 시점의 너는 위의 글에서도 알다시피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더 성장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어. 이런 부분들은 지금은 어떻게 극복하고 변화했는지도 궁금하다. 더 풍성한 경험과 깨달음으로 3년차 회고글을 작성하고 있을거야. 과거의 내가 바라는 너의 모습을 말해줄게.

  • 비전공자인 것이 티가 안 나는 엄연한 개발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 지속 가능한 코드와 협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진 개발자가 되었으면 좋겠어.

  • 문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원인과 결과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남이 아닌, 과거의 나와 비교하고, 열등감은 덜어냈으면 좋겠다.

  •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 받지 않는 흐르는 강물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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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엔드 기술 학습 및 공유를 활발하게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9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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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2일

회고 잘 읽었습니다 채정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더 나아가 개발자로서 공감되는 내용이 많네요
3년 차의 채정님은 지금의 채정님보다 더 멋진 개발자로 성장하시길 바랄게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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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8일

벨로그를 둘러보다가 채정님의 글을 우연히 발견해 별생각 없이 들어왔는데,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고 글을 모두 읽었을 땐 제 지난 1년 8개월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이미 영향을 주는 걸 보면 채정님은 어엿한 멘토가 아닐까요?

앞으로 2년 뒤에는 얼마나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지 기대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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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30일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읽는 내내 채정님의 진심이 느껴지고, 저도 제 자신을 더 알아가는데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프론트엔드 취준생인데 한창 자신감이 떨어져있던 참에 글을 읽고 용기가 났습니다. 실패란 작은 성공이라고 하더군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부족함을 직접 마주하고 실패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매일 회고하는 습관을 길러야겠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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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잘 하고 계신거 같습니다! 모르는 것을 계속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계속 해서 성장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배우고 공부한거 같아도 계속 모르는게 나오더라구여!
조금씩 꾸준히가 답인 것 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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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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