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log] 소심한 사람들의 괴력

boychaboy·2023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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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나는 소심한 사람들의 괴력을 눈치 채게 되었다. 대범한 사람들이 세계를 들썩들썩 움직이는 동안 소심한 사람들은 주섬주섬 세상을 해석한다. 살아남기 위해 예민해질 도리밖에 없는 초식동물처럼 그들은 누가 힘을 가졌는지 계절이 언제쯤 변하는지 민첩하고 정확하게 읽어낸다. 미미한 자극에 큰 충격을 받고 사소한 현상에 노심초사하는 그들의 인생은 남보 다 느리게 흐른다. (…) 그들은 더디게 살기 때문에 삶을 사는 동시에 재구성한다. 목소리 큰 당신이 휘어잡 았다고 생각하는 어젯밤 술자리에서 벽지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듣기만 하던 동료가 있었던가. 그가 잠들기 전 떠올린 스토리 속에서 당신은 놀림감이었는지도 모른 다. 이것이 세계의 평형을 유지하는 매커니즘 중 하나라고 판명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

- 이슬아, 『심신단련』,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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