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아직 2024년은 끝나지 않았고 아직 두 달 넘게 더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미리 회고록을 써 보는 이유는, 회고록을 쓰는 과정이 제 삶을 한 번 정리해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블로그에 쓴 마지막 글은 4월이었고, 그동안 노느라 많이 바쁘고 삶이 정리가 안 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이왕 마지막 글또도 시작한 김에, 그리고 바빴던 삶을 정리해보고 앞으로 남은 두 달, 그리고 2025년을 미리 대비해보기 위해 미리 회고록을 작성합니다.
ML엔지니어라면 최근 업무에서 빠질 수 없는 작업이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일 것입니다. 너무 좋은 모델이 많이 나온 시점에서 모델 성능을 높이기보다는 프롬프트를 고쳐가며 업무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사내에서 나온 모델을 어느 정도 파인튜닝해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들인 시간이 상당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개발자임에도 코드를 작성하는 데 쏟은 시간이 적은 느낌을 받아서, 그리고 막상 코드를 짤 때도 코드 짜는 걸 도와주는 가상의 도우미들(코딩 어시스턴트...)이 등장했기에 현타가 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만으로 3년이 된 개발자로서, 아직 업무에서 번아웃이 오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무언가 막힐 때 긴장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이슈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기술력이 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뻔뻔함(?)은 성장했구나 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업무에 새로운 것을 적용하는 폭도 넓어졌는데, 하나 예시를 들자면 스트림릿이었어요. 사내에서 사용하는 데모들을 스트림릿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팀에서도 스트림릿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생겼는데, 어느 날 스트림릿을 검색하시다가 제 블로그를 발견하셨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스트림릿 전문가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올해 초 가짜연구소라는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서 허깅페이스 오픈소스 컨트리뷰션을 하는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여러 스터디들이 있었지만, 평소에 조금이라도 오픈소스 컨트리뷰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서, 그리고 또 ML엔지니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허깅페이스에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 스터디에 참여했어요. 주로 영문으로 작성된 허깅페이스의 문서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는데, 여러 사람들과 깃헙을 통해 PR을 날리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번역했던 문서: https://huggingface.co/docs/huggingface_hub/v0.26.0/ko/guides/inference
사실 허깅페이스로 컨트리뷰션을 하는 작업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긴 합니다. 제작해야 하고 리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인데, 변명하자면 이번달에 너무 긴 여행을 다녀오고 노느라 건강이슈도 생기면서 번아웃이 왔었어요... 이 회고록을 작성하고 다시 돌아가서 작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크루분들 죄송해요...)
가장 컸던 부분은 두 가지였고, 그 외에도 개발자로서 조금이라도 공부했던 것들이 있긴 합니다. 글또에 글을 작성하기 위해 LLM 관련 논문들을 읽고 정리하기도 했고, 사용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그리고 MLOps를 알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도커와 쿠버네티스를 따로 스터디를 하면서 공부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사실 노느라 작년보다는 책을 많이 못 읽고 개인적인 공부를 못한 느낌이 많이 드네요.
분명 2023년 회고록에도 노느라 제대로 공부를 못 했다고 썼는데, 올해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네요... 그럼에도 간략하게 논 얘기도 적어보려고 합니다.
작년 1월, 전 새해에 새로운 걸 배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저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배우고자 했던 건데, 궁금해서 들어갔던 사내 밴드 동아리에서 전 고이기 시작했어요. 작년 12월 공연도 정신없이 준비했었는데, 올해가 되어서는 이곳저곳 팀에 들어가서 공연을 하고, 합주 횟수도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연주하는 곡의 난이도도 점점 높아지면서 연습량은 늘어가고, 드럼은 점점 재미를 붙이게 되었어요. 지금도 11월과 12월에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으면서도 재밌는 취미가 생겼어요. 부작용이라면 퇴근 후의 삶이 드럼으로 가득 차버렸고, 다른 일을 거의 안 하게 되어버렸어요. 이걸 조절하는 게 내년의 가장 큰 과제일 것 같아요.
작년 회고록 한 켠에 예정된 여행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이번에 다녀온 캐나다였어요. 작년 말쯤 갑자기 단풍이 보고 싶어졌고, 단풍으로 유명한 여행지라고 하면 캐나다가 딱 떠올라서 아무 생각 없이 캐나다행 비행기를 10개월 전에 미리 끊어버렸어요. 극P인지라 중간에 변동이 생길 줄 알았는데, 그런 것 없이 그대로 캐나다로 향하게 되었어요. 지구온난화로 인해 단풍이 살짝 덜 들었지만 그런대로 예뻤던 캐나다에서 참으로 즐겁게 여행을 다녀왔어요. 문제가 있었다면 돌아오는 비행기가 20시간 넘게 연착되면서 체력소모가 너무 심했고, 돌아와서 한동안 골골대기도 했어요... 아무리 요즘 드럼에 빠져있어도 메인 취미는 사진인 만큼 7600장이 넘는 사진을 신나게 찍고 돌아왔어요.
그리고 작년에 결심했던 건, 캐나다 여행경비가 상당하니 2024년에는 캐나다 외에는 해외를 가지 말자 였는데, 당장 3월에 나고야를 가면서 그 결심이 깨져버렸어요. 그리고 연말에는 삿포로를 갈 예정이에요. 어쩔 수 없는 역마살인가봐요.
작년 말에 이사를 왔는데, 집 근처 필라테스학원이 자꾸 예약이 어려워 못 가게 되면서 결국 좋아하던 필라테스를 그만뒀어요. 그럼에도 건강을 챙겨보려고 헬스장을 등록했어요. 초반에는 그래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갔고, 운동할 때는 나름 뿌듯하고 재밌었어요. 근데 요즘은 바빠서 그마저도 못 가고 기부천사가 되어버렸네요. 체력만 다시 회복되면 짬내서 다시 가보려고 해요.
결국 2023년과 비슷한, 혹은 그 이상으로 나태했던 시기를 2024년에 보냈어요. 그럼에도 아직 20대일 때 충분히 즐겁게 놀았다니 다행이기도 하네요.
남은 2024년 동안, 그리고 내년에는 이루고 싶은 목표를 요약하면 (많은 사람들이 목표로 하고 있겠지만) 두 가지에요.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라면, 지금 사는 지역이 교통이 좋지 않은 지역이라 교통에서 빼앗기는 시간이 꽤 많았어요. 내년에는 독립을 할 계획이 있어서, 대중교통을 타면서 낭비되는 체력과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사실상 시간적인 문제보단 체력이 약한 편이라 체력이슈가 큰 입장에서, 주말에 지친 몸을 회복하느라 낭비되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꿈꾸고 있어요.
남은 기간 동안, 그리고 내년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이번에는 작년과 다르게 목표를 많이 줄여보았어요.
과연 2025년에 회고록을 쓰는 제가 언급된 내용들을 지킬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앞으로도 즐겁게 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지켜보려고 해요. 당장 글을 마무리하면 지난달에 손 놓고 있던 작업을 다시 복기하러 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