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5년 새해라니 시간이 너무 빠르다. 2023년 처음 개발자로 취업 할 당시에는 2024년이 걱정되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떠한 활약을 할지 기대가 되었었다. 그래서 기준치를 더 높게 잡은 것 같다. 시키지 않은 일들도 나서서 해본적도 많고, 그러한 내 욕심에 내가 무너져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된 적도 있다. 🥲
한 해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2024년에는 어떤 것들을 잘 했고, 2025년은 어떠한 삶을 살아볼지 글을 작성하면서 정리해야겠다. 🙃
ask;
이 부분 기획과 다르게 디자인이 부분별로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히어
2023년까지만 해도 신입으로서의 부담감이 굉장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내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씀해주셨던 리드분의 기대와 달리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것들을 여쭤보기엔 팀원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망설이게 되었다.
리드분과 진행하게 된 첫 1 on 1 에서는 기대보다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피드백과 함께, 가장 질문을 마음 껏 할 수 있는 시기는 주니어 시절 때 말고는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내가 부족한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만의 기준을 잡기 시작했다.
완벽한 기획은 없었다. 내가 궁금해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의논을 하게 되었을 때, 대부분 팀원들도 몰랐다. (?) 질문을 하는 자리라기보다는 다시 한번 주제를 명확히 하고 가설을 재정립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블레임을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질문을 하지 않고 맘대로 개발하다보면 스프린트 기간을 넘겨 개발이 완료되는 경우도 있고, 의도했던 것과 다른 기능이 탄생 하는 경우도 있었다. 💀
직전에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 다음 1 on 1 에서는 이전보다 굉장히 성장했다고 칭찬을 듣기도 했다. 이건 모든 신입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피드백 일 것 같다.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무조건 찾아가서 붙잡고 질문하자..!
주니어 개발자라면 팀에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본인 역시도 그랬고, 당연히 그러한 것들이 성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회사에서 원하는것과 내가 하고싶은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한다. 본인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고, 그만큼 회사에선 지표상승을 첫번째 목표로 잡고 있었다. 회사에서 시키진 않았지만 기술부채를 해결하는 것도 당연히 성과로 이어질거란 생각에 뭔가 대단한걸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겨서 테스트 자동화 환경을 구축하고 번들러 마이그레이션도 진행했었다.
몇번의 스터디와 오프라인 리뷰 등을 통해 컨벤션을 정의하고 레퍼런스, 문서화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모든게 완성되고 문서화가 진행되면 팀원들이 기뻐해주고 같이 테스트 코드를 으쌰으쌰 짜줄거란 기대감에 열심히 해봤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심지어 번들러 마이그레이션을 하고 장애도 발생했다. 🥲
프론트엔드 테스트 코드는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작성하기 힘들다. 특히 테스트에 최적화된 코드가 아니라면 더더욱.. 팀원들은 바빴고, 우리 회사는 QA 팀도 따로 있었다. QA 팀에서 그들의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빠르게 개발하는게 지금 환경에선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석현님 처럼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하는 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지표 상승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어떻게 해야지 회사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고,답은 결국 나에게 주어진 일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완수하는것이었다.
무언가를 나서서 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게임에서 NPC가 퀘스트를 주듯이 한번씩 어려운 일들이 주어지곤 했다. 박람회를 위해서 짧은 기간동안 큰 기능을 여러명의 개발자와 같이 개발을 한다거나, 한번도 참여해보지 않았던 제품의 버그를 수정해야 했다던가.. 막막하긴 했지만 하다보니 큰 문제도 없었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버그를 수정하고 주어진 기간 안에 빠르게 완성했다.
이 설계가 맞는걸까.. 급하게 수정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마이그레이션 할 수 있진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일단 완성을 했다는 것이 큰 성과가 되었다. (?)
이렇게 직접 나서서도 일을 만들어보고, 주어진 일도 열심히 해보면서 느낀건 개인적인 기술적 욕망을 회사에서 풀어내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많은 사이드 이펙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개인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쉽게 접해보기 힘든 최신 기술 스택이나 라이브러리는 개인프로젝트에서 사용해보고, 빠르게 이것저것 수정해가면서 특정 상황에서 최적화된 패턴을 연구하거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에 기여 할 기회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이게 바로 황금 밸런스 인 것 같다. 회사에서는 회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게 도와주고, 내 개인적인 목표는 내가 마음껏 다룰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다. 그렇다고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실제로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담당하는 프로젝트에는 약 200개 정도의 테스트 케이스가 정의되어 있고, 마이그레이션으로 한번 장애를 겪고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여 이전보다 더 성능이 좋고 안정적인 번들러를 찾게 되었고, 배포를 기다리고 있다. 🤗
2024년 초 까지만 해도 회의에 들어가면 꿀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히 있다가 나와서 코딩이나 하는게 내 일상이었다. 지금은 회의에 들어가면 한시간이 지나도 모를정도로 말을 굉장히 많이 하다 나오는 것 같다. 그만큼 전보다 도메인 지식도, 고려해야할 범위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기획이 나왔을 때, 불필요한 가설을 금방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엔 생각보다 으리으리 했던 기획이 배포 이후 반응이 밍밍했던 적이 많다보니 항상 최적의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넓은 범위를 갖고 개발을 진행하기 보다는 최소 기능을 개발 후에 사용자 반응에 따라서 고도화를 하는 작전을 실행하게 된 것 같다.
이로인해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 또한 많이 단축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설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쉬운 것들도 어렵게 만들어보면서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게 되었다.
2023년까지만 해도 네카라쿠배당토 같은 좋은 회사에 이력서라도 붙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다. 한번씩 회사에서의 일이 익숙해졌단 생각에 안주해지게 될 때 쯤, 이력서를 보완해서 한번씩 큰 회사에 지원을 해봤었다. 당장은 이직 생각이 없더라도 시야를 넓히고 내 가치를 증명해낼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2024년 기준으로 이름만 들어도 어디인지 아는 곳들에서 채용 전형을 진행할 기회가 생겼었다. 아무런 경력도 없던 상태에서 이력서를 돌려봤을 때와 다르게 합격률이 굉장히 많이 높아졌다. 특히 유명한 곳들만 지원했었으니 "회사 생활 열심히 했구나.." 하면서 이대로만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과 함께 안심하게 되었다.
토스에서는 총 3번의 과제를 진행하게 되었다. 2023년에는 넥스트 챌린지를 통해 처음으로 테스트를 진행해봤는데, 그땐 뭐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제출도 못해보고 마무리했었다. 테스트 케이스도 단 한개도 통과 못했던 탓에 나는 정말 저런곳은 꿈도 꾸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했었지만, 2024년엔 3개의 과제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결과를 받곤 했다.
이게 뭔가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전형 자체의 결과를 떠나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어느 커뮤니티에도 소속되지 않고 회사를 제외하곤 혼자서 개발을 해왔던지라 성장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를 항상 고민했었는데, 그 기준이 과거의 내가 되니 그 결과로 인해 큰 성취감을 얻게 되었다.
큰 목표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어서, 개인 공부를 꾸준히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합격까지는 해보지는 못했다. 당장의 목표는 지금 회사에서 많은것을 이루는 것이었지만, 주변에 한번씩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거나 이직했다는 소식을 보게 되면서 "내가 너무 안주하고 있는것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해본적도 많았는데, 이런 경험들을 통해 오히려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
2024년에 많은 일이 있었고, 2023년에 기대했던 만큼 충분히 성장했다고 느끼고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가장 크게 느낀건 절대 성장에 대한 기준이 내 자신이 아닌 남이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해를 보람차게 보냈다고 느낄 수 있었던 건 얼만큼 성장했는지에 대한 기준을 2023년의 나로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 해를 돌아보니 2025년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
작은 목표를 잡아보자면 ..
이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2025년 회고록에는 더 좋은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