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개발자 회고

불타는강정·2021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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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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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반 년 넘게 일한 것 같다. 지금 아니면 신입사원 김강정의 생각을 까먹게 될 것 같아서 직장 후기를 적는다. 글을 적기 전에 신상을 적어야 읽는 사람이 읽기 쉬울 것 같아서 조금 적으면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다 중소기업에서 서버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팀에 배정받은 첫 날부터 재택을 했다. (그래도 간간히 나갔긴 하다)

기분은 어떤가요?

취준생일 때 취뽀한 사람을 보면 다들 너무 잘하고 멋있고 실력있는 개발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환상이었다. 입사는 했지만 배우느라 너무너무 바쁘고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너무 많다. 학교에서 전공 지식을 배웠기도 하고 취준하면서 알고리즘이나 간단한 프로젝트 정도는 했는데 회사에서는 그게 유용하게 쓰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CS지식을 안다고 해서 그 지식이 실무에 쓰이는 건 아니다. 그래도 회사 다니면서 어느정도 서버 직군에 대해 알게돼서 다행이지만 (api를 팔 수 있다) 그래도 아직 모르는게 많은 것 같다.

코시국에 다닐만 한가요?

아니요.. 정말 아니요... 입사할 때 코로나가 엄청 심해져서 재택을 했다. 2주 동안 온라인으로 온보딩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일단 처음 입사해서 모르는게 정말 많았다. 서버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개발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어떤 툴을 사용하는지 등등. 하지만 온라인으로 설명 듣는 건 정말 힘든 일이고 물어보기도 힘들었다.

직접 만난다면 의자를 스윽 끌어서 이게 맞나요? 물어보면 되지만 온라인으로 물어보려면 텍스트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텍스트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구글밋을 쓴다면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고 -> 콜을 걸고 -> 해답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오래 걸려서 정말 미안하고 부담스러웠다. (그러면서 자신의 무지에 한탄한다)

게다가 친해질 기회가 적었다. 처음에 팀 구성원이 각자 소개를 하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이야기할 기회가 없다. 온보딩 받고 물어보는 시간 말고는 이야기를 많이 못했는데 외주 개발자가 된 기분이라서 조금 외로웠다. 같이 모인다면 밥도 같이 먹고 잡담도 하면서 친해질텐데 그럴 기회가 적어서 아쉽다. 다행히도 얼마 뒤에 한번씩 출근하며 친해져서 이건 좀 괜찮아졌다.

개발 실력은 어떤가요?

회사의 코드 구조는 어느정도 이해가 됐다. 이제 기능에 대한 요청이 들어오면 구현은 가능하다. 게다가 이리저리 들으면서 예전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또 인프라는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는 알겠다. 하지만 아직 인프라 쪽은 잘 모르겠다. 어떻게 구현했는지 설정파일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게다가 문제가 생긴다면 해결을 못할 것 같다.

어떤 고민이 있나요?

공부를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취준을 오래 하면서 어떻게 취준할지는 감이 잡힌다. 전공지식 + 코테 + 프로젝트 경험 이렇게 준비하면 된다는 그런 공부 범위가 있다. 그런데 취업하고는 내가 어떤 걸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당연히 회사에서도 어떤 걸 공부하라고 친절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제 실력을 어떻게 쌓아나가야할지 고민이 된다.

2년 후에 내가 신입을 챙겨야 한다면?

사실 지금의 내가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그냥 경력자를 뽑을 것 같다.. 세상이 경력자를 원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경력만 뽑는다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을 수 있나! 그래서 신입 생각을 해본다면 일단 신입과 많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 것이다. 주기적으로 팀원과 1:1로 돌아가면서 잡담하는 시간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티타임은 신입의 적응에 아주 도움이 된다. 그리고 버디처럼 한명과 같이 몇 주동안 붙여놓아도 괜찮을 것 같다. 모르는 걸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게 아예 담당을 붙여 놓으면 편하게 물어볼 수 있을 듯.

그리고 온보딩 문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구전동화로 서버 구조를 듣긴 했지만 바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문서가 잘 되어 있다면 일을 익히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지 않을까. 그리고 따로 스터디도 있었으면 좋겠다. 실력은 부족한데 어떤 걸 공부해야 할지 막막했던 적이 많아서 이걸 시니어분들이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걸 공부해야 할지는 2년 후의 내가 추려 놓을 것이다.

신입으로서....

초등학생 때 일기를 열심히 적었었다. 그 나이대로 살아가면서 어른들한테 싫은 점이나 자신을 어떻게 대해 줬으면 하는지를 자주 적었고 그걸 중학생 때 보면서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처럼 지금 신입으로 일하면서 드는 생각을 미리 적어놓으면 시니어가 됐을 때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각자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기 마련인데 시니어가 되면 또 신입의 생각은 모른 채 내 입장만 생각할 것이다. 다음에 내가 이 글을 보면서 이 때는 이랬구나 참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챙겨주세요.. 신입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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