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

cadenzah·2023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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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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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작년에는 회고를 적지 못했다. 고백하자면, (그 작년에 그랬듯이) 연말에 회고를 적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적었던 것이 있었는데, 어째선지 마음먹고 적다보니 의도치 않게 힘이 들어가서였을까, 아니면 이래저래 마음이 분주했던 것일까,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그렇게 흐지부지 상반기가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끝끝내 완성하지 못한 작년 회고를 뒤로 하고... 격년 회고가 되고 만 올해의 회고의 서문.

1. 이직에 대한 단상

2022년의 상반기가 끝나갈 즈음, 팀에서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크게 의지하던 팀 내 개발자 선배가 이직하셨다. 정말 많은 워크로드에도 항상 친절함과 웃음을 잃지 않고 동료들을 대하시던 분... 나도 팀원들도 그리고 팀장님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나로선 첫 회사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동료의 이직이었어서 마음에 동요가 은근히 있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서운섭섭함이었다.

당시를 돌이켜 보면, 코로나 절정기에 2,3년차 주니어 개발자들이 이직을 유행처럼 하고, 몇몇 빅테크에서 구인을 공격적으로 하던 시기였기에(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유행 또는 거품(Hype?)이었다고 생각한다) 더더욱 여러 생각이 들게 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스스로 생각도 많이 해봤고, 또 주변의 (이직을 막 했거나 막 취직한) 비슷한 연차의 지인들이 물어보는 과정에서도 또 생각해봤다. 지금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뒤로 하고, 내 몸값을 띄우며 그리고 새로운 경험 또는 업무 도메인을 찾아서 이직하는게 좋은 선택일까?

같은 주제로 종종 고민하면서 내가 지금 회사에,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개발 팀에 계속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정리하면 크게 아래 정도였다. 하나하나가 다 중요한 지점들이라고 생각한다. (순번에 크게 우선 순위는 없다)

  1.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의 성장의 여지가 있는가? (기술적 / 협업적 / 인생 식견적 측면 등을 고려할 때)
  2. 동료를 비롯한 팀과 회사의 업무 문화가 건전한가? (→ 사람들이 좋은가?)
  3. 업무 강도와 나의 일상 생활 간에 균형이 맞는가?
  4. 나의 급여와 책임 수준이 적절한가?

1번의 경우는 내가 회사를 고심끝에 선택하여 지원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특히 주니어 입장에서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큰 고민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가 일한 시간들을 돌아보면, 나는 2번을 가장 중요하게 그리고 감사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람 사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다는 것은 지금 다니는 회사 그리고 팀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자 혜택이었다. 자주 마주치게 되는 업무 상대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긍정적으로 업무에 임해주었고 그 덕분에 나도 수월하게 일했다. 혹시나 추후에 지금 다니는 회사 상황이 안좋아지더도 단지 이 부분때문에 이직을 주저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원래 그 아래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었었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의 나열이어서 굳이 삭제했습니다. 내용이 궁금하시면... 커피챗 한잔 하시죠

2. 새로운 롤 - 구매 화면

아무튼 이런저런 감정을 뒤로 하고, 떠나간 그분의 빈 자리에는 그분이 맡았던 이런저런 Role들이 남았다. 그것들을 여럿으로 쪼개어 우리 팀원들이 나누어 받았다. 나에게 주어진 Role은 우리 서비스의 결제 UI 도메인이었다.

결제 화면은 마치 외딴 섬같은 영역이어서, 다른 코드 부분과 크게 겹치는 부분이 없고 오로지 관련 담당자만이 그 내부를 잘 아는 영역이었다. 문제는, 결제 화면을 2021년까지 외주사에서 담당하고 있었고, 이듬해부터 내재화를 추진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내재화 업무를, 이제는 이직하게 된 선배를 대신하여 내가 맡게 되었다.

원래 그 영역의 방대함과 복잡함을 알고 있었기에 막막한 마음이 들면서도 내심 기뻤다. 당시 난 막 팀에 합류하여 딱 정해진 담당 Role이 없이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었던 터라, 나의 담당 영역이 정해지고 순식간에 할일이 산더미처럼 생긴 것이 나의 전투 의지를 자극했던 것 같다. 그게 길고 험난한 여정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새로 결제 영역을 담당하게 되면서 그 이후 결제 화면과 관련된 대부분의 문의는 나를 통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정말 많이 헤맸다. 코드 베이스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히스토리 성격의 문의가 계속 오다보니, 신규 담당자 입장에서 멘붕이 오고 정말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의 순간들이 많았다. 물론 그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여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고, 문의 사항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일 때의 대처 태도를 많이 키울 수 있긴 했다. 하지만... 하지만... 너무나 험난한 시간이었다.

자잘한 문의에 대응하고, 굵직굵직한 신규 결제 관련 기능을 개발하고, 또 DF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사이사이 나는 결제 영역 리팩토링 계획을 세웠다. 결제 화면은 데이터 준비와 화면 그리기, 그리고 결제 완료까지의 그 Flow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그래서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 그림을 잘게 쪼개서 여러 버전 업데이트에 나누어 반영하는 것으로 추진해야 했다. 그 계획을 세운게 2022년 7월 정도였고, 처음 3단계로 나누었던 리팩토링 계획은 4단계로 확대, 2023년 12월 현재 3단계까지 무사히 마쳤다. 세보니까 약 1년 반이 걸렸네...

리팩토링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일인가? 나도 스스로가 놀랐다. 매 단계마다 설계에만 전체 기간의 반절은 할애해야했고, 다른 업무를 하는 와중에 리팩토링까지 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본래 계획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아쉽지만, 다른 업무가 워낙 많았다보니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3. 새로운 롤, 앞으로도... 계속

해가 바뀌고, 큰 메이저 업데이트를 앞두고 우리 서비스도 (메이저 업데이트와 별개로) 내부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사용하는 프레임워크의 메이저 버전을 올렸고, 서비스가 올라가는 기반 플랫폼과 동작 Flow가 변화하면서 코드의 주요 동작 흐름이 달라졌다. 기존 코드들의 많은 부분을 Migration 해야했다(그 와중에 결제 리팩토링도 계획대로 병행했다).

그러던 중 나에게 새로운 Role이 하나 더 생겼다. 서비스 플랫폼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 웹 서비스도 기존과 다르게 동작하도록 초기화 로직을 수정해야 했는데, 이 부분을 덜컥 내가 맡게 되었다. 서비스 초기화 부분은 마치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 생각없이 들이마시는 공기나, 수도를 틀면 나오는 물처럼 평상시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보니, 이쪽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보니 이때도 또다시 멘붕이었다...

굉장히 요상한 기분이었다. 막막하고 어려워보여서 괴로우면서도,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런 복잡도있는 Role을 맡아볼 기회가 생긴다는 그 설렘? 우리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부분을 맡게 된다는 사명감으로 기존 코드도 열심히 뜯어보고, 테스트를 정말 많이 해보면서 기능들을 만들어나갔다.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까지 정말 많은 이슈가 있었고, 플랫폼 특성상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이슈도 꽤 있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꽤 안정화된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회사에서의 연차가 쌓이면서, 그리고 여러 버전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나에게 주어지는 Role이 많아지는 것을 물리적으로 느낄 때마다 분명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효능감은 참 좋다. 또 개발을 진행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잘 없었지만, 우리 서비스 정도면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특수한 환경과 플랫폼, 그리고 복잡도를 가지고 있고, 그런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깊게 관여했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금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거겠지.

4. 그래도 아쉬웠던 점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과 맞물려 연말 평가 시즌이 오면서, 팀 차원에서 회고 시간을 가졌다. 그 내용을 여기에도 옮겨본다.

  • 내용과 성격 면에서 굉장히 상이한 주제의 일감들 여러가지를 동시에 왔다갔다 하면서 진행하는 상황을 이번에 처음 경험하였고, 모두 같은 프로젝트 아래에서 일정 관리가 필요했기에 굉장히 정신이 없었다. 일감들 간에 컨텍스트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다보니, 스스로 혼선을 빚고 힘들었던 적이 많았고 이에 따른 시간 소비가 발생했어서 아쉬웠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종종 있을텐데, 여러 일감을 돌아가며 진행함에 따른 각 일감 별로 일종의 Context Pointer 관리를 효과적/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노하우를 키워나가야겠다. 맡은 일을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 전체 프로젝트의 코드 구조와 프레임워크 변경 등이 함께 맞물려 진행되는 상황에서, 내가 맡았던 구매 영역의 리팩토링까지 개인적으로 진행하다보니 그쪽 작업이 다소 더디게 진행된 감이 있었다. QA 시작 이후에도 안정화가 덜 되다보니 구매 관련 DF이 많이 그리고 계속 발행되면서 팀장님과 다른 개발 매니저님들, 그리고 QA 담당자들께 꽤 염려를 드렸을 것 같다(다른 일감들 쳐내면서 왔다갔다하느라 정신없었던 탓이 물론 있지만 결국 핑계에 불과하다). 일정 산정에 대한 시야를 좀 더 키워야 할 것이고, 나 스스로도 작업 속도가 좀 더 개선될 수 있도록 더 실력을 키워야겠다. 어떻게 보면 1번 회고 항목의 연장선상의 이야기.
  • 신규 일감 중에 특정 Browser API를 사용하여 구현 필요한 것이 있었는데, 개발 일정상 중후반부에 추가된 일감이었다보니 기술적으로 충분히 선행 검토하지 못했고 대응도 기민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개발 단에서 해결이 불가능하고 플랫폼 수준에서 검토와 수정이 필요했던 건이었는데 그 파악과 판단이 늦어진 것이 아쉽다. 내 수준에서는 검토의 여지가 더 이상 없다는 판단이 서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던 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내가 확신이 없이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다른 검토 가능한 부분에 대하여 해당 담당자에게 같이 공유하여 Parallel하게 진행 가능한 부분은 넘기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잘했던 것들보다는 아쉬운 것들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고 또 떠오른다. 그래도 내년의 이맘때는, 오늘의 나보다는 좀 더 나아져 있겠지.

5. 이제는 어엿한 주니어

평가가 다 끝나고, 조직 개편을 앞두고 팀장님과 면담을 했다. 내용과 별개로 나 스스로에게 놀란 점은, 처음 입사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면담에 임하는 내 기분이나 태도에 한결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팀장의 질문에 별로 긴장감이 없었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하는 나도 부담없이 가감없이 내용을 이야기했다. 나는 나대로 좋았던 것, 아쉬웠던 것, 원하는 것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사뭇 스스로 놀라웠다.

나도 이제 입사한지, 팀에 합류한지 제법 시간이 되었구나. 이제는 팀이 편해진 듯하고, 팀원들에 좀 더 마음을 열고 가까워졌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이렇게 정들어가는 거겠지. 항상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도 들고, 한번 더 반성해보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6. 인생의 큰 변화

업무와 별개로 올해는 내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되는 행사가 있었던 해이다. 오래 만나던 사람과 결혼을 하였고 이제 나만의 가정이 생겼다.

나는 나에게 큰 이벤트가 벌어져도 그 실감이 늦게 오는 편이다(예전에 대학에 들어갈 때도, 입대할 때도, 전역할 때도, 입사할 때도 그랬다). 결혼을 하겠다고 정하고 이런저런 준비를 할 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결혼을 하기로 결정하고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이 꽤나 스트레스 받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예식 준비하고 잔치에 오실 분들께 인사드리는 과정이 워낙 정신없이 분주하다보니 그랬을까? 결혼이라는 그 이벤트 자체에 대해서, 혹은 결혼의 의미에 대해서는 정말 지겹도록 많이 생각하고 곱씹었지만, 막상 그 결혼이 바꾸어놓을 나의 일상과 마음에 대해서는 제대로 그려보지 못했었다. 오히려... 식을 앞두고 본가를 떠나 새 집으로 완전히 이사하는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 마음에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돌아갈 집이 본가가 아닌 새집이고, 매일 만날 사람이 부모님이 아닌 아내가 된다는 사실이 그때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고 마음이 아팠다. 지난 시간들에 대한 여러 감정들이 그 이후 며칠동안은 계속 머리에 맴돌았고, 그 감정이 정리되는 데에는 몇주가 걸렸다. 이제는 나도... 명실상부 가장이 되었다.

아직도 완전하게 적응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집안일하고 요리하고 그러는 시간들이 재미있다. 본가 살때 맨날 맛있는 것들 먹고 자랐던 것이 영향을 준건지, 오래 전부터 예상했던대로 요리가 꽤 취미에 맞는다. 회사가 바쁘지 않다면, 맛난 것 해다가 아내랑 둘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dinners

요새는 워낙 매체가 잘 되있어서,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검색해다가 재료만 사서 따라하면 곧잘 맛있는 요리가 완성된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싶다.

7. 토이프로젝트 - 청첩장 프로젝트

작년에는 그렇다할 토이프로젝트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고, 반드시 뭐 하나는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면서 그 각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결혼이라는 아주 적절한 명분 + 결정된 날짜에 맞추어 만들어야한다는 납기까지 있는 괜찮은 프로젝트거리가 생겨, 이것에 맞추어 토이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야심차게 결정했다. 그렇게 뚝딱뚝딱 모바일 청첩장을 만들었다.

이미 지나간 것이지만 모바일 청첩장 링크

고백하자면 뿌듯함 50%, 아쉬움 30%, 후회 20%의 프로젝트였다. 아쉬움은 일정 부족 및 귀찮음으로 인하여 만들지 못한 기능들로 인한 것이요, 후회는 그냥 돈주고 맡길걸에 따른 것... 그래도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다. 회사 기술 스택으로 인해 한동안 못썼던 React도 써봤고, TS도 겸사겸사 많이 쓸 수 있었고, 이것저것 안 써봤던 것들을 써보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도 재미있었고, 회사와 무관하게 작은 기능들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 방금 떠오른 아주아주 큰 아쉬움은 프로젝트 진행한 후 회고글을 아직도 안 썼다는 것이다. 조만간 꼭 써야겠다...

마참내! 작성하고야 만 회고글이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내년에는 이 모바일 청첩장을 통합하여, 개인 블로그 및 전자 포토로그로 페이지 기능을 확장하는 토이프로젝트를 이어서 진행해보려고 한다.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좀 더 구체화해봐야지.

8. FORIF 홈커밍

연말에 영광스럽고 반가운 시간도 있었다. 대학교 시절 몸담았던, 그리고 애지중지 만들어나갔던 동아리에서 최초로 홈커밍 행사를 열었다고 하여서 그 자리에 초청받았다. 무려 4,50명 정도 되는 부원들 앞에서 강연도 했다.

forif

회장직을 내려놓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한게 벌써 4년이 되었는데, 그동안에 정말 많이 커져서 뿌듯하다. 그때, 먼 훗날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문서를 작성하고 시스템을 만들었던 것이 이렇게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들을 헛되게 보낸 것은 아니라는 확인을 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 그때는 정말 절실하고 또 간절한 마음으로 동아리를 운영했었다. 동아리가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겼을텐데, 그 뒤에도 계속계속 동아리를 잘 키워나가줘서 무척이나 후배분들에게 감사하다. 물론, 나야 그 터만 닦아줬을 뿐 실질적으로 동아리를 성공적으로 확장시킨 것은 후대 회장님과 운영진들의 역량과 헌신이었겠지.

사실 이 행사가 있던 주 초까지 프로젝트 마감 치느라 너무 정신없었고, 행사 전날에 프로젝트 마감 기념으로 팀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회식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발표가 부족한 점이 많았고, 아마 현장에 있던 부원들 중에도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고작 15분짜리 발표로 공유하기엔 너무 방대한 주제를 잡았던 내 잘못도 있고...

동아리 운영 관련하여서는 정말 많은 생각들과 고민을 해왔었는데, 그 내용들을 정리할 기회가 잘 없었다. 이제와서는 너무 옛날 이야기이기도 하고. 기회가 된다면 이것도 좀 정리해서 따로 글을 적어둬야겠다. 누가 궁금해할까 싶긴 하지만...

9. 도파민과 행복 그 사이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재수하던 시절, 인생의 즐거움은 어떤 목표를 이루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에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그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그리고 대학을 졸업할 즈음, 그리고 회사에 막 입사했을 시기에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름아닌 행복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면 행복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의하고 넘어가야 했다. 행복은 굉장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가치이다. 회사에 1년 쯤 다니고 났을 때 문득 들었던 생각은, 행복은 (최근과 같이) 때론 지루하고 권태롭다고 느낄 정도의 평화로움에 비로소 스며들어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나의 일상은 하루하루 바쁘고 정신없을지언정, 일상을 위협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위에서 정의한 행복에 젖어있다보면, 평화로운 일상에 말 그대로 푹 빠져 있다가도 문득 너무나 지루한 일상에 '이게 맞나', '이렇게 사는게 맞나'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소위 매너리즘, 혹은 타성에 젖어~ 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한편으로 (한창 도파민 이라는 소재가 대중들 사이에 익숙해진 후) 들었던 생각은 나 스스로가 '도파민 불감증'이 아닌지 싶었다. 불과 몇년 사이 나에게 있었떤 여러 사건일들로 인하여, 이제는 내 수준에서 지금 접하는 일상적인 일들만으로는 별로 흥분되거나 신나는 일도 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을 이렇게 써놓으니 굉장히 노잼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나 행복하게 매일매일 살고 있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뭔가가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내년에는 뭘 해볼까... 정말로 농사 공부를 해볼까?

10. 미디어 소비

지난번 회고 때, 내년에는 (미디어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도록) 미디어 소비를 늘리자는 야심찬 포부를 세웠엇다. 그리고 돌아본다. 사실 잘 못했다.

요새 아주 드물게도 챙겨보는 드라마가 생겼다.

kitai

역사물 너무 좋아. 정치물 너무 좋아.
K-드라마 잘 안 보는 아내도 성공적으로 영업했다. 시청율도 잘 나온다는데 이 기세로 사극이 좀 더 활발하게 만들어지면 좋겠다.

11. 건강

그리고 건강도 챙기기로 했었는데... 결혼 직후에는 조금 빠지더니만 하반기에는 야금야금 다시 쪄버렸다. 부디 내년에는 운동을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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