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chaejunlee·2021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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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

나는 자비라는 것을 몰랐던 사람이었다. 자비는 합리화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조으고 볶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었다.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는 당연하게도 전부 다 나의 잘못이었다. 그런 마인드를 가지다 보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익숙했다. 그리고 나의 문제 해결 방법은 꽤나 폭력적이었다. 몸속의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메스로 피부를 가르듯 문제를 파고 또 파서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문제 해결 방식이었다. 문제의 근원을 찾는 과정에서 아픈 추억을 건드리더라도 개의치 않고 파고들었었다. 마취 없이 생으로 살을 도려냈었다. 종양을 제거하지 않는 것은 더 많은 아픔을 만들어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 방법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냉철한 판단의 결과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나의 방식은 절대로 남에게는 하지 못할 방식이다. 안 그러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남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또 최근에 해부학적인 판단에 지쳐버렸다. 손가락에 상처 하나 났다고 팔을 잘라버리는 극적인 판단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해부학적인 판단에 지쳐버렸다고 이야기했지만 또 습관적으로 나는 나의 고뇌를 진찰해버렸다. 2021년을 시작하며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나름의 여러 가지 목표들을 만들었었다. 독서, 필체 교정, 운동, 알고리즘 공부, 자바 스터디, 인간관계, 불렛 저널, 명상이 올해의 목표들이었다. 목표들을 하나둘 꾸준히 해나갔다. 최근에 이 목표들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거나 습관화가 돼있었다. 할 수 없는 것들이나 우선순위가 밀린 것들은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했다. 그 결과 독서, 운동, 필체 교정과 같은 유무형적인 결과들과 지루하기만 한 습관들만 남았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흥미로웠고 야망 넘쳤던 목표들은 하지 않으면 안 될 숙제가 돼버렸다. 또 나 자신도 많이 나태해진 것도 사실이다. 크고 작은 이유들로 슬럼프를 겪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나의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내 전입 전후의 생활이 생각났다. 그때는 마인드 마스터라는 앱을 통해 명상을 하곤 했었다. 그 앱 자체는 별로였었다. 그런데 유튜브의 신박사 tv라는 채널에서 이 책을 추천하며 명상과 마음챙김에 좋은 책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행복을 다시 되찾고 싶었던 나는 이 책을 '12 Rules of Life(12가지 인생의 법칙 원서)'와 '차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함께 샀다.

느낀 점

읽어보니 마음챙김 자체에 포커스가 많이 맞추어진 책이라고 느껴졌다. 명상 때문에 산 책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우익한 책이었다. 내가 생각지 못했던 마음챙김과 자비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해주었다.

살아오면서 나 자신에게 자비를 베푼 적이 잘 없었던 것 같다. 후회하고 수치스러워하고 합리화하기만 했다. 나에게 더 가혹하게 채찍질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 관계, 팀플 등 다른 사람들에게도 까다로운 잣대로 대했던 것 같다. 나로서는 나에게 맨날 하던 쓴소리 보다도 훨씬 순한 맛으로 한 말들이었지만 절대적으로는 순위가 높은, 날이 선 말들이었던 것 같다. 나는 내 잣대와 말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물러터지고 나약하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을 읽고 다시 나를 돌아보니 나는 부러움, 시샘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과 비교하며 행복해하는 남들을 질투했다. 또 그들과 달리 행복하지 않은 나의 상황에 실망하고 우울해하는 것이다. 최근의 우울한 기분도 이 부분에 해당하는 것 같다. 최근 나는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붙는 이런저런 책임들 때문에 박탈된 나의 자유 때문에 힘들다. 또 나보다 좋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나한테 자기가 힘들다고 부리는 꼬장을 받아주는 것도 힘들다. 부정적이고 책임을 떠넘기며 배려 따위 없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도 힘들다. 이런 힘듦 그 자체는 버틸만하다. 이 보다도 어려운 상황을 다 겪고 이겨낸 내 멘탈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 하지만 인스타나 다른 SNS에서 자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만 이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비교를 한 것이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마음챙김과 나에 대한 자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글로 나의 상황을 풀어쓰며 일차적으로 마음챙김을 한 것이다. 우울함의 초고속도로에서 벗어나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너의 힘듦을 다 이해한다고 다독여준다. 이게 뭔가 싶지만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엄청난 위로를 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행복해하는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질투하기보다는 충분히 축하해줄 것이다. 저런 행복이 곧 나에게도 일어날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날 힘들게 하는 주변 사람들은 대화를 그들을 향한 마음챙김과 자비를 통해 해결해봐야겠다. 내가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이야기를 통해 들어보며 나의 생각과 잘 조율해봐야겠다. 불길한 느낌은 언젠가 불운으로 나타나더라. 불길한 느낌을 느낀 그 순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최대한 빨리 해소해야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호의와 호기심의 태도로 이야기를 하는 연습을 해나가야겠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강화된 나의 생각이 하나 있다. 바로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뭐가 됐든 현재에 집중한 채로 알게 모르게 시간이 흘러간다면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또 고통스러운 감정은 매우 순간적이라는 것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고통스러울 때 그 감정을 이겨내는 방법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 숨을 고르고 명상을 하면서 시간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10분 정도면 고통은 온데간데없고 차분한 마음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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