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노먼 - 디자인과 인간심리 1/3

채기획·2021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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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이론서를 읽고 팀원들에게 소개하려 쓰는 글입니다.
첫 번째로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과 인간심리>를 읽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읽었습니다.

도널드 노먼은 인지공학의 창시자로 인지심리학과 엔지니어링의 결합을 추구한 사람입니다. 인간 중심 디자인(HCD-Human Centered Design)의 조상님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책은 [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라는 제목으로 1988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25년이 지난 2013년에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로 제목을 수정하여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치면 33살이 된 책이죠. 33살이라니 지난 30년간의 기술 변화를 생각해보면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개정 판에서 사례와 테크놀로지 부분만 업데이트되었을 뿐 이론의 기본 뼈대 자체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대부분의 현대 UI UX 담론들이 이 책의 관점 위에서 논의를 발전시켜나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고민들의 단초들을 하나씩 꺼내서 최신 사례를 추가하고 정리만 잘 해도 브런치 등에서 볼 법한 UI UX 포스팅이 뚝딱 나올 것 같았습니다.


디자이너를 위한 스타터 키트

기획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뭔가 이론적 배경이 아쉬울 때. 익숙하지 않은 매체, 환경,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일 때. 벤치마킹할 만한 서비스나 분석할 데이터도 없어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막막할 때. 그리고 디자인 관련 전공이 아닌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사실 단순합니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이론적 배경이나 설득의 근거, 나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무기를 하나 갖추는 거죠. "나와 겨루고 싶거든 도널드 노먼을 먼저 꺾고 와라."

노먼 선배는 이 책을 디자이너를 위한 스타터 키트라고 말합니다. 기획 디자인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론들, 추상적인 고민을 구조화할 수 있는 개념들, 기획 디자인을 마무리할 때 체크해볼 만한 사항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잘 정리해 두었다가 써먹으려 합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큰 변화는 프로 불편러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 어떤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다 막히면, 내 실수라고 생각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넘겼을 겁니다. 이제는 내 실수가 아닌 제품과 서비스의 디자인 문제였음을 알게 된 것이죠. 그리고 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금단의 질문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모든 사물을 예리하게 째려보며 제작 의도와 나라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았습니다. 도전하십시오. 당신도 프로 불편러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미학, 현상학 같은 철학과의 관련성을 많이 느꼈습니다.(언젠가 개인적으로 더 파볼 부분으로 킵.) 번역이 좀 아쉬워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중간중간 원문을 참고하면서 읽으면 좋았습니다. 오래된 고전이라 구글에서 검색하면 원문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읽으면서 중요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어서 단순 기계적인 요약보다는 그의 주요 개념들과 중심이 되는 화두들을 소개하는 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행위의 일곱 가지 단계

(직접 그려보려다가 인터넷에서 잘 정리된 이미지를 보고 이것보다 잘 그릴 수 없을 것 같아 포기)

노먼은 인간의 행동을 7단계로 세세하게 쪼개어 분석합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행동으로 옮긴 뒤 세상(장치, 디스플레이 등)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두 가지 갭(간격)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낼 때 의도와 다른 부분을 발견하는 실행의 갭(간격). 무엇이 일어났는가 알아낼 때 예상과 달랐던 평가의 갭(간격)을 경험하게 되지요. 디자이너는 그 두 가지 갭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갭은 사용자의 불만족으로 이어져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인간 행위의 대부분은 잠재의식 단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 분석이 쉽지 않습니다. 행위 도중 무엇인가 불편함을 느끼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새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의식적인 단계로 떠오르게 됩니다. 우리는 어찌 보면 사용자에게 의식적 사고를 최소한으로 하게 하는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서비스 플로우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 도식을 다시 살펴보면 잠재의식, 의식적 단계는 다시 본능적, 행동적, 숙고적 수준으로 구분되며 각 실행-평가 행위에 매칭 되게 됩니다.

  • 본능적 수준 - 지각의 영역
  • 행동적 수준 - 학습된 기술의 영역. ex) 자전거 타기. 모든 행동이 어떤 기대와 연합되어 긍정적,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학습되는 영역이므로 적절한 피드백이 중요.
  • 숙고적 수준 - 서비스 사용 후 추천하게 해주는 영역이자 가장 오래 지속되는 감정 영역.

각 행위와 매칭 하여 그 속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은 이 모든 의식의 수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단편 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근원적인 목적을 해결

인간의 행동이나 특정 작업을 분석하여 디자인에 반영하려 할 때 그 활동의 최종 근본 원인에 도달할 때까지 '왜'라고 묻는 근본 원인 분석을 해보면 사태를 명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조명 스위치를 켜려는 동작을 한다면 단순히 그 스위치를 키는 게 근원적인 목적이 아닐 것입니다.

불을 켜고 싶다 → 독서하는 데 빛이 부족 → 새로운 레시피로 요리 → 먹기 위해 요리를 하려 함 → 허기를 채우고 싶다

결국 우리는 스위치를 누르면 배가 불러지는 장치를 개발... 할 수는 당연히 없겠지만 좀 더 근원적인 니즈를 해결해주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고민을 해결해내는 순간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UX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비슷한 버튼이 있긴함. )


행위의 7단계 모형을 통한 디자인 점검 목록

➀ 무엇을 달성하기를 원하는가? - 목표
➁ 대안은 무엇인가? - 계획
➂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명세
➃ 어떻게 그것을 하는가? - 수행
➄ 무엇이 일어났는가? - 지각
➅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해석
➆ 이것으로 충분한가? 내 목표를 달성했는가? - 비교

이제 가장 중요한 배운 걸 어떻게 써먹는가의 단계입니다. 디자인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겼을 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때 뭔가 사용하다 불편할 때 위의 질문 리스트를 따라가며 행위의 7단계 중 어디서 실패했는지 체크하면 좋습니다. 그리하여 "기표, 제약, 맵핑, 개념 모형, 피드백, 어포던스, 발견 가능성"과 같은 어떤 디자인 원칙에 결함이 있었는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혹은 기획 디자인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생각 못한 부분이 있을지 다시 한번 점검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은 방금 언급한 디자인의 원칙들에 대해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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