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노먼 - 디자인과 인간심리 3/3

채기획·2021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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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이론서 10권 읽기 #1

UI/UX 이론서를 읽고 팀원들에게 소개하려 쓰는 글입니다.
첫 번째로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과 인간심리>를 읽었습니다.


Human Error

"부산서 명령어 한 줄 실수로 전국 멈췄다"..KT 통신 대란의 재구성

KT, '인재' 다시는 없다…"관리자 승인·테스트베드 구축"

얼마 전 전국의 KT 네트워크가 일시에 마비되는 장애가 일어났습니다. 언론에서는 대부분 인재(HUMAN ERROR) 또는 실수라고 타이틀을 뽑고 있죠. 보통 '인재'라고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으나 한순간의 실수로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단순히 코드 한 줄 잘못 썼다고 하기에는 시스템의 문제가 너무도 심각해 보엿습니다.

  • 본사 직원 없이 외주 협력 업체 직원 끼리만 작업
  • 야간이 아닌 주간에 진행
  • 네트워크가 분리된 테스트 환경(이미 내부적으로 갖추고 있었음에도)이
    제공되지 않고 실환경에서 바로 작업

이건 뭐 언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환경이 아니었을까요?

우리는 기기나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오류 혹은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사람의 실수를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사용방법을 잘 모르고 썼거나 실수를 해서 그렇다고 쉽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다음 번에는 조심해서 잘 사용해봐야지로 결론 내리는 건 개선이 불가능할 뿐더러 근본 원인적인 문제의 해결이라 할 수 없습니다.

5 Whys를 통한 근본원인 분석

노먼은 근본적인 원인 분석 방법으로 도요타에서 창안한 5 Whys 를 제안합니다. 무언가 원인을 찾을 때 기본적인 이유를 발견했더라도 거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 더 깊이 질문을 해보라는 의미입니다. 굳이 원인을 5가지로 찾아낼 필요도 없습니다. 한 가지 원인을 찾고도 앞으로 더 나아갈 필요를 강조하기 위해 5 whys로 명명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도저히 답변을 할 수 없을 때 까지 가게 되어야 사태의 진정한 문제를 찾게 됩니다. (5 Whys의 레전드 럭키 루이)

실수와 착오

일반적으로 Human Error(인간 오류)는 어떤 '적절한' 행동에서 벗어난 것으로 정의되며 노먼 선배는 실수(Slip)착오(Mistake)로 더 자세히 구분합니다.

실수(Slip)는 어떤 의도를 하지고 행동을 했으나 다른 행동을 수행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잠재의식적 단계에서 발생하며 초보자 보다 숙련자에게서 더 자주 일어납니다. 초보자는 작업을 수행 하는 도중 자신의 모든 행동에 집중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실수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숙련자는 너무 익숙한 작업이여서 자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는 와중에 잠깐의 주의 결핍이 일어났을 대 실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착오(Mistatke)는 목표나 계획이 애초에 틀린 경우를 말합니다. 사람의 기억이 잘못되었거나 애초에 규칙이 잘못되는 경우로, 숙고적 단계에서 이루어지며 행동 자체는 의도한 대로 잘 이루어졌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규칙이나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정확한 문제 원인이 발견되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 실수나 착오 중에 모드(Modes)로 인한 실수가 인상 깊었습니다. 모드(Modes)란 어떤 장비가 컨트롤러는 그대로이면서 모드가 전환됨에 따라 작동방식이 달라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정수기를 생각해보면 요즘 정수기는 물이 나오는 노즐은 한 곳이고 추가적인 버튼을 눌러 얼음 냉수 정수 온수를 바꾸게 되어 있죠. 그래서 처음 사용하는 정수기는 몇 번은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저희 사무실 정수기인데 기기 자체도 흰색인데다가, 온수, 정수, 냉수 터치 아이콘 불빛도 다 똑같이 흰색이어서 지금 어떤 모드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물을 한참 받고 나서야 미지근한 물인 것을 알게 되지요. 이처럼 기기가 어떤 모드인지 현재 상태를 사용자에게 명확히 인지시켜주거나 아예 그런 모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없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류를 줄이는 디자인

이러한 오류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디자인 적으로는 취소 기능을 두어 이전에 수행하던 작업을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게 한다거나, '삭제'와 같이 중요한 명령을 수행하기 전 확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 오류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제약(Constraint)을 미리 설계해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고를 줄이는 '스위스 치즈 모형'

시스템 전반적인 관점에서는 '스위스 치즈 모형'이라는 방법론을 제안합니다. 사고에는 여러 원인이 있으며 그 원인 중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고는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모든 구멍들이 완벽하게 직선상에 있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다는 개념이지요. 스위스 치즈 모형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 더 많은 치즈 조각 : 추가적인 예방책
  • 구멍을 더 작게 만들기 : 실수나 착오 등의 방비 실패의 기회를 낮추기
  • 여러 개의 구멍이 정렬될 때 누군가에게 반드시 경고하라🚨🚨🚨🚨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사고를 다 틀어막을 수는 없습니다. 사고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스템 자체를 탄력성있게 관리하는 "탄력성 공학 개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혼란과 피해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유지 관리 훈련을 하는 것이지요.


Design Thinking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것 중의 하나가 디자이너의 관점과 자세에 관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먼 선배는 보통 디자인 컨설팅을 가면 해결해달라고 요청받은 문제는 절대로 해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탁 받은 그 문제는 보통 증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하나의 제안 정도로 받아들이고 그 즉시 해결책으로 돌입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고 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것에 주목해야 하는지 결정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더 넓은 범위의 잠재적 해결책을 고려 한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디자인 생각하기(Design Thinking)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Double Diamond Design Process Model

디자인 씽킹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식이 바로 더블 다이아몬드 디자인 프로세스 모델 입니다. 위 그림을 보면 좌에서 우로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가지 대안들에 대한 발산과 수렴이 반복됩니다.

  • 첫 번째 발산-수렴 국면에서는 올바른 문제, 해결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찾는 과정이며('발견하기', '정의하기')
  • 두 번째 발산-수렴 국면에서는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 가는 과정('발전시켜라', '전달하라') 입니다.

디자이너는 주어진 문제의 핵심을 바로 파고들어가는 것이 아닌 주변을 뱅뱅 배회하기도 하고, 때로는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쓸데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생각들을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실제로는 동일한 결과를 도출하고 헛수고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의도된 방황을 함으로써 더 근본적인 물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마치 여행을 떠나서 다시 집에 돌아왔지만 그 이전과 다른 내가 된 기분?(하지만 현실에는 일정의 압박이...) 이 부분을 보는데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 나더군요.

하지만 미로 속에서 현명하게 길을 잃는 자,구원의 길을 진리의 길을 발견하리니......
(다니엘 카스파 로헨슈타인, <어느 미로의 명문>)

마케터와 디자이너의 관점의 차이

고객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는 다른 직종으로 디자이너 외에 마케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둘 사이에는 관심의 초점이 좀 다릅니다.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과 그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사용할지에 대해 알고 싶어합니다. 마케팅은 어떤 사람이 구매할 것인지, 어떻게 구매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러한 목적의 차이로 인해 디자이너는 작은 집단의 사람들을 직접 관찰하고 질적으로 연구하여 통찰을 얻는 반면 마케터들은 많은 데이터와 시장 분석을 통해 답을 얻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Data Driven UX가 떠오르면서 디자인에도 데이터 중심적 사고가 더 각광을 받는 것 같습니다.) 구매하지 않으면 사용성이 아무리 좋아도 쓸모가 없듯이 두 방향성 모두 중요하며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유산 문제(Legacy Problem)

아마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와 관련이 많은 토픽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에 너무 많은 기기가 어떤 표준화된 양식이나 룰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이 일종의 유산(Legacy)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면 막대한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인프라를 새롭게 뜯어 고치는 실질적인 전환 비용 외에도 변화 자체가 불편한 사람들을 설득 시키기 위한 코스트, 새로운 학습에 필요한 코스트 등이 뒤따르게 되지요. 이러한 유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로 근본적 필요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잠금장치를 개선한다고 했을 때, 물리적인 열쇠나 자물쇠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필요가 무엇인지 탐색해야 합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승인된 사람만 잠겨있는 그 무엇에 접근할 수 있음을 보장하는 방법이 될 것 입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열쇠를 개조하는 대신에 그것들을 아예 무관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아예 열쇠 자체가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암호를 입력하는 도어락이나 지문 인식 같은 방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렇게 사용자가 그 근본적인 필요가 해결되는 것을 한 번 경험해보게 되면 결국 전환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도널드 노먼 국내 발간본 정리

끝으로 도널드 노먼의 국내에 발간된 저서 목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처음에 도널드 노먼 책들 중에 뭘 읽을 지 찾아보다가 번역서들 제목이 이상해서 다른 책인 줄 알고 한참 헤매던 기억이 있습니다. ㅂㄷㅂㄷ...😡 혹시라도 더 공부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원서 출간 순으로 되어 있고 원서 제목과 해당 책이 번역된 정보를 정리해 두었습니다..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2013

  • 초판 : <"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 1988
  • 초판 국내 번역본 : <디자인과 인간심리>, 학지사, 1996
  • 개정판 :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2013
  • 개정판 국내 번역본 : <디자인과 인간심리>, 학지사, 2016

Things That Make Us Smart 1993

스마트 디바이스, 자동화 기기에 의해 제기되는 어려움과 인간 중심 디자인의 중요성 강조. 그리고 휴먼에러를 없애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탄력성 공학 개념 소개

  • <생각이 있는 디자인>, 학지사, 1998
  • <도널드노먼의 디자인 심리학>, 유엑스리뷰, 2018

Invisible Computer 1998

인간중심 디자인에 대한 방법론.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는가를 다룸.

  • <보이지 않는 컴퓨터>, 울력, 2006
  • <도널드 노먼의 인간 중심 디자인>, 유엑스리뷰, 2019

Emotional Desing 2003

행위의 7단계 단계에 대한 더 깊은 내용.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과정과 본능적, 절차적, 숙고적 의식의 단계별 디자인 방법을 소개

  • <감성 디자인>, 학지사, 2010

The Design For Future Things 2007

기계와 인간 사이의 관계, 상호작용에 대해 다룬 책. 지나친 자동화로 인해 겪는 문제점과 그를 해소하는 디자인 방법론

  • <미래 세상의 디자인>, 학지사, 2009

Living With Complexity 2010

사물에는 어쩔 수 없는 최소한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그것을 무시하는 심플함은 오히려 UX에 역효과라는 내용을 담고 있음. 복잡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적절하기 관리하지 못한 혼란스러움이 문제임을 말하며 "기표" 개념 소개

  •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교보문고, 2012
  •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유엑스리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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