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하는 인턴십

대학교 3학년에 조교를 했던 교수님의 제안으로 그 해 겨울 방학 기간에 인턴을 시작하게 됐었다. 2022년 12월 19일부터 2023년 03월 29일까지 총 100일 정도의 인턴 생활을 했었다.

한창 졸업 후 대학원을 갈지, 회사를 다닐지 엄청 고민하던 때라 나에게는 회사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가 되었다. 대학원 생활은 학부 연구생을 통하여 체험을 해봤었다. 인턴까지 해보고 이후에 내 진로의 확답을 주고 싶었다.

인턴을 하며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맡은 일은 Unity로 Hololens와 Nreal 기기에서 작동하는 재활 치료 프로그램에 합류하여 함께 콘텐츠 개발하는 일이었다.

Unity는 몇 년간 수도 없이 봐와서 익숙했지만 VR 기기는 처음이었다.
아니 학부 연구생을 하며 옆에서 제작하는 것을 봤어도 직접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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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문제들

개발을 하며 나에게는 매번 처음 하게 되는 일들 천지였다.
맨 처음 맡은 일은 현재 Hololens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Nreal로 돌리는 일이었다. Hololens도 처음인데 Nreal은 또 뭔지... 그 SDK가 있다는데 또 뭘 어떻게 써야 할지...

Nreal에서 로그인을 위해서 UUID를 가져오는 방식을 찾아보는 것도 맡았었는데 하다가 결국 실패했었다.

나는 처음 해보는 일을 접하고 개발하는 건 많이 해봐서 그냥 두 가지 생각을 갖고 임한다.

• 내가 발생하는 오류는 이미 누군가는 접했을 것이다.

내가 신대륙을 개척해나가는 일이 아닌 이상 누군가는 이미 밝은 발자국이 있을 것이다.

오류들을 구글링해 보면 대게 이미 그 오류를 접한 사람들이 있었다. 기존 프로젝트에 작성된 코드는 사수님께 물어보면 알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나에게는 새로운 문제들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문제이며 어떤 사람들은 이미 그 지도를 그려놨을지도 모른다.

• 방법의 정답은 없다. 그저 최선책과 차선책들이 존재할 뿐이다.

게임 개발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본 적이 있다.
폴아웃 3에서 탈것을 만들 수 없어 기차를 머리에 씌워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이야기다. (출처)

게임 개발에 있어서 어떻게 가든 목적지에만 잘 도착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갈 줄 안다면 그것이야말로 게임 개발에서는 기술이고 테크닉이지 않을까...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그중 장단점으로 최선책과 차선책으로 나눠 테스트를 해보며 최선책이 실력이나 현 상황이나 어떤 문제로 불가능하다면 다른 차선책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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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성장한 점

• 기술적인 측면에서 배운 점

나는 인턴십을 하면서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코드 스타일이 또 한 번 대격변이 일어났다.

1. SDK를 사용하니 편했다.

Unity에서 Hololens2 콘텐츠를 만들려면 MRTK라는 SDK를 사용한다.
Nreal 기기를 만들려면 MRTK에 NRSDK까지 추가하여 사용한다.
기존 나는 기본 Unity만 사용하다가 SDK를 사용하며 처음 접하는 새로운 기술들을 접하게 됐다.

SDK가 그저 누군가 이미 잘 만들어놓은 여러 코드와 리소스, 오브젝트, 프리팹 등이었고, 내가 원하는 기능들을 덧붙여서 만드는 기술이 필요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작성해놓은 위키도 보며, 갑자기 나타난 버그들도 구글링해 보며, 사수님께 조언도 구하며 일들을 해결해나갔다.

SDK를 사용하면서 이 짤 이 생각났다. 우리가 개발을 하며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바퀴 하나부터 만드는 일이 아니고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를 갖고 개선해 더 멋진 작품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무얼 만들 때 이미 만들어진 기술이 있는지 찾아보고 응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

2. 잘 작성된 다른 사람 코드를 모방하게 되었다.

첫날에는 이미 작성된 프로젝트의 코드를 사수님께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코드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싱글톤이나 프로젝트를 분리하고 상속하며 열거형을 사용하고 등등 그냥 학교에서 배워서 알고 있는 내용을 응용하여 적용시킨 것이었다.

"내가 아는 식재료들로 이런 요리까지 가능하다고?"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배울 게 있다면 내 것으로 흡수해야지! 그렇게 나는 그 코드 스타일에서 좋았다고 생각되는 점들을 모방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 이후 첫 게임잼에 가서 다른 초보 개발자들에게 그런 코드 스타일을 보여줬다. 그분들도 내 첫날과 같은 반응을 하길래 엄청 웃겼었다.

3. 빌드가 시간은 오래걸려도 투자해야 한다.

노트북과 Hololens를 연동시켜 Unity에서 실행했을 때는 렉 안 걸렸는데 Hololens에 빌드 해서 했을 때는 렉 걸리고...
Nreal은 노트북과 연결해서 실행하는 방법이 없다 보니 계속 빌드 하면서 실행해 봤고, 빌드 할 때마다 새로운 문제점들이 수도 없이 터져 나오고 끝없는 수정을 했었다.

과장님께서는 실제 실행할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을 강조하셨다.

실제 환경은 얼마나 열악한지 좋은 컴퓨터로 작업하는 나는 몰랐다.
다 될 줄 알았지...

4. 렉과 최적화는 개발자만의 몫은 아니구나...

콘텐츠를 추가하고, 새로운 코드들과 오브젝트를 추가하다 보니 렉이 걸렸다.
나는 비효율적인 내 코드 때문인가? 싶어서 한참을 고민하고 어떻게 리팩토링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계속 찾아보니 렉이 걸리는 이유가 간단한 3D 오브젝트였는데 삼각형 개수가 많아서 Unity에서 화면에 비치는 Triangle 수를 보니 million을 넘어가서 렉 걸리는 거였다...

렉이 그냥 Update 문에 비효율적인 코드 때려 박아서 걸리는 줄 알았는데 디자인도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보고 최적화의 무겁던 무게를 약간 내려놓았다.

• 동료와의 협업에서 배운 점

누구든 배울점이 있었고 나에게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1. 많이 물어보자...

인턴십을 하면서 모르는 거 투성이였다. Unity를 빼고 다 모르는 것들이었다.
MR 기기도 처음이었고, SDK도 처음이었고, 회사 생활도 처음이었다.

모르는 게 많은 게... 아니 전부 모르는 게 당연한 거였다.

인턴십을 하면서 많은 일들을 물어봤고, 혼자 끙끙대며 해결해 보겠다고 붙잡아보기도 했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해결 못해 하루를 통째로 버리기도 했고, 계속 물어보느라 대화하다 하루가 끝난 날도 있었다.

이러면서 느낀 점은 물어보는 게 그래도 어떤 일을 해결하는 데 가장 빠른 일이라는 것이다. 질문이라는 것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했고, 협업에서의 질문은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부분보다 내 생각을 확인하고 이해하며 같은 방향으로 향하도록 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2. 문서가 있으니 편했다.

학교에서 프로젝트를 만들 때면 정형적인 문서가 많지 않다.
있더라도 관리가 안 되고 있거나, 틀린 정보들도 수두룩했다.

회사에서는 누군가 관리하고 편집하고 내용 수정되면 추가하여 공유하고 모르는 점들은 질문하며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쓰는 문서들의 용도나 방식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일단 뭐라도 확인하며 이게 맞는지 볼 수 있는 자료가 있어 개발하며 길을 헤매지 않았던 것 같다.

여러 문서들을 배우고 이번 졸업 작품에 적용해 볼까 한다. 이번에 졸업 작품에서 WBS를 작성할까 한다.

다시 한번 문서의 중요성을 느꼈다.

3. 매일매일 뭐 했는지 기록했다.

인턴을 하면서 매일매일 오전에는 뭐 했고, 오후에는 뭐 했고, 이슈 사항은 뭐가 있는지 기록했다. 이렇게 기록하고 주간 보고를 위하여 한 주를 돌아보면 한 주 만에 수많은 일들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 개발했던 것들을 보며 "아 맞다! 이렇게 했었지!"라며 참고하기도 했고 해결한 일들을 보며 다음엔 뭘 해야 할지 방향을 잡기도 했다. 버그를 고쳤던 기록을 보며 똑같은 실수를 더 빠르게 해결했다.

최근부턴가 기록의 중요성을 느꼈다. 내 친구는 블로그를 관리하고, 게임잼에서 만난 어느 개발자분은 Unity에서 범주로 사용하는 기술들로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랬다. 기록이 없으면 안한 것과 다름없다고...

4. 배울 점은 업무와 관련된 것 외에 많다.

사수님께서 게임계의 해커톤인 게임잼을 알려주셨고 새로운 도전을 했었다. 덕분에 새로운 인맥을 얻었고 나의 실력을 볼 수 있었다.

대리님께서 좋은 회사의 조건들을 알려주셨다. 나중에 회사를 선택할 때 어떤 것들은 보면 좋을지, 뭘 주의해야 하는지...

과장님께서 책임감과 배려에 대하여 보여주셨다. 사소한 일에도 오해할 것 같아 배려해 주고 설명해 주시거나 자신의 일, 누군가 해야 하는 일까지도 책임감을 갖고 하시는 모습이 멋있었다.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에서는 혼자는 느끼지 못할 수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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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할 점과 앞으로의 계획

기록의 중요성, 협업의 장점, 커뮤니케이션의 효과 등
이번 100일간의 경험을 통하여 많은 것을 느꼈다.

글 쓰는 게 귀찮아서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실천을 안 하고 있었다. 귀찮아서... 방치해놨던 이 블로그에 다시 글을 열심히 끄적여보려 한다. 기록이 없으면 안한 것과 다름없으니 예전에 했던 일들도 차차 정리해 볼까 한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수없이 많으니까!

혼자서만 개발하다가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의 큰 이점을 이번 기회에 배울 수 있었다. 지금 계속 만들고 있는 졸업 작품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 때 우리에게 있어서 서로 대화하며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2주간 계속 붙어서 집중해서 졸업 작품 개발을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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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나는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많은 고민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 하나 배운 점이 있다. 어느 누구에게 물어보든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라는 답변이 올 것 같으면 무조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게 나에게 많이 껄끄럽거나 귀찮거나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도...

이번 인턴도 그랬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많은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하나 그만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