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한국에 산다면 너무나 익숙한 그 말.
"부동산 불패"
난 그 말이 너무나도 싫다. 난 부동산이 없는 패배감과 자격지심 때문일까 자책도 했었다. 그러나 자책으로 치부하기엔 난 부동산들을 여러 채 소유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다지 관심도 없다. 그러면 나는 그 단어가 왜 싫을까.
"내 집 마련"
한국에 산다면 너무나도 익숙한 두 번째 말. 그리고 모두 평생의 꿈. 나는 내 집 마련이라는 슬로건은 정말 한국 최고의 마케팅 슬로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직장인으로 살거나 일을 한다면 누구나 내 집 마련의 꿈을 꾼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월급의 일정 부분을 원금, 이자로 내면서 은퇴나 나이가 들어서 대출을 다 갚아 자본을 형성하는 흐름. 내가 기득권 층이었다면 모두 내 집 마련에 바빠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은 정말 이상적인 모습이며, 상당히 편리한 관리 방식이겠다. 다들 알게 모르게 빚을 지며 일을 그만둘 수도, 그렇다고 집이 없을 수는 없는 딜레마에 빠지지만 내가 딜레마에 갇혀있는지도 모르고 부동산을 소유하기 위해 달리는 삶.
그 딜레마를 조금이라도 덜 수는 없을까. 답은 간단하다. 수도권과 서울을 빠져나가면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문명의 이기를 조금이라도 누리겠다면, 미술관과 공연 그리고 경향을 따라가고 유행이라는 것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겠다면. 수도인 서울과 수도권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요. 우린 서울과 수도권 딜레마에도 갇혀있다. 아침마다 낯선 이의 냄새를 맡고, 경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경기로 들어오고 빠지는 일상의 반복이다.
나는 과학기술과 현대 문명이 이 사회를 야금야금 잡아먹고 있다고 보고 믿는다. 배달 책자가 사라졌고 앱으로 접속해 음식을 시킨다. 이젠 화려한 배달 책자 종이 대신, 배달의 민족의 정돈된 UI가 우리를 맞이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걸 보고 세상이 천지개벽했다고 까진 생각 하지 않는다. 그 안의 수많은 변화와 과학이 있을지언정 우린 그걸 전부 모른다는 이유로 시간이 흘러서 변했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변화에 둔하다. 그리고 변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음식을 앱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대인데, 여전히 사람들은 부동산 불패와 내 집 마련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렇고.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 걸까.
부동산은 곧 공간이다. 코로나 시대로 급격하게 온라인 시대를 경험했지만 우릴 맞이한 건 각자의 깨져버린 웹캠 화질과, 불편한 UI, 신경증을 유발하는 네트워크 속도이다.
애플은 금주 vision Pro라는 기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AR, VR, XR... 다양한 이름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걸 공간 컴퓨터라는 이름으로 칭하고 발매 했다.
나의 지금 작업 방법이나 각자의 회사 사무실의 작업 환경을 생각해보자. 나는 노트북을 열고 외장 모니터를 연결하여 두 개의 모니터로 작업한다. 다른 직군은 더 많은 모니터를 사용할 때도 있고, 모니터 암 같은 환경으로 각자의 환경에 맞게 세팅을 한다. 그러나 모니터와 노트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그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했을까? 답은 역시 아니요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출퇴근하고 각자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야 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벗어나고 싶어도 막상 일할 땐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편하다. 왜일까? 거긴 여러 대의 모니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나에게 최적화되어 있으며 나의 세팅에 맞춰져 있다. 비전 프로는 여러 대의 화면을 세팅 할 수 있고, 패스스루 기능으로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게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 공간 컴퓨팅이라는 기기가 좀 더 보편화 되며, 사람들이 인식하기 어색해지지 않은 시기가 온다면 어쩌면 이 기기를 통해 부동산의 불패 신화 또는 내 집 마련의 공통의 꿈이 깨질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본다.
코로나 시기와 더불어 공유 사무실이 굉장히 다양하고 여러 곳에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서울에 집중적으로 분포 되어 있지만, 공간 컴퓨팅이 발달한다면 공유 사무실에서 작업하는 노트북 모니터 하나의 한계를 좀 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종국에는 각자의 집이나 집에서 가까운 사무실 환경에서 작업이 가능해진다면 우리는 각자의 고향이나 지역에서 업무를 볼 수 있을 것도 같다는 기대 아닌 기대를 하게 된다.
일론 머스크는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하이퍼 루프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회사 안에 집을 두고 일을 한다고도 한다. 나 또한 경기도민으로서 많은 시간을 서울로 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시간을 쓴다. 어쩔 수 없는 물리적 한계지만 이 시간을 줄일 수 없다면 그 시간을 쓰지 않는 쪽으로 발전하는 것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집이나 집에서 가까운 공간에서 업무를 볼 수 있고 그것이 차선이 아니고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면 필수 불가결인 현재의 수도와 수도권에서 벗어나고 각자의 고향이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외지역으로도 거주를 고려하게 되지 않을까? 또한, 그 인구가 많아지면 동외지역도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간 컴퓨팅, VR 기술, 그리고 5G 네트워크의 발전은 앞서 말한 수도권 집중 현상이나 서울의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술들은 배달 앱이나 알게 모르게 우리를 먹어치우고 있는 서비스들처럼 야금야금 우리 삶을 바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것들이 얼마나 우리를 변화시켰는지 모른 채 세상이 참 빨리 변하네.. 할 뿐이다. 그러나 그 기술들이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해답이라면 나는 그 기술들이 미래 이자 먹거리라고 확신한다.
삶의 질이 지금보다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적어도 각각의 영역이 존중되며 아침의 낯선 이의 냄새를 맡는 아침의 상황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다면 우리는 세상이 변했다고 뭉뚱그리며 적응을 해 나갈 것이다. 야금 야금 먹어치우고 있는 것도 모른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