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부터 12월까지, 당근마켓의 MVP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어요!
작지만 확실한 성장의 과정이기를 바라며, 꾸준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해요.

당근마켓 MVP 인턴십

지난 8월, 당근마켓의 MVP 인턴십 공고를 보고 지원하여 합격했어요. 9월 27일 당근마켓으로 첫 출근을 했고, 좋은 팀원들을 만나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당근마켓 MVP 인턴십이란?

당근마켓 MVP 인턴십 공고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팀을 이루어 
당근마켓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함께 만들고 
당근마켓 앱 내에 실제로 출시할 수 있는 인턴십이에요. 

인턴십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싶지만, 그러려다간 일주일째 밀려 있는 이 회고를 오늘도 다 못 쓸 거예요...

당근마켓 MVP 인턴십은 프로젝트의 성격이 강해요.
MVP 인턴들은 기존의 당근마켓 팀에 배정되어 기존 서비스에 관여하며 일하지 않고, 인턴들끼리 팀을 이루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당근마켓의 MVP 인턴십에 대해서는 나중에 구체적으로 적어볼게요. 혹시 2기를 모집하게 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

TODO:

• 당근마켓 MVP 인턴십 소개하기
• 당근마켓 MVP 인턴십: 서류전형
• 당근마켓 MVP 인턴십: 면접전형 후기

이번 인턴십에는 총 18명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디자이너 6명, 프론트엔드 개발자 6명, 백엔드 개발자 6명. 각 파트별로 한 명씩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총 여섯 팀이 인턴십을 진행중이에요.

신이 난 인턴의 시시콜콜 인턴로그

첫 날, 모두의 책상에는 큼직한 맥북과 함께 손으로 쓴 정성스러운 엽서가 놓여 있었어요.
인턴들이 당근마켓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길 바라는 피플 팀의 마음이 느껴지는 환영 인사였어요!

당근마켓 슬리퍼를 받고 나니 정말 당근마켓의 일원이 된 것 같았어요! 다들 기쁘게 신고 다니고 있답니다 🥰 photo/ MVP 인턴 동기 J

저는 기본적으로 과몰입 인간이에요. 어디든 쉽게 몰입하고, 무엇이든 빠르게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당근마켓을 사랑하게 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었어요.
사실 인턴이란 어디든 출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나버리곤 하잖아요. 거기에다 회사의 좋지 않은 점을 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당근마켓은 정말 진짜 완전 재미있고, 다정하고, 일하기 신나는 곳이에요.

(대충 당근마켓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얘기) (회고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생략) (그치만 나중에 자랑할 일이 있을거예요)

친절한 같은 층 사람들. 시시때때로 밥은 먹었는지 챙겨주시고, 혹시 법인카드가 필요하다면 자신의 것으로 맛있는 걸 주문하라고 선뜻 제안해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요. 같은 층에 생일 파티가 있을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꼭 들러서 나눠주고 가세요. 사진은 같은 층의 H가 아침 일찍 나눠주고 가신 사탕 한 움큼. 인턴들과 나눠 먹었어요!

당근마켓 노션의 개인 페이지에 매일매일 인턴 일지를 남기고 있어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사람 이야기들이 주로 쓰이지만요!

당근마켓이 일을 대하는 태도

인턴 OT때 당근마켓의 문화에 대해서 안내받았어요. 영어 닉네임, 수평 문화... 흔히 생각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이럴 것이다'는 이미지를 꼭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첫인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당근마켓에서 (2주를) 지내 본 지금, 당근마켓이 지향하고 있는 그 문화가 정말 유효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가장 인상깊었던 두 가지를 공유해볼게요!

커뮤니케이션

3일차, 백엔드 팀원이 "솔직함이 클로이의 무기예요." 라고 말했을 만큼 저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알아요. 솔직하기 위해서는 1) 용기가 필요하고, 2) 상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며, 3) 그렇게 말했을 때 상대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은 성공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행스럽게도 저는 이제까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그런 경험들을 많이 쌓은 편이었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폭력적이 될 수도 있죠.

그렇기에, 조직에서 구성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솔직함을 요구하거나,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구성원들이 솔직하기를 바란다면,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조직의 몫이라고 봐요. 만약 누군가가 솔직하지 못하게 행동했다면,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 그가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도록 충분한 신뢰를 쌓지 못한 조직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당근마켓은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처럼 - 적어도 지금까지의 제게는 - 보여요.

당근마켓에서 커뮤니케이션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솔직함'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함은 때로는 예민함, 그동안 쌓인 갈등, 과거에 받았던 상처, 긴장감, 인정하기 싫은 현실 등을 동반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이슈에 대해서(업무, 비전, 문화)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당근마켓의 문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당근마켓 MVP 인턴십 OT 자료

OT때, 이 문구를 읽으면서 당근마켓이 "솔직함"에 대해서 굉장히 깊게 고민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단순히, 무조건적으로, 솔직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왜 무엇이 사람을 솔직하지 못하게 만드는가를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랬고요. 또 그럴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고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엿보였거든요.

이런 당근마켓의 솔직함에 대한 태도가 인상깊었기에, 인턴 팀 배정 첫 날, 저희 팀도 팀의 그라운드 룰을 정하며 서로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을 서로에게 약속했어요.

불만이나 마음의 금이 생기면 언제든지 바로 말할게요. 쌓아두었다가 더 큰 문제로 발전하는 것을 두고 보기 싫어요.

- 백엔드 팀원의 약속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면 쌓이기 전에 가볍게라도 말해서 털어낼게요!

- 디자이너 팀원의 약속

실제로 프로덕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솔직하자는 이 약속은 꽤 빛을 발했어요. 지난 한 주간 팀에서는 우리가 만들어 갈 서비스에 대해서, 또 그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해서 비교적 깊은 부분까지 솔직하게 터놓은 대화들이 오갔어요. 서로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것은 없었지만, 반대로 '나로 인해 팀원이 불쾌했거나 상처받았을까봐' 걱정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그렇게 솔직한 대화들을 나누면서, 우리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좋은 팀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게 되어 기뻤어요.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인턴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당근마켓의 지원, 밥값 무제한!
금액의 제한 없이 법인카드로 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어요. 당근마켓의 라운지는 매일 다양한 종류의 간식거리들과 음료수로 가득 채워지고요. 먹을 것에 어찌나 진심인지, 냉동실에는 닭가슴살과 소고기 볼이... 프로틴 음료수까지...

단순히 복지가 좋은 회사라고 자랑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당근마켓이 왜 이런 지원을 하는지, 그 고민을 소개하고 싶어요.

당근마켓은 각 개인이 가진 역량을 믿고, 그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최선으로 생각한대요. 좋은 장비와 사무실 환경을 제공하는 것부터 불필요하고 까다로운 규정에 맞추기 위해 고민하지 않도록 식대를 무제한으로 지원하는 것까지 당근마켓의 다양한 복지는 "우리가 가장 일에 잘 몰입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했어요.

당근마켓은 MVP 인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엔 하나의 질문을 떠올려주세요. 
"지금 나의 판단이 당근마켓 팀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의 판단인가? 도움이 되는 것일까?"

자신있게 설명이 가능하다면 큰 고민없이 본인의 판단을 믿어주세요.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어서 지키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어요. 😉

당근마켓은 이 판단을 존중해요.

- 당근마켓 MVP 인턴십 OT 자료

"팀에 도움이 되는 판단",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거의 유일한 규칙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 규칙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법인카드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아서 신이 나기 때문은 아니고요, 회사가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신뢰한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규칙은 정말 일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이 "오늘 점심 뭐 먹지?" 라고 하잖아요. 프로젝트가 늦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할 때면 이 "오늘 뭐 먹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웠어요. 그러나 당근마켓의 규정 없는 규정 덕분에 이 고민에 드는 리소스를 크게 줄일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맛있는 밥을 먹고 씩씩한 기분으로 "팀을 위해" 집중해서 일할 수 있었고요!

당근마켓 MVP 인턴십을 시작하며

12주의 인턴십 기간동안, 매 주 꾸준히 회고를 작성하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이 회고가 어떻게 쓰여야 개인적인 기록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누군가가 읽을만 한 가치가 있는 글이 될 수 있는지 고민이 돼요. 또, 저의 개인적인 감상이 당근마켓을 잘못 대표하게 될까봐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사실 첫 주는 팀 빌딩과 프로덕트 기획에 바빠서 개발은 거의 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첫 주에는 당근마켓의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당근마켓이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고 느꼈어요. 유저를 고민하고, 빠르게 실행할 것.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 꼭지를 잡아 쓰려고 했는데, 어느 한 조직이 일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기에 한 주는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고 여러 모로 조심스러워져서 미루기로 했어요. (하지만 인턴십을 마칠 즈음에는 꼭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인턴십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

저는 프로젝트를 할 때, 팀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팀원들의 개인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팀원들과 이 인턴십을 통해 얻고 싶은 각자의 목표를 정리해서 공유해 보았어요.

제가 세운 목표는 네 가지예요:

0.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이를 통해 개발자로서의 자신감을 얻고 싶어요. 
1. 실제 사용자를 만나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기획하고, 구현한 서비스가 실제로 사용되는 기쁨을 맛보고 싶어요.
2. 똑똑한 사람들이, 똑똑하게 일하는 방법을 배워 보고 싶어요. 
   당근마켓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논의하고, 실행하는지 엿보고 배워가고 싶어요.
3. 사람을 얻고 싶어요.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하는 동료를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과연 12주 후 저는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요? 이 목표들을 다 멋지게 성취해낼 수 있을까요?

인턴십 합격 후, 아카데미 컨설턴트님께 메일을 드렸을 때 받았던 답장이에요. 꽤 근사한 말이지 않나요?
멋있는 사고를 쳐 보는 인턴십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즐거운 예감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