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의 마지막 날이다.
변성윤님과 한정수님의 회고글을 읽고, 올해에도 역시 회고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식.
2011년 대학교를 입학하고 중간에 2년 군대, 1년 휴학을 해서 2018년 2월 대학교를 졸업했다.
자대 대학원에 입학하기로 결정해서 앞으로 2019년까지 1년남았지만, 군대 2년을 제외하면 5년, 거의 20대의 절반 이상을 대학교에서 보냈다.
대학원 1년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연구실이 작다보니 혼자서 여러가지 다양한 일을 해야했다.
연구실서버가 여러 대있고 이것저것 다루다보니 리눅스 스킬도 늘고, 도커, ELK 스택 등도 깊게는 아니지만 다뤄봤다.
덕분에 엔지니어링스킬은 짧은시간동안 얕고 넓게 꽤 많이 늘어난 것같다.
반면에 공부보다 연구자체에는 많이 집중하지 못한 해였다.
공부와 연구 두마리토끼를 다 잡으려는 탓에 둘 사이 균형을 맞추지 못했고 논문도 두 편밖에 쓰지 못했다.
대학원에 들어오고 나서도 내가 진정 연구를 하고싶은 것인가? 공부를 더하고 싶은 것인가?
란 질문에 확답하지 못하겠다. 어처피 둘다 계속 해야되는거지만
진로고민과 미래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은 10대때도, 20대때도 항상 찾아온다.
그래도 대학원생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뭘해도 불안하다" 같은 글을 읽고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하고 조금 위로가 되기도 했다.
오히려 이 나이대에 고민이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전혀 없는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중요한건 고민만 하지말고 앉아있지말고 뭔가라도 하는거다.
아무것도 하지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라랜드 촬영지. LA Griffith Observatory
작년 초에 갔다오고 몇 년간은 다시 못 갈줄 알았던 미국을 일년 반만에 다시 갔다왔다.
작년에는 인턴으로 갔었지만, 이번에는 대학원에서 UC Irvine과 함께하는 공동 프로젝트로 갔다.
약 한달 반동안 프로젝트도 열심히하고, 놀러도 많이 다녔다.
프로젝트 마지막 주에는 Vue.js로 빠르게 시각화 프로토타이핑하는데 사용해서 이전에 스터디했던 보람이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올해 읽었던 인터랙티브 디벨로퍼 책을 쓰신 김종민님을 구글본사에서 만났던 것, Facebook 본사 투어를 했던 것 두가지다.
김종민님의 책을 읽고 너무 감명받아서 김종민님의 디자인 테이블 팟캐스트와 CA CONFERENCE 강연도 찾아서 들었었다. (꼭 듣기를 추천! 김종민님의 인생 이야기.)
개발과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꼭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종민님께 7월에 미국에 가게 되었는데, 다소 무례한 부탁이지만 꼭 한번 뵙고 김종민님의 이야기와 생각들을 듣고싶다고 두서없이 메일을 보냈었다. (그래도 메일은 길고 정성스럽게 썼다..)
그리고 3일동안 답장이 안와서 메일보낸걸 후회중이었는데 3일째 답장이 왔다.
김종민님께 온 메일.
김종민님께서 바쁜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구글본사에서 2시간정도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UX, 디자인, 개발, 인생, 가치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주제에 대한 김종민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짧지만 너무 행복하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쓰신 책에 사인도 받았다!)
이야기하느라 긴장해서 녹음이나 메모를 못한 것은 너무 아쉽다.
만나서 들은 내용이지만, 원래 구글본사 투어를 목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많아서 보통 거절하신다고 하는데, 그런 목적은 아닌것 같아서 만나보고 싶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다.
김종민님과 구글에서. (
지나가던분 시선강탈..)
페이스북 방문자 출입증.
지인에게 소개받은 인스타그램 개발자의 초대로 페이스북 본사 내부 투어를 했다.
페이스북 내 식당에서 밥도 먹어보고, 내부 컴퍼니타운과 인스타그램 본사도 투어했다.
인스타그램 본사 입구.
아직 주니어인 나에게는 시야를 넓히는데 있어서 굉장히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런 회사에서 일해보고싶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7월, Kendra Blose라는 사람에게 Software Engineering Oppertunities at Google!
이라는, 내게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메일이 왔었다.
Google Recruiter 에게 온 메일.
어디서 찾아온건진 모르겠지만 자신을 Google 리쿠르터라고 소개하며 깃허브를 보고 연락했다고 한다.
당연히 내 깃허브엔 문서번역 몇번, 개인프로젝트 몇개 올린 것을 제외하고는 대단하다 할만한 프로젝트가 없었고, 가끔 LinkedIn에 등록된 메일로 오는 스팸메일이라고 생각했다.
혹하는 마음에 이름으로 구글링을 해봤더니 LinkedIn 계정이 있었고 정말 Google 리쿠르터였다.
하지만 당연히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기에 메일은 고맙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정중하게 답변했고, 답장이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나는 리쿠르터가 뿌린 메일을 받은 여러사람 중 한명이었겠지만,
그 당시엔 메일 보낸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메일을 뿌렸던 아니던, 저런 메일을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신기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누군가에게 "너 잘하고 있어" 라고 다독이는 말을 들은 기분이랄까.
덕분에 바닥을 기던 자존감이 1mm 정도는 올라온 기분이었다.
언젠가 정말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 기회가 오면 그때는 도전해보고 싶다.
한강에서 코딩.. (
사실별로 못함)
초기에는 17년도 말에 8명으로 시작한, DevJang님이 이끄는 TypeScript 스터디였다.
한달에 한번정도만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며, 일주일단위로 원격 스프린트를 하는 방식이어서 거리가 멀고 인원이 많아도 부담없는 방식의 스터디였다.
대부분 직장인이셨고, 퍼블리셔->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전직을 목표로하신분들이 많았다.
6개월동안은 TypeScript를 집중적으로 스터디하고, 동시에 TypeScript 공식 Handbook을 번역했다.
그리고 번역하면서 타입스크립트에 대해 조금더 깊이 아는데에 도움이 많이 됐다.
그 이후에는 짧게 VanillaJS, 함수형 JS, Node.js 스터디를 했고, 지금은 잠시 휴면중인 스터디이지만 어느새 12명이 되었고 내년부터 다시 시작한다.
여러 크고 작은 회사의 시니어, 주니어분들이 계셔서 개인적으로는 사수없이 스타트업에 있었을 때보다 이 스터디에서 훨씬 많이 성장에 도움이 되고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2월까지 방학동안 짧게 친구들과 진행한 스터디다.
PoiemaWeb, 생활코딩, Wesbos 강의를 들으며 Node.js, ES6, CSS, FP, Vue.js 등을 공부했다.
그 당시에는 짧은 시간동안 여러가지를 다루느라 하나하나 깊게 다루지는 못했지만, 웹개발에 전체적인 흐름과 자바스크립트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스터디는 아니지만, 얼마 전부터 참여하기 시작한, 각자 매주 1개 이상 블로그 포스트 작성하는 모임이다.
글을 1회 작성하지 못할 때마다 벌금이 5천원씩 쌓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부담과 강제성이 생긴다.
지나친 부담감과 강제성은 나쁘지만 나같이 게으르고 슬럼프가 자주오는 사람에게 어느정도의 부담감과 강제성은 필요악이라 생각한다.
매일 글감만 찾아놓고 글쓰기는 미루던 나에게는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고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전달하는 좋은 수단인 것 같기도 하다.
또, 대화
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은 부분이 있고, 글
로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스터디모임은 아니지만, 올해 초 GDG 활동을 하면서 생긴 한강코딩
이라는 이름의 모각코(를 가장한 맛집투어) 모임이다.
주말마다 모여서 밥 같이 먹고 카페가서 각자 할일(코딩)하는 그런 모임.
위에 사진처럼 진짜로 한강에서
코딩도 한번하고, 함께 캠핑도 한번 다녀오고, 하라는 코딩은 안하고 좋은 인연도 만났다.
9XD 해커톤.
총 4번 해커톤에 참여했고, 1번 오거나이징 했다.
이제는 밤새는게 힘들어서 작년보다 많이하지는 못했다.
평소에 만들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메모해둔 여러 아이디어들을 팀원들과 실제로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구현해봤다.
아직도 다른 개발자들과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서툴고 어렵다.
9XD 해커톤은 작년에도 참여했지만 이번에도 정말 재밌었다. 정말 강추 👍
Korea Google Developer Year-End Party 2018.
작년부터 시작한 커뮤니티 활동으로 올해도 작년보다 더 많은 밋업,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스태프로 참여해서 진행이나 사진촬영을 돕기도하고, 참가자로 참석해서 듣고싶은 세션을 듣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컨퍼런스에 가서 발표만 듣는다고 몰랐던걸 엄청나게 알게되거나 실력이 폭풍상승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동기부여
와 네트워킹
을 꼽고싶다.
또한 코드도 좋은 코드 많이봐야 좋은 코드를 작성할 수 있고, 글도 좋은 글을 많이봐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듯이,
발표도 좋은 발표들을 많이봐야 내가 나중에 좋은 발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읽은 책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웹개발 스터디를 하면서 읽은 자바스크립트 책, 그리고 선배, 지인 개발자분들이 추천해주신 개발관련 서적들을 읽었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들로 만들어진다."
라는 말이 있다.
책은 뭔가 다 읽고 며칠만 지나도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의 생각에 알게모르게 조금씩 영향을 주어 나만의 주관과 가치관을 갖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립하는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며칠 전 지인들과 나눈 이야기 중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짧은 시간안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략 파악하는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의 유튜브 구독리스트를 확인하는 것이다."
요새 나도 연초보다 유튜브 구독 리스트도 늘고 유튜브에 소비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들로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
올해는 거의 개발 관련 서적만 읽었는데, 내년에는 인문학 서적도 좀 읽고싶다.
프론트엔드 인터뷰 핸드북 번역 레포.
스터디분들과 TypeScript Handbook, Front-end Interview Handbook을 번역했고, GraphQL 공식 문서를 번역했다.
번역본 앞부분에도 적었다시피, 번역을 전문적으로하는 사람들이 아니기때문에 구글, 파파고 번역기를 돌려가며 번역해서 번역 품질이 좋지는 않다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보다는 나처럼 영어가 어려우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또 나름 스타도 많이 받았고 많은 분들이 공유도 해주시고 잘 사용해주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서 뿌듯한 부분도 있다.
GA도 달아놨는데 TypeScript Handbook은 MAU가 300명정도 된다. ㅋㅋ..
Tacademy 'Docker의 이해' 강의.
자바스크립트, 웹 관련 강의들은 대부분 스터디하면서 들은 강의였고, 도커, 리눅스, ELK 스택은 필요에 의해 들은 강의였다.
회계야학은 Editor's Lab에서 만난 이고잉님과 얘기하면서 직접 추천해주신 강의였다.
회계
라는 전혀 새로운 분야에 강의를 들어보니 조금 어려웠지만 색다르기도 했고, 무언가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얻은 것같다.
여행다니며 찍은사진들로 만든 포토갤러리.
위 사진은 올해초 Vue.js 스터디를 하고 바로 스터디원들과 Vue.js로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나씩 했을때 만든 사이트다.
그외에도 해커톤, 스터디, 강의 등으로 여러가지 크고작은 사이드프로젝트를 했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해커톤에서 하루만에 기능만 뚝딱 만들고 남겨진 프로젝트도있고,
시작했다가 완성도 하지못하고 버려진 프로젝트도 있다.
개발자에게 사이드프로젝트는 정말 빼놓을래야 뺴놓을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스터디만하다보면 그래서 내가 뭘 이루었나? 뭘 만들었나?
하고 현자타임이 오기도하는데, 사이드프로젝트는 많은 개발자들이 갈망하는 성장
, 동기부여
, 신기술 적용
등과 같은 키워드와 어울리는 부분이 많다.
From 2018 to 2019.
작년 회고글에서 올해 목표를 어떤 주제로든 컨퍼런스에서 발표해보기
라고 했었는데,
목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있어서는 실패한 해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것,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스스로는 나름 성공적인 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한번 내년 목표를 컨퍼런스 발표해보기
로 하고, 내년에 다시 도전해야겠다.
두번째는 영어 스피킹 연습.
영어 듣기, 읽기는 어느정도 이해하는데에 큰 무리는 없지만, 말하기는 정말 어렵다.
영어로 대화를 할때에도 외국인과 개발이야기를 하다보면 하고싶은말은 굉장히 많은데, 스피킹도 안되고 자신감도 부족해서 하고싶었던 말을 포기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올리버쌤 유튜브도 구독중인데, 내년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미티영같은 앱으로 하루 한 챕터씩이라도 쉐도잉하면서 더 연습해야겠다.
이제 취업까지 약 1년 남았는데, 당연하지만 면접경험이 별로 없다.
내년에는 준비해놓은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좀 더 다듬어서 관심있던 회사 몇 군데에 지원도 해보고 미리 연습겸 면접도 보고싶다.
오픈소스에 관심이 많다고하면서 사용
만 많이하지, 오타수정, 번역, 문서, 개인프로젝트 외에 제대로 오픈소스활동이라고 할만한 코드
컨트리뷰션이 없었다.
사실 오픈소스 코드
컨트리뷰션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 감이 잘 안잡힌 것도 있다.
간단한 수정이라고 하더라도, 내년에는 코드
로 컨트리뷰션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이 글을 쓰면서도 다른분들의 회고글이 엄청나게 올라와서 하나하나 정독했다.
글을 다 쓰고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생각에 흐름대로 쓰고 두서도 없고.. 막상 공개하려니 내 글솜씨가 너무 부끄럽다.
한해동안 있었던 일을 다 쓰고보니 이것저것 한게 많아서 한해가 정신없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 같다.
이것저것 한건 많은데, 의미없는 시간들은 아니었지만 지나고보니 정말 열심히만
한 것같아서 연말에 뭔가 글을 다쓰고 번아웃이 찾아왔다. 😭
그래도 이렇게 회고를 하며 한해를 돌아보니 잘한 일도 있고, 못한 일도 있지만 끝마무리는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내년에는 조금 더 기본기
와 내실
을 다지고, 확실한 방향성
을 가지고, 2019년 12월에 회고를 쓰고있는 내가 이 글을 다시 볼땐 부끄러울만큼 더 성장해 있었으면 좋겠다.
Happy New Year !
앜 같은 1년이 너무 다른 동기부여가 많이 되네영 ㅋㅋ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