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르는 개발자는 이유가 있다. (feat. 나)

Composite·2023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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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변호사가 미국 로펌에서 성공못하는 이유.jpg 라는 글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퍼진 영상이 하나 있었다.

🇺🇲뉴욕 맨해튼 최상위 한인 변호사의 삶 l 미국#12

여기서 한 변호사의 멘트가 상당히 인상깊었는데,

아무래도 동양문화는
자기를 낮추고 자기PR을 덜 하잖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근데 미국에서, 뉴욕 로펌같은 데서
거의 잡아먹힌다고나 할까
심지어 아무도 너를 알아주지 않아
동양에서 온 변호사들 중에서는 많이
너무 자기를 낮추다 보니까
사과하지 않을 일도
너무 사과를 하고
항상 굽신거리다 보니까
시니어 파트너 분들이 조금씩
"얘는 능력이 없는 애였구나"

아예 미국에 자라고 미국에서 배운 애들은
못해도 당당하거든
그래서 전반적으로 애들이 뻔뻔하고
자기가 원하는 걸 더 많이 말을 하고
어필을 하는 분위기야

사실 외국물 먹은 개발자들 특징은 다 후자였다. 뻔뻔하다. 하지만 능력이 받쳐준다.
괜히 한국에서 한국 문화에 안맞는 인재임에도 한자리씩 차지하는 이유가 있다.

사실 틀니들이 MZ세대 까내리는 이유는 점점 후자처럼 자라나는 이유가 있다.
지들은 고개 숙여가면서 간신히 자리 차지했는데
요즘 젊은애들은 뻔뻔하게 원하는 걸 달라는 분위기야
이런다.

사실 이런 분위기가 정상이다.
지네딴에는 창의적인, 능동적인 인재를 원한다면서,
막상 뽑으면 강요하는 태도는, 수동적이고, 깔아뭉갠다.
이런 문화에 흔들리지 마라. 특히 개발자는 그래야 한다.
그러지 못한 기술은 정체되고, 결국 고이고 썩는다.
SI가 그런 현상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군대다 군대.

하지만 난 뻔뻔하지 못했다.
React, Next.js, SvelteKit 프론트엔드 문물을 다른 SI 개발자보다 빨리 받아들이고 실무 투입까지 했으면서
10여년이 지나서야 이 영상을 보고 반성한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 SI 탈출은 선착순이지. 내가 좀 더 빨리 뻔뻔했으면 네카라쿠배 까진 아니라도 탈출할 수 있었는데.

내가 가끔 커뮤니티에 "무조건 SI 들어가지 마라 인생 망한다" 선동했지만,
주장에 대한 근거가 없다시피 해서 오히려 역공을 받기 일쑤였다.
그것도 SI와 관련 하나도 없는 개발자들에게 말이지...

오늘 이런 선동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너희들에게 조언을 주겠다.

사실 SI 경험은 나쁜 건 아니다. 한국 직장문화와 개발이란 게 어떤건지 알려주는 일종의 신고식 같은 거다.
즉, 군대의 4주 훈련 과정과 비슷한 위치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SI 경력은 짧을 수록 좋다. SI 하더라도,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전산실 있는 회사로 이직을 권한다.
거기서 나오는 경력은 확실히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나오는 기술은 고정적이고, 확정적이다. SI 처럼 찍어내기가 아니라, 문제해결에 최적화되었다.

게다가 SI 는 요즘 젊은애들 금방 나갈 거 알기 때문에 애지중지 안 해준다.
아니면, 그럴 능력이 없다. 배울 거라고는 정글같은 SI에서 살아남는 법 뿐이니.
SI 바닥에 기술? 국비 배웠으면 사실 그 범위 안이다.
만약 그 범위를 넘어서면, 넌 오히려 운이 좋은 것이다. 그건 경력기술에 넣을 기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배운 범위 외라고 하기 싫다면... 그냥 나를 따라오면 된다...
사실 SI라고 다 개같은 게 아니거든. 의외로 좋은 곳도 있어. 찾기 어려워서 그렇지...
외주 자체는 아주 흔한 시장이야. 네카라쿠배도 외주 주거든.
하지만 그걸로 만족하지 말라는 거지.

최대한 자기 기술을 만들어내고, 뻔뻔해져라.
그러면 나처럼 정체된 SI 개발자에서 탈출할 수 있다.
내가 아무리 React를 잘 한다 해도 아무도 인정 안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를 낮추고 자기PR을 덜 하잖아

이런 가치관이 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에 녹아들었기 때문인 것이다.
당연하지만, 프리랜서 경력은 어디가서 인정 안 해준다. KOSA도 있으나 마나다.
거를 만 하다. SI의 악명을 아는 인사관리자나 관리자라면 더욱 더 거를 타선이 생긴다.
안봐도 어떤 인재가 나올지 비디오로 뇌속에서 재생이 되는데, 면접 보나마나잖아.

개발자를 꿈꾸거나, 달려가는 너희들은, 당당해야 한다.
MZ 세대는 나도 포함이다. 그러니 같은 MZ 세대가 조언한다.

미국은 자바를 틀딱 언어 취급한다. 그정도의 뻔뻔함이 필요한 게 바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IT 시장이다.
그래야 발전한다. 네카라쿠배는 그런 문화를 권장하려 하기 때문에 다들 가고싶어 하는 것이기도 하고.

내가 전에도 얘기했지?

  1. 죽을 때까지 공부하겠다는 집념
  2.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근성
  3. 불확실성에 대응 가능한 준비성

이 셋을 준비한 개발자들, 다 한자리씩 하고 있다. 내 친구들도, 지인도... 다 갖추고 있다.
내가 그 꽝인 셈이지. 걱정마. '꽝' 문구 뒤에는 '다음 기회에'야.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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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개발자

18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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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2일

이 글을 읽고 전산직에 대한 편견이 깨졌습니다...사람 하나 구하셨습니다. 하시는 일 부디 순히 잘 풀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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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3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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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3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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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4일

"미국은 자바를 틀딱 언어 취급한다"

이건 MZ를 떠나 그냥 한국과 미국 특징인거 같아요.
MZ여도 자바 스프링 한 사람은 자바 스프링만을
리액트 한 사람은 리액트만을 고집 하는 분들도 많더군요.

새로운 대세를 만들어보려는 자, 대세를 따르는 자
어느 나라든 후자가 많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후자의 비율만이 극으로 높다는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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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4일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일화로는 전 직장의 일자리의 경우에는 링크드인으로 CTO부터 리드 엔지니어 분들에게 전부 링크드인 메일을 보내서, 면접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필하는 것도 능력이고, 기술입니다. 동양권 문화에서는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이 있죠.

심지어는 서양권에서는 동양의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을 인용하는데,

동양에서는 다시 이 말을 인용해서, 동양권 문화의 사람들은 대부분 "너무" 겸손한데, 더 겸손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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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4일

정말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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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4일

잘 보고 갑니다. 주니어 개발자로서 취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깊게 새겨 듣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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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4일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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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6일

"'꽝' 문구 뒤에는 '다음 기회에'야" 이문장 너무 인상깊어요 글 잘읽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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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6일

자기를 낮추고 자기 PR을 덜 하잖아라는 말이 굉장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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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7일

너무 좋은 글 이네요 잘보고갑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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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7일

마지막 한문장.. 멋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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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8일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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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일

선생님 글이 예전보다 많이 순한맛이 된것 같아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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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일

부디 잘 풀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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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20대 신입 개발자인데,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된다는게 머리에 박혀있어서 누가 조금만 칭찬해줘도 "아이고~ 아닙니다.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라곤 했습니다. 앞으로는 잘하는건 잘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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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4일

정말 좋은글 읽었습니다. 아직 주니어일때 읽어서 다행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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