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비트코인이 떡상한 소식을 접한 다음날 남자친구와 게임을 하다가, 여러장의 그래픽카드를 설치한 컴퓨터를 자랑하면서 그 컴퓨터로 비트코인 채굴을 하며 그래픽카드를 혹사하는 남자친구를 보고, 결별을 결심했다.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게임을 하는데 중요한 그래픽카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혹사시킬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진심으로 떡상을 갈망하는 표정이 소름끼쳤으며, 뭐 이런 채굴가지고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냐는듯 히죽거리는 눈빛이 역겨웠다. 그래픽카드를 파괴할 수 있다면 금융을 파괴할 수 있고, 마침내 경제위기는 자신을 향할 거라는 공포도 입에 담지 않았다. 단지 둘의 사이가 깊어지기 전에 비트코인이 떡상해주었던 게 어쩌면 다행이었단 생각이 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