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5개월 회고

Jacob You·2022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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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관리라는 업무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회사의 조직도 상에는 없지만, 중간 관리자 급의 일을 하게 되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생각보다 관리라는 범주의 업무는 재밌었다. 나름 CTO 한테 예쁨도 받는 거 같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서 스스로도 동기부여가 되었고.. (물론 그 CTO는 지금 안계신다 ^^;; ㅠㅠ) 사실 안해본 일이고 사람을 (상대적으로) 많이 상대해야하는 일이라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커뮤니케이션

위의 관리라는 범주의 일을 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 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은 그 대상이 누구냐 (개발자냐 아니냐 등)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것 같다.

개발용어의 배제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제일 공을 들인게 이게 아닐까 싶다. 잘못 이야기하면 TMT 나 TMI 소리 듣기 딱 좋은데 얼마나 조리있게 잘 설명해주냐에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그게 눈에 보였다.

내가 있는 회사는 IT를 한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다들 IT에 대한 이해가 낮다. 이 바닥 일을 해보신 개발자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무조건 만들고 싶다고 문서를 들고 오시는 분들을 겪어보셨을 거다. 그때 개발자가 할 수 있거나 해야하는 일은, 그들이 들고 온 그 내용들이 왜 되는지 안되는지에 대해서 그들을 잘 설득 혹은 납득 시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그렇게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회사에서 많이 하게 되었다.

뭔가를 만들고 싶어하는데 내 입장에선 저런 기능을 구현하거나 데이터를 갖고 있는 api가 있는지 혹은 상황이 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 종종 이런 거를 설명할 때, 잘못 설명하면 하기 싫다. 처럼 비춰질 수 있다. 회사에 소속된 개발자라면 그 회사에서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니즈에 대해서 분석하고 실행해주는 것이 본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그동안은 저런 일들을 다른 내 윗사람들에게 위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걸 내가 직접하게 되었다. 서두가 길었는데 그럴때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얼마나 개발용어를 배제하는지 혹은 그런 용어들을 얼마나 잘 풀어서 설명해주는지 그게 관건이었다. 그렇게 설명을 해주니 많은 분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나의 에너지 소비는 엄청났다. 그래서 팀장, 파트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 에너지 값으로 연봉이 높은거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개발지식 전달

이건 진짜 어렵더라. 주니어 개발자들은 회사에서 항상 뭔가를 얻어가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면 지금 이 회사에서는 당장의 타겟이 내가 되는데 생각보다 뭔가를 알려주고 전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 결국은 하루종일 회의실을 잡고 서로 한번도 안해본 페어코딩을 해봤는데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물론 그게 맞는 건지, 괜찮은 건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많지만 말이다. :)

기획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우리 회사 기획자는 똑똑하다. 그래서 너무 커뮤니케이션이 쉬었다. 그러니 신뢰라는 것이 쌓이고 1을 원하면 2를 해주는 그런 관계가 되었다. 이런 사람들하고만 일하면 소원이 없겠다. 문제는 그 똑똑한 기획자가 1명만 있고, 잘 충원이 안되는 상황이라 서로가 계속 업무가 쌓이는 상황이라는 것이 너무 힘들다.

디자이너와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들은 어떤 걸 그릴 수 있는지 없는지 엄청 궁금해했다. 원래 기획자가 해줘야 하는 일인데 내가 입사하고 한참이 더 지나서 기획자가 입사했다. 그렇지만 프로젝트는 굴러간다. 백엔드에서 주는 api 와 디자인에서 그리고 싶어하는 데이터가 도무지 맞질 않는다. 그 누구도 백엔드와 디자이너와의 가교 역활을 하지 않고 있었다. (여기는 백엔드 쪽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디자이너가 와이어프레임과 디자인 결과물을 적용한 피그마를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피드백이 없었고 중간에 내가 낑겨진 것이다.) 결국 중간에서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설명을 해주게 되었고 고맙게도 디자이너에게 선물도 받아보고 그랬다. 그래서 나도 디자인 QA 에서 지적사항 10개 이하로 끊는 걸로 보답했다.

사업조직과의 커뮤니케이션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은 원래 개발자라는 존재와 일을 해본 사람들이다. 하지만 사업조직은 약간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을 비하하는 건 아닌데 요구사항이나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거의 뭐 이거 다 해줘~ 라는 식의 표현이 많다. 그럴 때 되는 건 되고 안되는 건 안된다고의 설명이 필요해지는데 역시나 최대한 개발용어를 배제하고 잘 설명을 해드렸다. 그랬더니 문제는 다른 백엔드나 앱이나 그런곳으로 가야할 질문이 무조건 나한테 오게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었다 ^^;;

조직세팅

이 회사는 내가 입사하기 전에 웹 프론트의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개발 이외에도 많은 일들을 하게 되었다.

면접

많은 이력서가 들어왔다. 재밌는 이력서도 많고 이상한 이력서도 많았다. 면접도 많이 봤지만 오지 않은 사람도 많았고 떨어트린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게 회사 이미지에 연결되는 것이다 보니 최대한 기분 나쁠만한 포인트 없게끔 면접을 보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잡플래닛 같은 곳에서 면접후기를 보면 (꼭 우리 부서의 얘기만은 아니겠지만) 회사 평가는 엉망인데 면접 후기는 참 괜찮았다고 올라와서 뿌듯했다.

원티드 골드회원

생각해보니 나 나름대로 정의한 원티드 골드회원 이 된 거 같다. 지금 이 회사 들어오기 까지 원티드에서 지원한 회사의 갯수가 누적 기준으로 상당히 많았고 이렇게 저렇게 많이 쓴 거 같다. 그러던 내가 결국엔 원티드 채용시스템 까지 써보게 된 것이다. 아직 긱스를 못써보긴 했지만 회사에 소속된 개발자가 써볼 수 있는 원티드 서비스는 꽤 많이 써본 거 같다. 골드 회원이라고 정의한 이유는 지원서를 받아보니 다이아몬드 등급이 있더라. 그래서 내가 아직은 다이아는 아니고 골드는 될 거 같아서 내 맘대로 정해봤다.

문서

나중에 누가 올지 모르니 많은 부분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엄청 신경썼다. 누군가 입사하면 이 문서들을 읽고 바로 일할 수 있게끔 인프라 구성이라던지 담당하고 있는 도메인이라던지 등등 실제로 입사한 친구들이 문서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역시나 뿌듯하더라.

인프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무것도 없으니 개발도 개발인데 개발한 결과물을 서빙하고 배포할 인프라 관련 내용들이 필요했다. 인프라 담당자가 있다보니, 거기에 프론트엔드 개발자이다 보니 aws 관련 권한을 잘 안준다. 원하는 권한들을 받기 위해서 커피도 마시고 신뢰를 얻을만한 지식의 썰도 풀어보고 나름 노력을 많이 한 거 같다. 안타까운 건, 그렇게 괜찮다고 생각한 인프라 개발자 (입사동기)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amplify

원래는 근사하게 CI/CD 파이프라인 구축하고 도커도 말아올리고 그러고 싶은데 시간이라는 조건과 권한과 지식이라는 것에서 막혔다. 당장 앱 내의 일부 화면을 웹뷰로 바꾸고 싶다고 입사한 지 1주일만에 기획서를 던져주는 회사에게 막 근사한 인프라 구성에 대한 비전은 먹히지도 않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amplify 를 사용해서 원하는 걸 해줬다. 생각보다 쓰기 편한 거 같은데 계속 써도 되는건가 에 대한 의심은 아직도 하고 있다.

도메인 관리

기존에 앱이 먼저 돌고 있으면서 앱에서 딥링크라던지 sns 인증 등의 브릿지 페이지로 쓰는 인프라가 있었다. 이런 거에 대한 도메인 이름도 지어주고 정리하고 리다이렉트도 해보고 빼먹은 거 있어서 사고수습도 해보고 힘들었지만 괜찮은 경험들을 해본 거 같다.

하지만 힘들다

나는 이력서가 굉장히 지저분하다. 의도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그렇기에 이 곳에서 정말 열심히 잘 해보고 싶다. 심지어 레거시도 없고 CTO의 예쁨과 인정도 받았고 원하는 기술들을 써보고 적용도 해보고.. 문제는 윗 어른들의 이유로 이런 평화로웠던 조직이 흔들흔들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개발조직 내부에서는 서로가 총질을 하게 되었고 그런 와중에 멘탈 붙잡고 일정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별 이상한 짓을 다 해본 것 같다. 아무도 하지 않는 야근도 해보고 (인사팀에서 야근 택시비 청구하는 사람이 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게 간신히 동기부여를 놓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이 회사의 윗 어른들은 이런 회사가 처음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 그런건지 조직을 막 방치하고 있다.

사람들은 일이 뭐 폭포수 모델이네 어쩌네 하면서 일을 안할 이유를 찾는 와중에도 거기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다행히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프로젝트 하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긴한데 CTO가 없어지고 무차별적으로 업무가 내려오는 상황이 한 두달? 정도 지속되니 사람들이 정신줄 놓겠다 라는 표현을 이래서 쓰는구나 싶더라. 처음에는 위에서 언급한 커뮤니케이션이 지금은 내 에너지를 너무 많이 가져가는 상황이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커뮤니케이션 덕분에 타 부서에서는 뭔가를 물어보려면 무조건 나한테만 오는 현상이 벌어졌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그나마 타 부서에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개발자' 라고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나 말고 백엔드나 다른 곳에 먼저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하는 사항이 필요한 부분까지도 무조건 개발자 라는 이름 하나만 보고 그냥 나한테 오는 거 같다. 다른 사람들한테 가면 다 모르겠다 안된다 라는 얘기만 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그런 이들에게 나도 갈수록 안되는 이유만을 설명하는 일들이 많아지니 말하는 나도, 듣는 그들도 서로가 힘들어지고 있다.

아쉬운 점

또 다른 아쉽고 힘든 점은 개발지식에 대해서는 내가 얼마나 성장했나? 라는 원초적인 질문에서는 답을 얻지 못했다. 너무 주기만 하는 거 같고 (나도 부족한데.. ) 내가 얻어 먹을 건 뭐가 있나? 라는 질문에서 답을 얻지 못했다. 물론 내가 원하는 기술과 방법으로 뭔가를 구현하고 배포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게 나의 성장에 얼마나 연관되는지는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

결론

과연 여기서 처음 입사했을 때 만큼, 웃으면서 즐겁게 동기부여 되면서 일할 수 있을까? 직접적으로 엮여서 일하는 기획자, 디자이너들은 너무 좋은데.. 그들과 같이 일하는 댓가? 가 너무나 크다.

결론2

그래도 개발적인 지식 이외에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나 스킬이 서툴렀던 내가 사람을 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배우고 큰 거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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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로 먹고사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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