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개발자가 되고 싶어졌다. (긴글 주의)

쩡코더·2021년 7월 3일
0

난 요리사였다.

현재 나이 29살이고, 지금까지 주방에서 일해왔다.
난 일적으로 내 능력과 성과에 대해서 인정을 받고, 그에 대해 보상을 확실히 받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요리업계는 그렇지 않다. 10시부터 10시까지 주 6일을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최저시급만큼도 못 받는 초봉에 남들이 주말에 쉴 때 그 성공적인 주말에 보탬 되기 위해 우리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다. 처음엔 이렇게 워 라벨이 보장이 안되는 상황에서도 내가 배운 게 이거니까, 남들이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하니까라는 마음으로 보람차게 일을 했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들고 머리가 커지니까 불만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직업에 비해 경력자로 연봉협상이 쉽지 않을뿐더러 사장들의 마인드가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많다는 것이었다. 요즘도 요리학원을 다니는 학원생들은 많고, 조리학과가 없는 대학교가 없을 정도로 요리사를 하고 싶어 하는 파릇파릇한 20대들이 많기에 일할 사람은 넘치고 넘친다. 그래서 이러한 이유로 30살이 넘으면 일자리 선택의 폭이 극히 줄어든다. 그래서 내 주변은 둘로 나뉘는 거 같다.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대출을 껴서 가게를 열거나. 그리고 흥하거나 망하거나.

그리고 일 마치고 술을 한 잔씩 하게 되고 취하고 나면 각자 속에 있는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현재 일의 만족도에 대한 얘기도 물론 나온다. 근데 거짓말이 아니고 10에 9은 다 같은 생각이다. 만약에 내 자식이 요리한다고 하면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릴 거라고. 물론 직업에 귀천은 없고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힘든 거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같은 일을 같이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상황이 오면 서로를 짠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내 직업에 대한 불만이 하나 둘 쌓여갈 때 즈음 코로나가 터졌다. 지역 내 매출 1등을 달리고 있다고 자부하는 레스토랑이었지만 그런 곳마저도 코로나를 피해 가지 못했고, 다행히 책임감 있는 사장님 덕분이었는지 해고되는 직원 한 명 없었지만 반강제로 연차를 사용하게 되며 자주 쉬게 되었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일을 시켜주는 게 감사한 거라고, 그만두지 말라고 말리는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한번 마음먹으면 꼭 그것을 실행해야 하는 내 성격은 이번에도 참지 못하고 저질러버렸다. 그렇게 9년 요리 인생도 끝이 났다.

웹개발자가 되고 싶어졌다.

그렇게 그만두고 약 한 달 동안은 폐인처럼 산 것 같다. 난 일을 그만두고 나면 딱 일주일 동안만 괜찮다. 일을 할 땐 과로사로 죽을 것 같고 막상 일을 그만두면 고독사로 죽을 것 같다..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그만두고 나서 이 나이에 뭘 해야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 요리만 해왔기에 당장에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많이 좌절했다. 그래도 꼴에 자존심은 있었는지 공장 생산직으로 들어가서 일하긴 싫었다. 뭐든 지금 시작하면 공부를 해야 했기에, 이왕 하는 거 전망이 좋은 직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찾던 중 국비 교육을 알게 되었고, HRD에서 내가 원하는 교육을 찾던 도중에 웹 개발자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목표가 생긴 것 같아 뭔가 조금이라도 활력이 생긴 기분이었다. 그렇게 웹 개발자에 대해 하나둘 조사를 하기 시작했고,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이클럽세대

혹시 이 화면이 익숙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세이클럽이다.
내 기억으로 MSN > 세이클럽&버디버디 > 싸이월드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순으로 유행이 흐르고 흘렀던 거 같다. 나는 세이클럽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지금의 카페와 같은 느낌인 클럽(?) 인가를 운영했다. 그때 운영진과 같은 등급이 캡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바로 캡틴이었다. 초등학생 2학년짜리가. 얘기가 쓸데없는 곳으로 빠졌는데,
이 클럽이라는 곳에는 지금의 html 태그를 입력해서 자유자재로 꾸밀 수 있었다.
마우스에 하트가 따라다니게 할 수 있었고, 배경도 바꿀 수 있었고, 음악을 설정할 수 있었고, 폰트도 설정할 수 있었다. 그때는 이게 html인 줄 몰랐다. 최대한 멤버 수를 늘이기 위해, 내 클럽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사이트 찾아다니며 태그를 복사해서 설정했다. 그렇게 열심히 운영한 결과였는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클럽을 만들었다. 그때 봤던 태그들이 지금 내가 관심을 가지는 웹 개발자들이 쓰는 언어 중의 일종이었다니 반가웠다. 어떻게 보면 복붙만 열심히 했지만 낯익은 태그들이 정말 많았다. img src="라든지 embed src="라든지.. 이미지는 아직도 사용하는 거 같은데 embed는 이제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국비학원을 가다

그렇게 국비 학원을 가게 되었다. 국비 학원은 그 지역에 어떤 직종이 많은지에 따라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내가 사는 지역 창원은 공장단지였다. 웹 개발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없었다. 제일 가까운 곳을 찾아봤는데 부산이었다.
고민했다.
부산까지 집에서 자차를 타고 통학 (하루에만 왕복 80km의 기름값+두 번의 톨게이트비)
부산에서의 자취 (부산 방값은 생각보다 상상을 초월했다. 거기에 생활비까지 생각한다면..)
두 가지를 고민하다가 다른 해결방안을 생각해 봤다.
김해에 방을 구하고 1004번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자. 비용 다 합치면 부산에서 자취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부산에서 40만 원의 방과 김해에서의 40만 원짜리 방은 규모와 상태 면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왔다 갔다 하는데 조금 고생하더라도 더 적은 비용으로 좋은 곳에서 지내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첫 자취 Life와 학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학원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직장인들의 시간과 같은 패턴이었다. 그래서 난 아침 9시에 서면까지 가기 위해 6시 50분에 기상했어야 했다. 처음 일주일은 괴로웠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나.. 적응해갔다.. 한 달 차까지 적응하지 못한 것이 하나가 있다면 국비 학원의 엄청난 진도 속도였다. 처음 2주 차까지는 괜찮았다. 학원을 가기 전에 생활코딩을 정독하고 갔으니까. HTML, CSS까지 배우는데 막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일주일 만에 이 두 가지를 떼고 자바 스크립트에 대해서 배웠다. for 문, if 문, 문자열, 불리언, 함수..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냥 앞의 강사가 치는 코드를 따라치는 기계 같았다. 학원을 마치고 집 가면 8시에 집안일에 복습에 과제까지 하고 나면 새벽이었다.
주말에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알바를 해야 했고, 하루에 5시간밖에 못 자는 패턴이 한 달 동안 반복되니까 일상이 피폐해져갔다. 웹 개발이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웹 개발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비용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한 달 반쯤 다녔을 때 나는 학원을 그만뒀다.

이제 시작이다.

학원을 그만두고 나는 계획을 세웠다.

  1. 인프런, 유데이, 유튜브를 통한 공부를 한다. 내 미래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돈을 아끼지 말자.
  2. 집에서 공부를 하는 만큼 의지가 흐트러지기 쉽기에 마음을 바로잡자.
  3. 이미 이미 아는 부분이더라도 HTML, CSS, JavsScript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자.
  4. 그 이후 여유가 있을 때 React.js도 공부한다.
  5. 노선과 블로그에 배운 것을 메모하면서 한 번 더 머릿속에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자.
  6. 그렇게 어느 정도 알 것 같을 때에 프로젝트를 하나씩 만들어 깃허브에 올려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자.
  7. 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과 동시에 8월에 있을 정보처리기사 공부도 틈틈이 할 것.
  8.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정말 마음 놓고 놀자. 대신 공부하는 날은 정말 공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있을지, 이런 날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이렇게 글을 쓰니깐 뭔가 이상하게 후련한 기분이 든다. 내 속마음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나는 웹 개발자나 해볼까?라는 쉬운 마음으로 시작한 게 아니다. 이 글을 읽고 기분 나쁘신 개발자분들이 있으실까 봐 미리 말해봅니다. 어쨌든 이번 연도 안에 취업이 될진 모르겠지만 목표는 높게 잡을수록 좋지 않을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고 한다!
잘해보자!

  • 집에서 공부하는 데에는 유혹거리들이 많다. 그래서 딱 정했다.
    50분은 공부만! 10분은 나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뽀모도로 타이머 (Tomato Timer)
    학교 종처럼 50분 공부 10분 휴식 타이머가 자동으로 울린다.
    https://tomato-timer.com/#
profile
잘해보자

0개의 댓글

관련 채용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