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blocking 회전교차로

hop6·2022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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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s://www.subito.it/magazine/precedenza-rotonda.html)

현재 부모님이 살고 있는 본가는 대중교통 이용환경이 좋지 않다. 그래서 집에 내려가게 되면 내가 차가 없기 때문에 터미널까지 매번 마중을 나와주신다. 터미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교통량이 많지 않은데 항상 길게 신호가 걸리는 교차로가 있었다. 이번에 오랜만에 본가에 오게 되어 그 길목을 지나가는데 교차로와 신호등이 있어야 할 자리에 회전교차로가 자리잡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매번 기다리던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진입하여 목적지 부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교통이 원활해진 것을 체감했다.
어떻게 회전교차로가 교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주었을까?
기존 신호등 방식은 기다리는 차량이 많건 적건 정해진 순서나 시간에 따라 아예 Blocking 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교통량이 많다면 오버헤드가 적지만 교통량이 적은 경우에는 진행 하는 차량이 없는데도 신호를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를 위해 '비보호'라는 룰을 만들어 해결하고 있었으나, 거기서 오는 사고는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트릭으로 느껴진다.
회전교차로는 신호에 따를 필요 없이 바로 주행로에 진입하여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서 빠져나가기만 한다(Non-blocking). 이는 Blocking에 대한 오버헤드 없이 차량들이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돕고 나에게 크게 개선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만약, 기존 교차로 + 신호등 조합에서 오버헤드를 줄이기 위해 교차로 신호등 지속시간을 줄였다고 가정 해보자. 교통량이 적을 때는 확실히 빨라진 것 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교통량이 많아진다면? 신호가 황색으로 점멸되는 시간이나 차량이 멈추고 출발하는 것에서 오는 오버헤드가 커져 그다지 이득을 볼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이 많은 시간대를 예측하여 그 시간에만 신호등 지속 시간을 늘려줄 수 있다. 이는 신호등 설정 및 유지보수가 조금 더 복잡해며, 예측이 틀릴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즉, 운영측에서 생각해야 할 지점이 많아진다.
그렇다면 회전교차로는 교통량이 많은 상황에서 어떨까?
회전교차로의 주행량은 15시 방향의 경우 얼추 비슷하겠지만 12시나 9시 방향은 주행량이 더 길다. 만약 회전교차로가 가득 차 있다면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소요 시간이 더 길어 빠져 나가는 차량이 적어지고, 각 방향의 차량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기 때문에 오히려 교통 체증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주행자가 시간에 대한 손실을 입지만,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간편하다. 신호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나 비보호로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신경쓸 필요도 없다. 즉, 관리 지점이 줄어들고 예측하지 않은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내가 이 교차로의 관리자라면 회전교차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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