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그는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와 달리 유독 기술 블로그의 느낌이 강해서, 간단한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블로그를 너무 방치했기 때문에 다시 블로깅에 익숙해지고 싶었고, 시덥잖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게 블로깅의 목적인 것 같아서 조금씩 작성해보려고 한다.
🚨주의: 구구절절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취준을 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졌다. 왜 개발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와 같은 질문들... 물론 개발은 재밌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왜 내가 개발을 좋아했는지, 앞으로는 무얼 하고 싶은지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 날을 되돌아보았다. 타디스를 타고 떠나는 시간 여행
내가 개발을 좋아했던 건 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우선 나는 이공계열이 아닌 전공을 4년동안 배우면서, 학부 때 배운 것을 사회나가서 과연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 지 계속해서 의구심이 들었다. 상경 계열을 복수 전공하면서 이러한 고민을 해소해보려고 했지만, 보다 더 실용적이면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싶었다.
그즈음 나는 팀프로젝트의 매력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저학년 때는 발표 없는 과목들만 골라 듣다가, 대학에서의 발표 수업은 사회에 나가기 전 발표를 연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교수님의 말에 4학년 1학기에 발표 수업을 4개나 신청했다. 여러 개의 발표를 한 번에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좋은 팀원들을 만나 즐겁게 또 열정적으로 팀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을 즐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 1년 졸업 유예를 하면서 내가 시도했던 것은 IT 서비스 기획이었다. 흔히 말하는 문과생인 내가 기술직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기획이라고 생각했고, 마침 UX라는 분야가 뜨고 있던 시기라 관심이 생겨 UX 전문성을 갖춘 서비스 기획자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기획자라면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므로 팀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던 나의 강점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머리를 쥐어짜내어 유명한 IT 프로덕트들의 기획 의도와 서비스 사용성을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기록했다. (그당시 4개월동안 운영한 나의 서비스 기획 블로그) 하지만 경험도 지식도 부족한 나의 분석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 피드백이 없어 나의 기획에 대한 개선 방법을 찾기 어려웠고, 결국에는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서비스 기획 또는 PM은 다른 직군에서 시작했을지라도 경력이 필요해보였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신입에게 비즈니스 로직이, 즉 돈이 오고가는 서비스를 무작정 맡길 수는 없으니...🤔)
이러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서비스 기획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고, 짧지만 노력했던 반년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내 자존감도 바닥을 쳤다. 그렇지만 얻어간 것은 있었다. 우선 탁월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매일 보는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들의 UI나 기획 의도를 뜯어보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바로 개발에 대한 흥미를 얻을 수 있었다. 서비스 기획을 연습하면서 나는 어떤 데이터들이 오고가는지, 어떻게 이런 기능을 만들 수 있는지와 같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 더 호기심을 가졌다. 그리고 그토록 전문성을 갈망했던 터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즉 기술자로서의 나를 실현하면서 나의 지식과 노력으로 세상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개발이 더욱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졸업을 눈 앞에 두고 기술직에 눈을 돌렸고, 그 중에서 배울 수 있는 자료와 환경이 잘 갖춰진 개발을 시작했다.
홀로 서비스 기획을 공부하다가 커리어를 시작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개발을 공부할 때는 무조건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JavaScript에 대한 기본기를 혼자 익힌 다음 부트캠프 중 한 곳에 들어가 6개월 정도 교육을 받았다.
부트캠프를 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함께 성장하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스터디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마치 4학년 1학기 때 다양한 팀프로젝트를 했던 것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으쌰으쌰해주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 정말 좋았다. 그래서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를 꾸준히 공유하거나 회의록을 정리하며 필요할 때는 안건을 내는 등 나름대로 내가 속한 팀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같은 직무 사람들끼리 함께 공부하면서 일하는 문화가 당연한 직업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개발을 계속 하고 싶어졌고, 나 역시 이 문화를 잘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나는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나는 혼자 꼼지락거리면서 무언가 만드는 데 열중했다. 지금도 심심하면 나노 블럭을 조립하고, 최근에는 베이킹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자꾸 쿠키를 구워서 나눠준다. 먹을 거 잘 나눠주는 사람이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혼자 열중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그 뿌듯함을 즐기는 것 같다.
Connect the dots!
이렇게 쓸모 없을 것 같던 나의 작은 경험들을 나열하고보니 신기하게도 연결고리가 생기는 듯하다. 나는 나의 지식과 경험으로 세상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고 싶고, 이왕이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더 좋은 것을 만들고 싶다. 이게 내 결론이다..!
앞으로 취업까지의 과정이 험난하겠지만, 오늘 마음에 새긴 것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열정적으로, 재밌게, 그리고 진실되게 공부하고 싶다.
은지님과 붓캠과 프리온보딩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코드도 협업능력도 항상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1월에서 12월로 순간이동한것만 같았던 한 해였네요 ㄷㄷ.. 연말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래요! 다음 과제로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