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크 리더가 되었다

Hann·2025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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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약간의 MSG가 첨가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금요일 오전

개발팀 주간회의가 있는 날.

오늘 회의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게 있는데,
<중략>
A 님이 앞으로 개발 담당 기술 리더를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나보다 2년쯤 늦게 입사하신, 경력도 비슷한 서버 개발자 분이 개발 리더로 임명되었다.
기분이 뭔가 떨떠름했다.

회의를 마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했다.
나름 회사에 기여도 많이 했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경력이나 실력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을 텐데,
뭐가 부족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생각을 멈추고, 다시 일에 몰두했다.

퇴근 후 집에서 맥주 한 캔을 따며 다시 생각이 이어졌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승진 실패한 만년 과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전엔 전혀 공감되지 않던 장면이었는데,
이제는 그 감정이 조금은 이해됐다.

‘나는 감투 같은 건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생각이 꼬리를 물자 또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래서 이번엔 그냥 멈췄다.
다른 일에 집중하면서 흘려보냈다.


토요일 오후

혼자 회사로 나왔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기틀을 잡아두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평일에 팀원들과 각자 역할을 이어붙이며 병목 없이 진행할 수 있으니까.

물론 평일에 해도 되는 일이지만,
솔직히 이 작업이 꽤 재미있었다.

어찌 보면 ‘회사를 위한 일’이라기보다
‘내 성장을 위한 일’이었다.

일을 마무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
어제의 그 기분이 다시 떠올랐다.
이번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조금은 담담했고,
조금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일요일 오전

주일 설교 중 “원망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었다.
그 말씀이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렸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결과로만 나를 증명하려 했던 것 같다.
누가 리더가 되고, 누가 인정을 받는지가 중요한 줄 알았지만,
결국 더 중요한 건 그 자리에 있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의 태도였다.

그리고 문득,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떠올랐다.
직책이 아니라, 개발 그 자체를 즐기는 마음이었다.

새로운 코드를 짜고, 문제를 해결하고,
팀의 기술이 한 단계 나아가는 그 순간들.
그게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리더의 마음을 갖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외부의 평가나 타인의 결정에 흔들리지 않고
개발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잃지 않으려 한다.

그 마음 하나면,
앞으로 어떤 자리에서든
나는 계속 개발자로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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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 하는 개발자 Hann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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