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개발자가 되고싶다는 글을 썼었는데 지금 다시보니 감회가 새롭다. 물론 지금과는 또 생각이 많이 달라졌지만 어쨌든 정말 많이 성장했고 기쁘다. 근 3년간 다음이 없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보상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오늘은 하나은행 2025년 상반기 디지털/ICT 부문 최종합격 수기를 올리려한다. 개인적으로 하나은행 면접을 진행하면서 하나은행이 신입행원 채용에 진심이라는게 많이 느껴졌다. 편안한 면접분위기에서 지원자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듯 했고 임직원분들의 환영과 응원에서 하나은행만의 기업문화가 돋보여서 정말 가고싶다고 생각했다.

순서는 서류전형 -> 코딩테스트(필기면접) -> 1차면접 -> 2차면접

서류 전형

서류전형은 4가지 문항이 나왔다.

  1.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이 무엇인지 기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나은행에 지원한 동기와 향후 목표를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원활한 관계 형성과 팀워크 향상을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를 사례를 들어 기술하고, 은행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3. 본인이 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나 상황은 어떤 것이며, 이를 해소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4. 인생에서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 이룬 성취에 대해 기술하고, 이를 통해 배운 점에 대해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소서를 작성하면서 기존에 해왔던 경험들을 정리해뒀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결국 자기가 했던 경험에서 글을 써나가야하는데 경험 정리가 되어있으면 글이 비교적 쉽게 나온다. 나 같은 경우 이전에 수시채용을 준비하면서 2페이지 분량에 CV를 작성해뒀던게 큰 도움이 됐다. Work Experiences, Projects, Education, Certificate, Activity, Skills 등으로 항목을 나누어서 정리했었다.

1항목에서는 하나은행에 가서 하고싶은 것들을 썼다. 나는 데이터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어서 금융 데이터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싶다는 글을 썼고 좀 더 나가서 MLOps 관련된 일을 하고싶다고 기술했다.

2항목에서는 ERP Software Engineer로 인턴 하면서 PM분과 논의하고 협업했던 경험들을 잘 살려서 기술했다.

3항목에서는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솔직히 썼는데 나는 땀을 흘리면서 신체적 활동을 한다고 썼다.

4항목에서는 스타트업에서 Backend Engineer로 일했던 경험을 썼다. 내 첫 인턴경험은 스마트팩토리에 필요한 기업전사관리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이었는데 클라우드 경험과 도메인 중심의 백엔드 개발을 하고싶어서 1년 4개월 일하던 회사에서 나와서 스타트업에 가서 새롭게 인턴쉽을 했었다. 2개월간 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과 성취들을 적었다.

나중에 면접스터디를 준비하며 팀원들과 자소서를 공유하고 예상 질문리스트를 만드는 스터디를 했는데 나는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신에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고 다양한 인턴경험과 영어어학성적이 서류합격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했다. 하나은행이 2015년에 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외환에 굉장히 강점을 가진 은행이고 그래서 어학성적을 많이 보는것 같다. 나는 오픽 AL이었고 실제 대부분의 동기들이 높은 어학점수를 가진 것 같다.

코딩테스트 (필기면접)

서류합격 이후에 코딩테스트를 준비했다.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실무중심의 개발은 재밌는데 알고리즘은 늘 공부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언어는 파이썬으로 준비했고 다들 그렇듯이 유명한 나동빈님의 '이것이 취업을 위한 코딩 테스트다 with 파이썬' 로 공부했었다. 단기간에 실력을 늘리기는 쉽지 않고 꾸준히 실력을 늘리는게 정말 중요하다.

문제는 총 5문제가 나왔는데 3문제 알고리즘 + 2문제 SQL 로 나왔다. 첫 인턴했던 회사에서 SQL을 많이 다뤘었고 SQLD 자격증 취득한 경험이 있어서 다행히 짧은시간에 대비를 했고 알고리즘에 좀 더 집중했다.
SQL은 프로그래머스에서 제공하는 'SQL 고득점 Kit' 문제들로 대비했다. [링크]https://school.programmers.co.kr/learn/challenges?tab=sql_practice_kit

알고리즘 2솔 + SQL 1솔 해서 3솔로 통과를 했다. 마지막 SQL문제는 많이 어려워서 공부해도 맞추기 쉽지 않아 대부분 지원자들이 틀린 것 같다.

1차 면접 (실무진 면접)

코딩테스트를 합격하고 기뻤던 마음도 잠시, 발표 후 1차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면접스터디를 들어갔다. 미리 말하자면 면접스터디를 꼭 하는걸 추천한다. 나도 이번이 처음해보는 면접스터디 였는데 도움이 굉장히 많이됐다. 특히 생소한 PT면접을 모의면접으로 준비했던게 실전에서 효과가 있었다. (+ 작은 강제성도 부여된달까)

1차 면접은 총 BEI, PT면접, HVI로 총 3개의 절차로 이루어져있다.

  1. BEI
    BEI는 흔히 생각하는 다대다 면접이다. 면접관 3, 지원자 7면접으로 7명이 1조를 이루어 70분동안 면접을 치룬다. 우리 조는 개인당 10분 정도를 잡고 질문을 골고루 주셨다. 내가 받았던 질문들은 아래와 같다.
  • MLOps의 Continuous training 쪽을 다뤄보고 싶다고 자소서에 적어주셨는데 어떤 개념이고 왜 사용하는지?
  • 통계학과인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인턴을 했던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 웹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한 경험이 있다했는데 어떤 데이터들인지?
  • Nginx를 다뤄본 경험이 있던데 Nginx는 주로 언제 사용하는지?

지원자마다 자소서에 적혀있는 것을 기반으로 다른 질문들을 주셨는데 나는 기술적인 질문을 주로 주셨었다. 주어진 면접시간이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 핵심적인 내용을 언급해서 추가질문을 안받는게 오히려 다양한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1. PT면접
    가장 떨렸고 대비하기 어려웠던 PT면접이다. PT면접은 3대1로 면접을 보고 당일날 2개의 주제가 주어지는데 디지털 문항, ICT 문항이 각각 나온다. 주어진 2개의 주제와 지문들을 30분동안 읽고 A4 한페이지에 정리해서 7분 발표 + 8분 Q&A 한다. 참고로 BEI면접 때 들어오신 3분의 면접관분들이 똑같이 들어오신다.
    PT면접은 강민혁 유튜버님의 영상이 도움 많이됐다.
    [참고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DOvCIrwMPbQ&t=880s

PT 면접 주제를 전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면접관 분들이 채점하는 요소는 논리적 전개와 문제분석 능력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구조화해서 말하는 연습을 계속해서 했다.

<문제들>

  • 1번 디지털 문항 : 간편결제 시장 선점 전략 및 구체적 실행 방안
  • 2번 ICT 문항 : 실시간 데이터 스트리밍 기술 은행 적용 방법 + 발생 가능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

문항은 이렇게 2가지였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다들 어려워했던 2번 ICT 문항이 나한테는 익숙한 기술이었다. 2024년 9월부터 2025년 1월까지 프로그래머스에서 주관한 데이터엔지니어링 교육과정에 참여해서 Airflow, Kafka, Spark, Snowflake 등 데이터파이프라인 구성요소, 데이터웨어하우스, 데이터레이크 등을 공부하고 실습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관련 내용이 나왔다. 심지어 전날에 Kafka가 대용량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과 관련된 영상을 보고갔는데 관련된게 나올 줄 몰랐다.
그런데 오히려 서비스에 대한 논리적인 방안을 발표했어야 할 PT면접을 너무 기술적인 내용으로 치우쳐서 말한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도 살짝 됐다.

<받았던 질문들>

  • 간편결제 시장 선점 전략을 ~~한 방법으로 한다고 했는데 다른 방안은 없을까요?
  • 배치와 스트리밍의 차이
  • 이상거래탐지 같은 서비스가 가끔 정상거래를 탐지해서 불편함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에도 해야되는 이유
  • 금융 데이터파이프라인을 만들 때 신경써야하는 요소들

처음에 받았던 질문 중에 아예 다른 방안을 생각해보라고 하셔서 당황했었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차분히 요청드렸다. 완벽한 대안은 아니었겠지만 어찌저찌 말했고 이후 배치, 스트리밍 관련된 얘기를 풀어갔다. 이상거래탐지 같은 경우 금융거래의 특성상 소수에게 적용되더라도 온전한 신뢰를 위해 가져가야 할 서비스라는 맥락으로 말했다.
금융 데이터 파이프라인도 작은 오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스키마 검증, null값 처리, 중복데이터 검증 등 샘플링 검사말고 전사데이터를 검사하는 방향으로 신뢰성높은 테스트 설계를 짜야한다고 대답했다.

  1. HVI 면접
    HVI는 1대1 면접으로 10분간 이루어진다. 이전에 인적성검사를 하면서 나왔던 성향들을 바탕으로 질문해주시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면접관님도 그냥 커피한잔 한다고 생각하고 얘기해달라고 하셨다.
  • 가장 최근에 누군가에게 부탁한 경험

위에 필기전형 합격창에 나와있듯 청라 하나글로벌캠퍼스에 가서 면접을 보고왔는데 연수원이 너무 삐까뻔쩍하고 임직원분들이 입구에서부터 집가는 곳까지 막 달려와서 환영해주셔서 기분이 좋았고 이곳에 또 오고싶다고 생각했다.! 아래는 연수원 지하에 있던 오락실이다. 거의 마지막으로 끝나서 농구게임 1번 했다.

2차 면접 (임원진 면접)

1차 면접의 경쟁률이 굉장히 치열해서 붙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적어도 8:1 정도이다. 다른 지원자분들의 면접 답변을 들으며 다들 말도 너무 잘하시고 열심히 살아오신게 느껴졌다.

다행히도 합격 결과를 받고 2차 면접을 준비했다. 2차 면접은 임원 면접이었고 임원분 4명과 지원자 6명으로 이루어져 면접을 봤다. 면접을 보기전에 마지막으로 내가 했던 일은 주변 하나은행 영업점에 가보는 일이었다. 취업준비를 해보면서 느꼈던 건 최종 면접까지 오면 다들 잘하고 다들 열심히 한다. 그래서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으면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았다. 결국 '진정성'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장 생각나는게 없더라도 영업점에 가서 1시간 가량 있으며 느꼈던 것들을 마지막 말로 하고나왔다. 실제로 나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고 어떤 문제를 어떤 디지털 역량으로 풀어나가면 좋겠다는 점을 어필했다.

<받았던 질문들>

  • 개인질문
    • 데이터베이스 설계 시에 어떤 점이 제일 중요한 것 같나요?
    • 스트레스 관리 어떻게 하시나요? 동료들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건가요?
  • 공통질문
    • 고객의 불편사항을 파악해서 서비스 응대를 한 경험
    • 청라에 있는데 본사에 있는 상사를 설득해야 합니다. 이 상사가 조금 괴팍해서 설득이 어려운데 어떻게 설득할건지?

면접 질문들이 역시 예상한 질문들이 아니었다.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않다. 실제로 2명한테만 선착순으로 마지막 할 말 기회를 주었는데 나는 후회하고싶지 않아서 빨리 손 들고 말했다.

일주일간 최종발표를 기다리면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합격하면 당분간 자주 못볼 거 같았다. 나한테 '다음'이라는 단어가 없어서 하나님이 나 안굶기시려면 이번에는 붙여주실 거라고 믿었다.

최종합격하고 엄청 기뻤다!!! 발표당일날 카페에 있었는데 2시 30분 정도에 합격 전화가 왔다. 바로 가족들과 친인척들한테 전화를 돌렸다. 너무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했었다. 엄마가 주변사람에게 이미 연락해서 내가 전화하면 '이미 알고있다~'라고 하신게 웃겼다. 바로 실감이 나진 않았지만 문득 샤워하다, 잠들기 전에 '내가 합격했다고!?' 이러면서 갑자기 기분이 엄청 좋아지곤 했다.

연수원 1주차 후기

현재는 연수원에 들어와서 1주차를 보내고 있다.

진심 밥이 너무 맛있고 옷도 예쁜거 주고 숙소도 너무 좋아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처음보는 동기들과 얘기하고 친해지는 것도 재밌고. 공부할 게 많고 시험도 봐야해서 배우는데 힘들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이 또한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느낀 점들을 두서없이 적어보고 마치려한다.

  • 우선, 취준생들 직장인들 정말 리스펙이다.. 취업이 이렇게 어려운건지 몰랐다. 다들 각자의 세계에서 그리도 열심히였구나. 다들 너무 멋지다.

  • 최선을 다한 결과가 불합격인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운도 실력이라고 하지말고 늘 겸손하자.

  • 열심히 노력해 기회를 잡은 사람에게는 박수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겐 위로를 건내자.

앞으로

금융권 개발자는 물론 은행에서 일하게 될 지는 정말 몰랐는데 인생 정말 알 수 없다. 참고로 하나은행 디지털/ICT 직무는 1~2년간 영업점에서 창구업무 후 본사에 가서 개발 업무를 한다. 처음 영업점에 가서 적응하는게 힘들 수 있겠지만 그전에도 그랬듯이 '저편에 즐거움'을 찾는 일이 될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해보려 한다.

내가 가진 일의 태도는 '즐겁게 일하자' 이다.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이 즐겁지 않아서 그저 퇴근만 기다리는 삶을 바라지는 않는다. 일에서 성취와 보람도 느끼고 다음 내일을 또 기대해보는 삶을 살고싶다. 그래서 영업점에서는 내가 있는 곳을 즐거운 공간으로 바꿔보고 싶다. 내가 있는 곳을 즐거운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무척 어려운 일이다. 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그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작은 실수도 치명적인 은행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그래도 실천하기 위해 몇 가지 생각해본 건 있다.

  1. 전문성을 갖추자
  •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야말로 여유를 갖는 방법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일에 여유를 갖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내가 여유를 가져야 다른 사람도 여유를 가지는 법이다.
  1. 배려하자
  • 배려는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랄까. 배려하는 사람도 배려받는 사람도 마음의 천국이다.
  1. ???
  • 앞으로 더 생각해보자.

적고싶은

영원해 - 슬기로운 전공의생활 OST 가사 中

아닌 하루도 분명 있겠지
불안한 하늘에 고개 못 들며
힘이 부쳐 서로를 놓칠 때
누가 먼저가 될 것 없이 달려가서
네 이름을 가장 크게 외칠게
눈이 마주칠 때까지


히브리서 11장 1절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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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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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5일

하나은행도 학벌을 보는 편인가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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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일

합격 축하드립니다!
글만 봐도 열심히 준비해오신게 느껴져서 큰 자극 받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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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5일

이렇게 노력해야 취업이 가능하군요.. 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네요.
일이 너무 즐거워, 그저 출근만 기다리게 될 정도로 행복한 직장생활 되셨으면 좋겠네요 :)
응원하겠습니다!

답글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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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5일

정말 오랜만에 velog 들어왔는데 홈에 하나은행 후기가 있네요 현재 ICT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영업점 근무가 생각보다 많이 힘들겠지만 열심히 버티셔서 업무하면서 뵐 수 있게 되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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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일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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