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야후 사태 총정리

dony·2024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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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s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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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라인 야후와 관련하여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와 네이버의 라인 지분 매각 가능성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정치적 이슈와 감정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배경을 알아보자.


라인이 가진 가치

메신저 라인은 일본에서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일본 인구 1억 2200만 명 중 무려 9700만 명이 라인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인구 층까지 고려하면 거의 모든 일본 인구가 라인 메신저를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메신저 플랫폼은 단순히 메신저에 국한되지 않는다. 당장 카카오만 봐도 뱅크, 엔터, 모빌리티, 게임 등 정말 다양한 사업군으로 뻗어나간다. 라인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메신저 뿐만 아니라 뉴스, 헬스케어, 페이, 음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도메인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도 중요하다. 최근 AI 발전과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데이터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자국 데이터 보호를 위해 틱톡을 강제 매각하려하고, 앱스토어를 견제하는 등 다양한 국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현황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가 합쳐진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일본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

일본은 현금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다. 일본 정부는 2025년 6월 말까지 캐시리스 결제 비율을 40%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내수 활성화 + 탈세 줄이기)

<결제 수단별 캐시리스 결제 비율 추이>

결제 뿐만 아니라 일본의 금융 자산 역시 현금 비율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어떤 집단의 고착화된 문화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내 팀 문화를 바꾸는 것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데, 나라 전체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검소, 절약, 저축은 일반 시민 뿐만 아니라 기업들 역시 사회 경제적 미덕으로 여겨왔다. 기업들은 일본 전체 GDP의 약 75%에 해당하는 400조 엔을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이러한 일본 문화는 내수를 비롯하여 주식 투자, R&D 투자 등 현금 흐름 전반에 걸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시민과 기업들로부터 현금을 방출시키고 내수와 주식투자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은 상황인 것이고, 다양한 정책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페이페이 vs 라인페이

현금 비중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페이 시장의 잠재 고객과 기회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의 니즈와 페이 시장 성장이 맞물리면서, 2018년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와 네이버의 라인페이가 일본의 페이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하게 된다.

시작은 페이페이였다. 페이페이를 통해 결제한 금액 중 최대 20%를 포인트로 환원해주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총 100억 엔(약 한화 1083억원)을 캐시백한다고 공지했다. '페이페이 대란'이라고 불리는 이 캠페인은 10일 만에 100억 엔이 모두 소진되어 조기종료되었다.

페이페이는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이 2018년 6월 합작해 설립한 회사였지만, 이후 소프트뱅크가 야후재팬까지 연결 자회사로 흡수함과 동시에 페이페이에 460억 엔의 추가 투자까지 하게 된다.

페이페이의 현금 마케팅이 성공하자 네이버는 라인페이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한다. 당시 라인이 공개한 캠페인은 '축! 레이와(일본의 새 연호) 모두에게 줄게. 300억엔 축제'로, 1인당 1000엔(한화 약 1만원)의 라인페이 포인트를 공짜로 나눠주었다.

보통 이러한 마케팅은 선두주자가 유리하기 때문에, 결국 시장 점유율 3위였던 페이페이는 1위, 4위였던 라인페이는 2위로 올라서게 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병

페이페이와 라인페이는 1, 2위를 달성했지만 경쟁 과정에서 과다한 비용을 지출했다. 이에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각자의 장점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라인과 야후를 합쳐 라인 야후를 만들게 된다.

합병 구조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A 홀딩스 지분을 50대 50으로, A 홀딩스가 라인 야후의 지분 약 65%를 가지게 된다. 다만, A 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소프트뱅크가 맡았고, 이사회 과반수를 소프트뱅크가 지명하게 되어 있어서 실질적인 경영권은 소프트뱅크가 가져가게 되었다.

최근에는 라인 야후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인 신중호 이사가 이사회에서 해임되면서, 이사진 전원이 일본인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전에도 실질적인 경영권은 소프트뱅크에 있었지만, 이사진 전원을 일본인으로 세우면서 경영권을 더 확고하게 가져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입장에서 합병의 이유 중 하나는 국적 논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국중심주의가 강한 일본에서 한국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어려웠고, 대안으로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은 것이다. 현지 경영진 중심으로 사업부를 구성함으로써 국적 논란이 일어날 때,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사회의 과반수가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다"라는 등의 입장 표명으로 논란을 피해온 것이다.


데이터 유출과 행정 지도

2023년 11월, 라인 야후에서 개인 정보 약 52만 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일본 총무성은 행정 지도를 내린다. 총무성의 입장은 라인 야후가 3월 첫 행정 지도 조치를 받은 후 제출한 보고서에서, 네이버와 네트워크를 완전히 분리하는데 2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과 안전 관리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아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행정 지도가 네이버에게 지분 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방향성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명목상 50대 50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소프트뱅크가 50%, 네이버가 42.25%, 네이버의 자회사인 제이허브가 7.75%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4년 5월 9일 지분 협상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보아, 제이허브의 지분을 대상으로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제이허브가 소프트뱅크로 넘어가게 된다면, 실질적인 1대 주주는 소프트뱅크로, 2대 주주는 네이버가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흘러간다면 네이버 입장에서는 라인의 실적이 연결재무제표에서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을 반드시 가져오고 싶어할 것이다. 라인을 대체할 만한 일본 토종 플랫폼이 없고, 갈수록 라인의 영향력과 의존성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일본 사회의 인프라 시스템이 한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으며, 현금 비중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방면에서도 라인은 엄청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일단은 네이버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 크게 현상 유지, 일부 양보, 대립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이는데 네이버가 실질적으로 원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네이버의 입장 표명 전에 정부가 나서게 된다면, 양측 정부 간의 정치적 싸움으로 번질 것이고 현재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이 싸움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한국, 일본, 미국 정부가 모두 개입하게 되면 네이버 입장에서는 원하는 선택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우선은 네이버의 입장을 기다리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Reference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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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2일

좋은 내용 공유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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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3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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