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K-Skill 개발자가 작성한 게시물과 GitHub 내용들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한 글입니다.
아직 소송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당사자의 유무죄를 판단하려는 목적은 없습니다.
또한 해당 개발자의 이후 행보의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Github에서 한창 핫했던 K-Skill을 아시나요? 한국인들을 위한 Skill을 모아둔 오픈소스 레포지트리입니다. SRT·KTX 예매, 따릉이 대여소 조회, 길찾기 등의 서비스를 Skill로 만들어 Agent를 이용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오픈소스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K-Skill 오픈소스 개발자가 블루리본 운영사인 비알미디어로부터 고소당했다는 글을 LinkedIn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공개된 고소장 이미지에는 저작권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가 기재돼 있었습니다.
K-Skill 프로젝트에는 블루리본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이용해 주변 맛집을 조회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개발자는 자신이 한 일을 사람이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AI 에이전트도 볼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블루리본 측으로부터 사전 경고나 삭제 요청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고소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접하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맛집 정보를 더 편리하게 조회할 수 있도록 만들었을 뿐인데, 고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사용자 관점에서만 보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블루리본 웹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식당을 검색하는 대신에 AI에게 한 번 질문하는 것만으로 주변 맛집을 확인할 수 있다면 분명 편리하겠죠. 서비스 사용자에게 더 좋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려 했다는 개발자의 취지 자체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블루리본의 공지와 K-Skill 저장소에 남은 기록을 함께 살펴보면, 이번 사건을 단순히 “공개된 정보를 AI가 대신 읽은 것”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블루리본은 2026년 3월 31일, 무단 데이터 크롤링 및 AI 학습 활용 금지 안내 공지를 업로드했습니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무단 데이터 수집이 증가하고 있으며, 콘텐츠 자산 보호와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자동화 도구를 통한 크롤링과 AI 학습 활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내용에서 나오는 블루리본 측의 의사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취합한 데이터가 외부 서비스에 의해 크롤링되고, 가공되거나 다른 창구를 통해 제공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공지 이외에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robots.txt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robots.txt란, 웹사이트에 크롤러 같은 로봇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권고 사항입니다. 보통의 웹사이트 주소 뒤에 /robots.txt 를 추가하면 크롤러가 지켜야 하는 규약이 작성되어 있습니다. 블루리본의 robots.txt 는 어떤지 확인해볼까요?

블루리본 robots.txt 본문, 이 이외에도 수많은 봇들을 차단하고 있다...
이 내용들을 기반으로 보았을 때 블루리본은 이미 자신들의 데이터를 크롤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robots.txt 자체만으로 크롤링이 불법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블루리본이 자동화된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루리본 유료 전환 이후, K-Skill 개발자가 작성한 스레드 본문
스레드 내용을 보면, 이미 K-Skill 개발자는 블루리본의 일부 데이터가 유료로 전환된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는 블루리본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적으면서도, K-Skill에서 맛집 검색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프리미엄 계정을 구매한 뒤 프록시 서버를 통해 제공해 보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블루리본 자동화 방어 로직을 회피하는 Pull Request 내용
GitHub PR 댓글에도 이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해당 PR은 블루리본의 공지 이후에 작성, 병합되었습니다.
PR 본문에는 일반적인 자동화 요청이 403 Forbidden으로 차단되었다고 작성했습니다.
403 Forbidden은 서버가 해당 요청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때 반환하는 응답 코드입니다. 이 PR의 설명과 구현 내용을 보면, 블루리본이 자동화 브라우저 또는 봇으로 판단한 요청을 차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점에서 개발자는 단순히 크롤링 코드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아 수정한 것이 아니라, 사이트가 자동화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탐지하지 못하는 형태로 우회한 코드를 배포했다는 것입니다.
이 지점부터는 단순히 “사람이 볼 수 있는 정보를 AI가 대신 확인하게 했다”고만 보기 어려워집니다.
사람이 웹사이트에서 직접 정보를 조회하는 것과, AI 및 자동화 도구 등을 이용해 다수의 사용자에게 별도의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공유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는 오픈소스 문화에 익숙합니다.
다른 사람이 공개한 코드를 사용하고 수정하거나, 개선된 내용을 다시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일은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어진 개발 문화입니다.
하지만 오픈소스 역시 아무런 조건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작권자가 정한 라이선스의 범위 안에서 사용과 수정, 배포가 허용되는 것입니다.
블루리본의 데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K-Skill의 소스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과, K-Skill이 사용하는 블루리본의 데이터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또한, K-Skill이 무료로 공개된 오픈소스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개발자가 직접 수익을 얻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블루리본이 유료로 제공하는 데이터, 권한을 다른 개발자도 모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저도 누구나 볼 수 있는 맛집 정보를 조금 더 편리하게 제공했을 뿐인데, 고소까지 이루어진 상황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블루리본의 공지, 그리고 K-Skill의 PR 내용 등을 확인한 이후에는 여러 방면에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사건의 수사나 재판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당사자의 유무죄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개발자로서 AI 에이전트와 Skill을 만들 때, 단순히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공개된 정보인지뿐만 아니라 자동화 접근이 허용되는지,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에서 다시 제공해도 되는지, 기존 서비스의 유료 기능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AI로 인해 기술의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지켜야 할 책임까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이제 개발 윤리와 데이터 이용 권한, 저작권에 대한 고민은 개발자뿐만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모두에게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단순 AI를 활용해 크롤링했다고 고소한 줄 알았는데, 결제해 프록시 서버까지 운영한지는 몰랐네요...
내용 증명이 아닌 직고소를 한 배경이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