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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발과룰러·2021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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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첫 번째 - 차량용 플랫폼 솔루션 회사(Vue, Android, Ios)

2016.09 ~ 2019.10

나의 첫 발걸음이 시작된 곳이다.
지금 와서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입사

학교를 졸업하고, 6개월간 프로그래밍 학원을 전전하며, 나의 실력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당시에 학원을 다니면서 20곳가량 지원을 했고, 결과적으로 다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한 곳 더 넣어 보자는 곳이 연봉 1800이였고… (아무리 5년 전이라도… 최소 시급도… 안될?) 그마저도 떨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떨어진 게 잘 됐다 싶다.
후일담으로 얘기하면 1800짜리 회사의 대표가 얘기하길
“인생을 살다 보면 한 번 이상의 기회는 꼭 온다. 그 기회를 자주 오게 만드는 것도 자신의 실력이고, 그 안목을 보는 것도 하나의 실력이다.”
라는 얘길 했는데,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는 건 왜 때문일까?
여하튼 그렇게 줄 탈락을 하던 시절, 이게 안되면 다른 길을 찾아보자는 절박한 마음을 안고,
SK가 운영하는 T 아카데미에 지원을 하였고, 운이 좋게도 교육과정에 합격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약 3개월간 안드로이드 직무교육을 받고, 차량용 플랫폼 솔루션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
당시 인턴을 할 수 있는 부서는 웹앱/모바일/코어/미들웨어가 있었는데,
나는 웹앱 부서로 인턴을 시작했다가… 어찌어찌 모바일 부서로 입사하고, 결국 웹앱 개발을 하게 된다.
참 시작부터 뭔가 남다르다면 남다르다고 해야 하나…?

업무

당시 회사 내부에서는 우리 부서를 미래 먹거리라 생각하지 않았으며,
부서의 생존을 위해 웹앱 부서 쪽에서 돈이 안된다며 쳐낸 프로젝트를 자연스레 떠맡았다.
그럴듯한 POC라는 단어로 포장하고, 돈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결과물 자체를 갈아엎어버리는 그런 프로젝트들…
그리고 회사 내부에는 흔히 말하는 생존의 달인들이 많았고, 그런 눈치 빠른 달인들은 자기 자신에게 득이 될 일이 없는 POC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결국 POC 프로젝트들은 자연스레 신입들에게 떠맡겨졌다. 그중 같은 시기에 입사한 눈치 빠른 여자 동기는 더 이상 짬처리 당하기 싫다는 분위기를 풍기며, 다른 장기 프로젝트로 들어간다.
그때 당시에 나는 바보였던 건지, 이렇게라도 나에게 업무를 주는 회사가 고마웠던 건지 입사하고, 약 2년 동안 평일에는 새벽 퇴근, 주말에는 카페에서 일을 했던 걸로 기억할 만큼 일이 많았다.

회사생활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군말 없이 진행하는 내가
부서 입장에서는 나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3년 동안 나름 고성과를 놓쳐 본 적이 없긴 하다.(개인적으로는 부서내에 키맨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같은 시기에 입사한 여자 동기는 그런 내가 알게 모르게 미웠을 것이다.
근데 이해가 가는 건 회사 대표가 가장 이뻐하는 사원이 그 동기였고, 나는 그 동기 보다 학력이 많이 부족했으며, 그의 입장에서는 그냥 오래 앉아 있으면서 성과라는 성과는 다 가져가는 걸로 보였지 않나 싶다.
여하튼 한마디로 나는 그 동기 여자에 입장에서는 어디서 굴러먹다 온 떨거지 같은 존재였을 거고, 그런 떨거지가 자기보다 좋은 성과를 가져가니 못마땅했을 거다.(퇴사 후, 다른 동기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싫어한다는 표현이 아니고, 혐오 수준이라고 카더라…)
그래도 회사 내부에서는 평이 나쁘지는 않았던걸로 기억한다.
이미지메이킹을 잘 한 것일 수도 있고,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후자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개발자로서 얻은 것

그 당시에는 하도 맨땅에 헤딩을 해서 그런지,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수준보다는 서버와의 통신 방식, 모바일의 특성, 웹뷰(Android, Ios의 웹뷰)와 자바스크립트의 통신 방식, 이 안에서 생길 수 있는 이슈등 폭넓고 얕은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방금 했던 얘기와 상반되는 얘기긴 하지만 당시에 목표가 없던 나에게, 내가 사용 하고 있는 프레임워크(Vue)같은 개발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었다...(과거형...)

개발자로서 잃은 것

사실 이 부분에서는 좀 잃었다...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며, 덕분에 반면교사 된 부분이 없지 않나 싶다.
개발자로서 얻은 것에서 나온 얘기지만, 코드나 스타일 가이드 이런 개발자의 기본 소양 대한 깊은 고민보다 내가 진행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많이 신경 쓰다 보니, 기본 소양을 배우지 못했다.(못했다 보다는 사실 않았다가 맞는 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5년 동안 밀린 숙제를 지금 시작하고 있다는 점... 이런 부분들이 잃은 게 아닌가 싶다.

나로서 얻은 것

나는 나 자신을 믿지 않는다.
항상 실력에 대해 의심을 하고,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맞는가?라며 자기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얘길 자주 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하튼 매년 고성과를 받은 것도 그렇고, 어떻게든 해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잘 할 수 있다.
다른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딘가에서는 꼭 필요 한 사람이 이다.

라는 약간의 자신감을 얻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이게 참... 이후에 큰 독이 되서 돌아 온적이 있다...)
아 그리고 한가지더 있는거 같다.
꾸준함...? 주말인 지금도 카페에서 이러고 있는 거 보니... 요것도 이때 얻은 게 아닌가 한다.

나로서 잃은 것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잃은 것도 많은 거 같긴 하다.
일단 매일 같은 야근,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나를 보며 주변에서는
워커홀릭으로 봤었다.(다 먹고살라고 하는 건데...)
일단 삶 자체가 내가 아닌 일에 집중되어 있었다보니, 퇴사 직전 3개월가량은 번아웃이와 회사 가는 게 죽기 보다 싫었던 거 같다.
그리고 2년가량 매일같이 술을 마셨었다.
술을 안 먹으면 오늘 끝내지 못한 업무가 생각났고, 잠을 자질 못했었다.
이러다 보니 건강도 많이 안 좋아졌었고, 정신도 많이 피폐해져 있었던 거 같다.
나 자체를 잃었었다는 표현이면 될까나?

첫 번째 정산 마무리 글

당시에 나는 개발자의 삶은 얻었지만, 나를 잃었었다.
만약 누군가 이글을 읽게 된다면, 그게 사회초년생 또는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면

"당신은 잘하고 있고 당신은 잘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다."
라고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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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프론트엔드 개발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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