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지출 항목을 자동으로 붙이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어떤 가게가 어떤 항목으로 가는지를 어디선가 배워야 한다.
처음엔 그걸 앞으로 쌓을 생각이었다. 실무자가 쓰면서 고쳐주면 그게 쌓여서 기준이 된다. 맞는 말인데, 그러면 시작하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처음 몇 달은 시스템이 거의 못 맞추고, 실무자는 전부 손으로 고쳐야 한다. 그 구간을 못 넘기면 아무도 안 쓴다.
그래서 시작할 때 쓸 게 뭐가 있나 찾아봤다.
있었다.
지난 반년 동안 실무자가 손으로 처리해온 기록이었다. 한 장은 받은 그대로의 원본이고, 한 장은 그걸 정리해서 회계 프로그램에 올린 결과다. 오백 건쯤 됐다.
두 장을 나란히 놓으면 사람이 내린 판단이 그대로 보인다. 이 줄에 있던 가게가 결과에서는 이 항목으로 가 있다. 저 가게는 저 항목으로 갔다.
이게 정답지다. 문제와 답이 짝지어진 채로 반년치가 쌓여 있었다. 다만 그게 "학습 데이터"라고 이름 붙어 있지 않았을 뿐이다. 그냥 지난 일이 남아 있는 폴더였다.
처음 만든 건 단순했다. 가게 이름과 항목을 하나씩 묶는다. 이 가게가 나오면 이 항목.
돌려보니 맞긴 맞는다. 그 오백 건 안에 있는 가게는 다 맞춘다.
문제는 그 밖이다. 오백 건에 없던 가게가 나오면 시스템은 아무 말도 못 한다. 그리고 새로운 가게는 매달 나온다. 사업하는 곳이 늘 가던 데만 가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면 반년치를 통째로 외운 것이지 배운 게 아니다. 외운 것은 새로운 걸 만났을 때 아무 소용이 없다.
방향을 바꿨다.
가게에서 항목으로 가는 대신, 항목에서 가게로 거꾸로 갔다. 같은 항목으로 처리된 가게들을 한 무더기로 모아놓고, 그 이름들에서 겹치는 말을 뽑았다.
그러면 개별 가게가 아니라 사람이 무엇을 보고 그 항목으로 정했는지가 나온다. 이름에 이런 말이 들어 있으면 대체로 이쪽이더라, 하는 것들이다. 처음 보는 가게라도 이름에 그 말이 있으면 같은 판단을 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반년 동안 무의식적으로 쓰던 기준이, 뽑아놓고 보니 눈에 보이는 목록이 됐다. 누가 가르쳐준 적 없이 실무 안에서 굳어진 기준이었다.
뽑았다고 바로 켜지는 않았다.
두 가지를 했다. 먼저 뽑힌 걸 초안으로 세워두고 사람이 먼저 봤다. 어떤 무더기에서 어떤 말이 뽑혔는지를 화면에 늘어놓고, 확인한 것만 실제로 켜지게 했다. 뽑는 과정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그 결과가 회계 판단으로 맞는지는 다른 문제다. 사람이 한 번 보고 넘기는 단계를 없애면, 틀린 기준이 조용히 전체에 퍼진다.
그다음이 검증이다. 뽑은 기준으로 원본을 처음부터 다시 돌려, 반년 전에 사람이 낸 답과 맞춰보는 검사를 붙여뒀다. 기준을 손볼 때마다 이 검사를 돌리면 된다.
이게 좋은 검증인 이유는 답을 내가 만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미 사람이 낸 답이 있고, 그건 내가 손댈 수 없다. 시스템이 그 답에 얼마나 가는지만 본다.
자동화를 붙이려는 곳에서 제일 자주 듣는 말이 "우리는 데이터가 없어요"다.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데이터가 데이터처럼 안 생겨서 없다고 느끼는 쪽이다. 사람이 손으로 해온 일이 어딘가 파일로 남아 있으면, 그건 이미 정답지다. 그 일을 왜 그렇게 했는지는 본인도 설명 못 할 때가 많은데, 결과를 모아놓고 거꾸로 보면 기준이 드러난다.
시작할 때 필요한 건 새 데이터가 아니라 이미 한 일을 다시 읽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