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프로젝트에 합류한 지 두 달 반이 흘렀다. 사실 이프로젝트에 참가할 땐 별 기대도 걱정도 없었다. 연초라 일도 적었고 모처럼 흔쾌히 계약이 되기도 했으니까.
내역할은 저번달로 그만둔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는 대타였다. 뭐 별거 있겠어? 싶었다. 그런데 W프로젝트가 10년이나 된 레거시 시스템이라는 건 입사 첫날 코드 한 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온갖 의미불명의 플래그로 가득 찬 코드. 하나를 고치면 다른 열 가지가 터져버릴 것 같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듯한 공포감. "이걸 어떻게 돌리고 있지?" 싶을 정도로 허술한 빌드 과정. CI/CD는 꿈도 꾸지 못한 채 오늘도 여전히 손으로 하나하나 빌드하고 릴리스 버튼을 누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가 투입된 이유는 이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책임지던 개발자가 추노했기 때문이다. 대타로 투입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다른 두 명의 개발자도 약속이나 한듯 줄줄이 추노를 했다. 2년, 1년 반이나 있던 사람들이었다. 결과적으로 5명이던 팀은 3명이 빠지고 나를 포함해 급히 충원된 신입 한 명만 남아 있었다.
나보다 3개월 먼저 온 유일한 팀원은 일부로 그러는지 실수가 잦았다. 결국 그의 일까지 내가 처리하게 되었고 정신 차려보니 프로젝트 대부분의 잡무가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이 와중에 현재 프로젝트 리더는 이번 달 말로 다른 프로젝트로 추노를 준비 중이다. (제일 큰 충격) 새 리더가 온다는데 이 프로젝트의 컨텍스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모든 상황이 다음 달부터 나의 일상이 될 것이다. 내 어깨 위로 올라오는 걱정의 무게가 벌써부터 느껴진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다~~
이런 판도라 프로젝트에서도 버티고 계신 거 자체가 이미 엄청난 실력자세요.
무엇보다 건강 챙기시면서 버텨주세요 ㅠㅠ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