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보충역) 논산육군훈련소 후기 #1 - 회상과 소감

코딩몬스터TV·2020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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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훈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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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4주간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받은 4주간의 보충역 훈련에 대한 간단한 요약과 개인적인 소감을 남겨두기 위해 작성한다. 그리고 이 글을 찾아서 들어오게된 독자분들에게 미리 알아두면 좋을 훈련소의 분위기와 생활상을 개략적으로 서술하려고 한다. 추가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은 별도의 글로 작성할 예정이다.

'그'곳의 생활

필자는 2020년 6월 18일부터 7월 16일까지 4주간 논산 육군훈련소를 다녀왔다.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특례 복무중인덕에 보충역으로서 훈련을 받게 되었다. 보충역은 (2020년 7월 기준) 총 4주(28박29일)의 훈련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 나중에는 3주로 기간이 단축된다는 소식이 있다.

  • 개인적인 생각으로 군대가 조금만 효율적인 방식으로 일을 한다면 2주안에도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커리큘럼이다.

4주간의 훈련소 생활에 대한 소감을 요약하자면, 내 인생에서 가장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시간들을 불편하게 보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군대라는 조직 그리고 군인이 일을 하는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비효율적으로 일을 해야하는 군인들 스스로도 답답할텐데, 그 군인들의 통제하에 움직여야하는 훈련병은 얼마나 답답한지 글로 표현하기가 힘들 지경이다. 실제로 나와 분대원들은 '대체 왜 저런식으로 일을 하지' 라던가 '그냥 이렇게 하면 되는거 아냐?' 같은 말을 쉴세없이 했고, 매일 매일 새롭고 경이로운 일처리 방식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 훈련소를 가기 전에는 남 군생활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다녀온 후에는 현역을 다녀온 친구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며칠이 지나며 내 의사와는 다르게 이 곳의 생활패턴이 몸에 익어가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순응해 갈때쯤부터 우리 분대원들끼리 입에 달고 산 말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훈련소(혹은 군대)를 가게 된다면 아래의 말을 꼭 머릿속에 담아두고 답답할때마다 속으로 되뇌이는걸 추천한다.

"뇌 꺼라" -4소대 4분대-

아마 훈련소에서 생활하다 보면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받은 활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답답해하고 화를내도 내 속이 터지고, 그렇다고 나서서 바꿀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냥 틈틈히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며 어떻게 조금이라도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는 편이 속편하다.

나를 통제하는 자들

훈련소에서 훈련병을 가장 많이 통제하는 사람은 분대장(조교라고도 부른다)들인데, 분대장들은 서로간 연락을 주고받을 수단이 제한된다. 한 사람이 방송 마이크를 잡고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각자 수첩에 메모한 정보를 바탕으로 마주친 사람과만 정보를 공유한다. 문제는 계획에 인터럽트가 발생해 정보가 업데이트 되어도 이를 전달하고 동기화하기 어렵다는 것. 데이터를 동기화 할 수 없는 P2P 네트워크가 있다면 바로 이런 꼴일까 싶은 대환장 파티를 볼 수 있다.

  • 수료 후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연대/중대 마다 업무 스타일이 조금 상이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어딜가나 정상인이 보기에 비효율적으로 굴러간다는 사실은 모두가 동감했다.

이번 글에서는 전체적인 소감을 이야기하려고 하므로,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가며 스토리를 설명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모든 스토리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조교들의 행동 알고리즘을 알아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Algorithm 1

  1. 기본적으로 '어느 날에 뭘 해야겠다' 싶은 정도의 계획만 가지고 있다
    • 보통 잘못 알고있거나 까먹고 있다. 까먹지 않으려고 당직책상 칠판에 적어두곤 한다.
  2. 당일 당직사관 혹은 당직분대장이 생각날 때 즉흥적으로 계획을 실행한다
    • 분대장들은 재촉하고 훈련병들은 급하게 준비한다
  3. 날씨 혹은 상관의 지시로 계획이 변경된다면 일단 훈련병들을 대기시킨다
    • 집합한 상태라면 집합한 그대로 무기한 대기를 실행한다
  4. 변경된 계획을 전달 못 받은 분대장이 찾아와 훈련병들을 재촉한다
    • 해당 분대장은 훈련병 혹은 다른 분대장을 찾아 변경된 계획을 듣는다
  5. 분대장들 사이의 의견차가 발생하면 대기시간이 더 길어진다.
    • 그리고 훈련병들은 여전히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한채 대기한다.
  6. 결국 짬 높은 분대장의 의견대로 계획을 수행한다
    • 그재서야 훈련병들은 해야 할 일을 전달받을 수 있다.
  7. 하지만 소대장(혹은 그 위)의 명령이 떨어지면 다시 계획을 변경한다.
    • 그리고 분대장들이 그 계획을 이해할 때 까지 훈련병은 대기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인터럽트는 여러분이 훈련을 받는 시기에 겹친 이벤트가 다양할수록 자주 발생한다. 참고로 내가 훈련을 받던 시기에는 (1)폭염, (2)장마, (3)연대장 이/취임, (4)코로나 바이러스 라는 네 가지 사건이 겹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일정이 바뀌거나 통제가 개판으로 이루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일단 우리 분대는 기본적인 보급품목을 지급받는데에도 며칠이 걸렸다.

통제되고 불편한 환경

사실 다른 사람이 일처리를 속터지게 하던 말던 신경쓰고 내 할일을 할 수 있다면 그냥 저냥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론 그 곳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일단 이론상 훈련소내에서 훈련병의 행동은 상당부분 (납득되지않는 이유로) 제한 된다. 그리고 씻고, 쉬고, 자고, 밥먹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대부분 그들의 통제에 따라야만 하기 때문에 그들이 일을 한 결과가 직접적으로 나의 생활에 영향을 주게된다.

그리고 이로인한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전무하기에, 분대원들과 불만을 토로하는게 유일한 해소 수단이 된다. 그 과정에서 쓸대없이 그들의 행동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고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보지만,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뇌를 꺼야한다. 이해하고 고치려고 해봤자 훈련소안에선 무의미하다.

쉴테면 쉬어봐라

개인적인 느낌으로 훈련소안에서는 졸음이 자주 찾아온다. 일단 기본적으로 6시에 기상해 10시에 취침에 드는 생활이 강제된다. 그리고 기상후에는 원치않는 뜀걸음과 아침체조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간단히 밥을 먹는 것 조차도 집합하고 제식맞추며 이동하는 과정이 은근히 피로를 누적시킨다. 그렇기에 점심쯤만 되어도 많은 사람들이 졸음을 호소한다.

가장 큰 문제는 졸려도 마음 편히 잘 수는 없다는 것. 일단 논산의 생활관 자체가 편히 쉬는 것과는 거리가 먼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의 특징이 휴식의 질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1. 딱딱하고 좁은 침상
  2. 밝고 해가 잘 드는 생활관
  3. 어디에서나 맡을 수 있는 코를 찌르는 비료냄새
  4. 높은 인구밀도가 만드는 끊이지않는 생활 소음과 인기척
  5. 쉬지않고 들리는 방송소리와 용건도 없이 찾아와 사람 깨우고 가는 조교들

그리고 위의 모든 장애물을 견뎌내고 잠에 들 수 있다하더라도, 본인이 소속된 연대 혹은 중대가 평일 일과시간에 조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의미가없다. 내가 소속된 중대에서는 이불깔고 자는 정도가 아니면 어느정도 눈감아 주는 분위기 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간 다른 친구는 눕는것 자체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귀를 막아도 들리는 목소리

아마 훈련소 생활에서 내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은 요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고민도없이 방송소리라고 대답할 수 있다. 한 건물에는 수 많은 훈련병들과 군인들이 있고, 이들이 생활하는 구역들이 다 나뉘어 있으므로 일일이 찾아다니며 정보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공지나 호출을 위해 방송을 사용한다. 이 방송이 스트레스 받는 이유는 조금 자세히 기술하고 싶다.

첫째로, 방송 소리가 엄청나게 크다. 생활관 스피커 앞에서는 귀를 막는 행위도 귀마개도 소용이 없다. 귀를 막아도 몸을 통해 소리가 달팽이관에 때려 박히는 느낌이다. 일단 마이크를 켜자마자 작은 노이즈마저 크게 들려오는데, 그때부터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방송이 나오는 동안은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 없고, 바로 옆 사람과의 대화도 방송 소리에 가려져 쉽지가 않다. 그저 방송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둘째로, 말을 길고 오래도록 한다. 일단 방송을 하는 군인들 대부분이 말을 잘 못하고 번복을 자주한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말 하는 버릇을 들여주고 싶다. 그리고 말에 쓸대없는 미사여구를 붙이고 본인 딴에는 강조한다며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예를 들어서 "쉴때는 생활관 깨끗이 치워둡시다" 라는 말을 하고싶다고 가정해보자. 이 짧고 명료한 지시는 분대장의 입을 거쳐 아래와 같이 긴 연설문으로 변환된다.

아. 아. 훈련병들. 분대장이 하나 전파 하겠습니다. 지금 분대장이 생활관들을 둘러보았는데, 생활관, 생활관이 정돈되지 않은 채로 휴식을 취하는 훈련병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습니다. 훈련병들 휴식을 취하는 건 좋은데, 항상 정돈! 정돈된 상태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항상 복도에 신발 정리하고, 관물대 위에 물건은 놓여져 있지 않은지 그리고 옷 정리는 잘 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쓰레기가 모여있다면 모아서 분리수거 할 수 있도록 해서 분대장이 잔소리 하지 않도록 항상 깔끔한 상태로 휴식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시 한 번 전파합니다. (중략)

셋째로, 방송을 엄청나게 자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방송이 한 번 들리면 크고 길게 들린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가 받는데, 엄청나게 자주 들린다. 별도의 일정이 없는 날에도 그 방송은 5분이 멀다하고 들려온다. 당연히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잠에드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렇게 방송이 자주 들려오는 이유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그때그때 떠오르는 내용을 공지하기 때문에 때와 순서가 없고 즉흥적이다.
  2. 서로 알던 정보가 다르거나, 윗선의 지시로 일정이 변경되기 때문에 다시 공지한다.
  3. 그냥 지나다니다가 마음에 안드는 게 있으면 굳이 전체 방송으로 통지한다.
  4. 같은 내용도 몇 분 간격으로 반복해서 공지한다.
  5. 말을 듣지 않는 훈련병이 있으면 방송은 더 길어지고 반복횟수는 많아진다.

넷째로, 대부분의 방송이 나와는 관련이 없다. 나 혹은 내가 속한 분대/소대에 공지하는 내용일까봐 집중해서 듣게되는 경우가 많은데, 듣고보면 나와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우리 중대내에서 하는 방송이라고 하더라고 다른 소대, 분대를 호출하거나 특정 번호의 훈련병을 따로 불러낼때에도 전체 방송이 울린다. 그리고 분대장끼리 서로를 찾거나 자기들끼리 정보를 전달할 때에도 방송을 이용한다. 나아가 행정반, 상황실 등 군인들끼리 정보 전달을 위해서 수시로 방송을 이용한다. 앞의 세 가지 스트레스 요소에 더해서 이 시끄러운 방송이 나와 일절 관련 없다는 사실은 멘탈을 터지게 하기 충분하다.

그리고 이 방송을 28박 29일간 매일 매일 하루 종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할수있는게 없다

그래도 사람이 살게는 해줘야지

그 곳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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