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 이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 발표자료 만들기를 해야했다.
각자 잘 하는 것 대로 역할을 나누었다. 컴퓨터 공학에 지식이 있는 친구는 PPT에 실을 여러 프레임워크나 라이브러리를 조사하고 아키텍쳐 그림을 그렸다. 프리미어 프로를 다룰 줄 아는 친구는 발표에 쓸 동영상을 만들었고, 프론트엔드 경험이 있는 친구는 당장 시연에 쓸 수 있는 간단한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나는 (문과라서) 발표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대사를 미리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일을 맡았다.

어찌어찌 첫 번째 시안에 대한 발표자료를 만들었는데 이미 저녁 12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전체적인 발표 흐름은 우리가 웹 기반 레크리에이션 서비스를 만든 이유, 핵심 기능에 대한 설명, 실제 시연(컨셉) 영상과 연기, 아키텍쳐 및 기술적 챌린지 라는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발표 영상
버튼 영상
https://youtube.com/shorts/eNamWo-7OAQ?feature=share
실제 서비스가 돌아가는 것 처럼 만든 영상을 앞에서 틀면서 실제로 사람이 버튼 누르기 게임을 하는 것 처럼 연기를 했다.
졸려 죽을것 같았지만 초안에 실을 주제는 2가지 이상이어야 했기 때문에 바로 2번째 발표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모두가 만들고 싶어했고, 의욕도 넘쳤던 1번 주제에 비하면 2번 주제는 뭐랄까...마지못해 만드는 느낌이 있었다. 나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다들 좀비가 되어가면서 발표자료를 만들고, 시연 영상을 준비했다.
이용자가 미리 준비된 설문에 답을 하면, 그 설문에 맞는 키워드를 가지고 DALL-E가 이에 맞는 아바타를 준비한다. 이 아바타를 바탕으로 남녀가 서로를 선택하고, 이렇게 선택한 커플들이 three.js로 만들어진 메타버스에서 데이트를 경험한다는 서비스였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좀 말이 안 되는 서비스긴 했다. DALL-E로 만들어진 2D아바타가 3D 월드에서 어떻게 움직이냐? 이걸 하려면 그림도 그리고 블렌더도 다루고 초보자 5명이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1안 발표 때처럼 영상으로 실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에 피그마로 웹페이지의 시안을 일일히 그려서 보여주고, 3D로 구현된 메타버스를 둘이서 데이트하는 모습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 영상을 편집해서 보여줬다.
정말 우연찮게 정글에 오면서 빈 시간에 할 목적으로 닌텐도 스위치를 가져왔지만, 정말 단언컨대 이걸 한번도 게임에 쓴 적이 없다. 입소 초기에 노트북이 고장나서 AS센터에 맡긴 후, 정글에서 맥북(USB-C단자만 있는)을 대여해서 초기 과정을 참여했었는데 문제는 내가 가진 유일한 USB-C PD충전기가 닌텐도 스위치 충전기였다. 게임기 충전기로 게임기보다 맥북을 더 많이 충전한 것이다.
그리고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먼지만 쌓이던 스위치를 꺼내, 둘이 데이트를 즐기는 컨셉으로 영상을 짜는데 스위치를 사용했었다. 진짜 놀려고 가져온 게임기까지 개발에 쓰도록 만드는 곳 SW사관학교 정글이었따...
발표회 자체는 좀 무난하고 허무하게 지나갔다. 사실 5개조 중 우리조 발표가 마지막이었는데 이전 조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된지라 발표회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좀 지쳤다. 그래서 발표 내용이나 주제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 대신 좀 단순한 긍정적인 반응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도 욕먹고 주제 바꾸라는 말 듣는 것보단 나으니까 괜찮았다.
지금 우리 조는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상태이다.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